[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 영화의 10만은 100만급" "중장년층도 많이 보는 어둠의 '폭싹 속았수다' 느낌", "끝난 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
연상호 감독이 '얼굴'을 향한 관객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밝히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특히 영화가 끝난 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쁜 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노 개런티로 작품에 참여한 박정민과는 절친을 뛰어넘는 티키타카로 재미와 웃음을 안겼다. 연출, 스토리, 연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얼굴'이 이어갈 흥행 기록에 기대가 커진다.
지난 24일 서울 메가박스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얼굴' GV(관객과의 대화)에는 연상호 감독, 배우 박정민이 참석했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 GV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c468b8d92f2574.jpg)
'얼굴'은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박정민/권해효 분)의 아들 임동환(박정민 분)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그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정민은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아들 임동환 역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했으며, 권해효는 현재의 임영규 역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시각장애인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동시에 묵직하고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각 인물의 감정선을 탁월하게 표현해 극찬을 얻었다. 이들을 비롯해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등이 탄탄한 앙상블을 형성했다.
2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얼굴'은 개봉 즉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으며, 9월 27일 기준 누적 관객수 87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개봉하고 나서 이럴 줄 몰랐다. 어둠의 '폭싹 속았수다' 같은 느낌이 있다. 장년층도 많이 보시더라"라고 감회를 전했다. 이에 박정민은 "술 취해서 "천만 가면 어쩌지?"라고 했는데, 개봉 전에 물어보니 "30만?"이라고 하더라. 시무룩해졌다. 선장이 갑자기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더라"라고 폭로했다.
그러자 연상호 감독은 "사람이 낙차가 커야 도파민 생성이 잘 된다"라고 농담을 덧붙였고, 박정민은 "하루에도 12번씩 감독님 심경이 바뀐다"라며 "제가 예상한 것보다 관객의 성원이 뜨거운 것 같다.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이 든다. 큰 의미가 있다"라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또 박정민은 '얼굴'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이쯤 되면 감독님과 한번 할 때 됐다는 생각이었다. 상기 된 목소리로 전화를 하시는데 안 한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라며 "원작에 대한 호감이 있지만 바로 한다고 할 수는 없는데, 전화를 받았을 때의 무드에 안 한다고 하기엔 약간 애매했다"라고 고백했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 GV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c4dd8a46ab3259.jpg)
이어 "굉장히 즉흥적이었다. 회사에도 얘기해야 하는데 그냥 하겠다고 하고 회사에 통보했다"라며 "(소속사에) 15년 있었는데 그 정도 할 수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얼굴'은 엔딩 이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운이 깊게 남는 영화다. 연상호 감독 또한 이 지점에서 큰 만족을 느낀다고. 그는 "영화 엔딩을 보시고 제가 생각했던 의도에 부합하는 분도 계시고 아닌 분도 계신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라며 "영화를 보고 나가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다. 그런 영화를 혼자 만날 때는 미친다. 얘기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저희 영화가 그런 느낌이라 좋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토론토영화제 때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을 박정민이 먼저 가서 혼자 본 거다. 너무 좋은데 이 영화를 본 사람이 없는 거다"라며 "저는 '세계의 주인'을 따로 먼저 봐서, 제가 도착하니까 본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고 하더라. '얼굴'이 그런 느낌의 영화라 좋다"라고 전했다.
