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제작비, 제작 규모를 떠나서 '얼굴'은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한 주제 의식을 드러내며 곧게 달려나간다. 그래서 묵직한 힘이 있고, 종착지에 다다라서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다시 한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까지 더해져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생각도 든다. 연상호 이름값을 제대로 한 영화 '얼굴'이다.
'얼굴'은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그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북미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되어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c2a3e8b3688484.jpg)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63ae4a248899d0.jpg)
박정민이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아름다운 도장을 파는 전각 장인 임영규의 젊은 시절과 아들 임동환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했다. 여기에 더해 그는 노개런티 출연을 결정해 화제가 됐다. 권해효는 현재의 임영규를, 신현빈은 임영규의 아내 정영희를, 임성재는 정영희가 일하던 의류 공장 사장 백주상을, 한지현은 정영희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 다큐 PD 김수진을 연기했다.
영화는 태어나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임영규는 시각장애라는 핸디캡을 딛고 시각예술 분야에서 엄청난 업적을 이룬 '기적'의 사나이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다큐멘터리 PD인 수진은 이런 임영규를 카메라에 담으며 어떻게든 자극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려 애쓴다. 그런 가운데 경찰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40년 전 실종된 아내이자 어머니 정영희의 백골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것.
임동환은은 어머니가 자신이 어렸을 때 집을 나갔다고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머니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빈소를 찾아온 이모들에게서 어머니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갔고 못생겼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수진과 함께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던 와중에 40년 전 어머니와 함께 청계천 의류 공장에서 일했던 이들을 통해 어머니가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급기야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e84932d3349de4.jpg)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652693e0b1860e.jpg)
'얼굴'은 2018년 연상호 감독이 쓰고 그렸던 첫 그래픽 노블 '얼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성장 중심의 시대를 겪어온 근현대사에 대한 우화"로 기획된 작품이다.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담아 '태초의 연니버스'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처럼, '얼굴'은 한국의 성장주의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인 임영규와 그 시대의 혐오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끝까지 자신을 잃지 않으려 했던 정영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다시 한번 되짚게 한다.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은 꽤 흥미롭다. 다섯 번의 인터뷰가 등장하는데, 영화는 마지막 챕터인 클로징 멘트가 나오기 전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정영희는 못생겼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심지어 괴물 같은 얼굴이라고 평하기까지 한다.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과 의심이 낳은 결과는 너무나 씁쓸하고 안타깝다. 그리고 딱 한 차례 모습을 드러내는 정영희의 얼굴을 통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배우들 역시 열연으로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1인 2역에 시각장애인까지 도전한 박정민은 다른 듯 닮은 아버지와 아들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임동환이 만나는 모든 인물이 극도의 짜증을 유발한다. 이에 박정민은 '짜증 연기의 일인자'라는 명성에 맞게 극강의 짜증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대변한다. 압권은 아버지 임영규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아 천대받고 살았던 임영규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기를 쓰고 몸부림친다. 박정민은 이런 임영규가 가진 내면의 변화를 소름 끼치게 연기했다. 또한 낮게 깔린 목소리는 현재의 임영규를 연기한 권해효를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6689aeb908ae00.jpg)
![배우 박정민이 영화 '얼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b239de4bc04aa5.jpg)
시각장애인인 장인어른을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봤기에 시각장애인 연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권해효는 말이 필요 없는 명품 연기로 충격적인 결말을 완성한다. 그리고 신현빈은 얼굴 한번 나오지 않지만, 존재감만큼은 강력해야 하는 정영희를 안정적으로 소화했으며, 임성재와 한지현 역시 제 몫을 잘 해냈다.
9월 11일 개봉. 러닝타임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