앞을 볼 수 없지만 전각 장인이 된 임영규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상호 감독은 "가까운 사람은 질투가 깔리고 얄미울 수 있다"라며 "규칠의 작은 말이 임영규에게는 엄청난 바위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정민 역시 "내 와이프가 너무 착하고 내 눈으로 보고 싶다는 말을 할 때 규칠이가 예쁘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이 임영규에게는 굉장히 큰 타격이었을 것"이라며 "모든 순간이 혐오로 다가왔고 괴물 같이 못생겼다고 왜곡이 됐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연상호 감독은 "'얼굴'이 80만 관객을 돌파했다. 우리끼리는 좋아하는데, 너무 티를 내면 좀 그럴 수 있다. 사람들이 '80만이 그렇게 좋아할 일이냐'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사람 심리다"라며 "임영규가 그랬을 것 같더라. 보이지도 않는데 인정받으며 성실히 살고 결혼까지 했다. 옆에 있는 사람을 꼴 보기 싫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아들인 임동환은 사건을 파헤치려 하는 김수진(한지현 분) PD와 계속 동행하게 된다. 연상호 감독은 "김수진이 진정성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으면 했다. 임동환은 그런 사람이 자신을 팔로잉할 때 불편해한다. 이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텐션이다"라며 "김수진은 이미 백주상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임동환을 안내한다. 벌 받게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를 어르고 달려고 무릎 꿇고 앉아서 5만 원을 준다. 그런 태도가 임동환을 불편하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이건 찾기 힘든 사건이 아니다. 한두 명에게만 물어봐도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숨겨져 있었냐 하면 아무도 정영희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백주상의 집에 들어갈 때 박정민이 코를 막는 건 애드리브였다고. 연상호 감독은 "하지만 김수진은 익숙한 공간이다. 임동환이 코를 막으면서 성취 주의를 대변하는 김수진이 완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를 막을 때 박정민이 바라보는 곳은 빈 공간이었다. 방은 세트다. 백주상의 모습을 떠올리며 코를 막은 거다. 선배의 여유가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 GV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8bb945e1764a48.jpg)
엔딩에서 정영희 사진을 보고 울었던 것에 대해 박정민은 "감독님이 처음 사진을 보여준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라며 "처음엔 그 감정이 이해가 안 되더라. 그래서 감독님에게 고민된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마음이 생기더라. 굳이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아버지의 바닥을 봤나 하는 마음도 있고. 눈물 흘린 건 실제 처음 사진을 봤던 마음이다"라고 고백했다.
이번에 시각장애인 연기에 도전한 박정민은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영화를 촬영할 때 복지사 선생님께서 봉사활동 하실 때 '아이들이 뒤통수를 보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 시선을 이용한 적이 있다"라며 "이번에는 렌즈를 낀다. 초점을 흐리고 내 안으로 집중하는 것이 용이하다. 의도한 건 아닌데, 감정적으로 집중하거나 내 안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일 때 그런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는 것을 촬영하면서 느꼈다"라고 연기적으로 새롭게 느낀 바를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백주상을 병든 인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현재에도 무서운 인물이었으면 했다. 어떤 사람이 무서운가 생각했을 때 더 큰 권력자보다는 이미 벌을 받은 것처럼 단칸방에서 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몰라하는 인물이 떠올랐다"라며 "그의 눈에는 죄의식이 없다. 여전히 그 대상을 조롱하려는 눈빛이 있다. 그런 사람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자기 상황이 어떻든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는 사람에게서 공포를 느낀다"라고 대답했다.
박정민은 극중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바에 대해 "임동환은 두 번째 인터뷰까지는 끌려왔다. 내 얘기를 안 듣는다. 넌덜머리가 난다"라며 "눈앞에 앉은 세 명이 너무 밉다. 방관자인데 반성의 기미가 없다. 세 명이 준 정보도 못마땅하다. 못생겼다고 하고 떠넘긴다. 빨리 보내버리고 싶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면 인터뷰 후에 셋이 어깨동무를 하고 간다"라고 하자 연상호 감독은 "실제 촬영 끝나고 세 분이서 해장국집에 소주를 마시러 갔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해 웃음을 안겼다.
연상호 감독은 "아쉽다 하는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유쾌한 성격을 드러냈다. "거의 없는데 굳이 찾아보자면"이라고 운을 뗀 그는 "아버지 기사를 보는 임동환의 방에 소품이 너무 없다. 소품도 예산이라 과감하게 포기했다"라고 고백했다.
박정민 역시 "짧고 굵게 찍으니까 뒤돌아볼 시간이 없고 집중도가 높아서 틀린 선택을 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라며 "하나 얘기한다면 초반 임동환, 임영규 설정을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 40년 동안 단둘이 살면서 임동환은 아버지에게 의존하며 살았다. 둘도 없는 사이고, 서로가 없으면 안 된다. 편하고 무심하지만 정확하게 챙겨주는 설정인데, 아버지를 상전 모시듯 했으면 어떤 느낌으로 끝날지 궁금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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