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원형 극장. 무대 중앙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다. 그곳에 배우 김신록이 섰다.
김신록이 한국 초연 연극 '프리마 파시'(기획, 제작 쇼노트)의 테사로 재탄생했다. 연극 '프리마 파시'는 극한의 감정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1인극. 연극은 성공가도를 달리던 유능한 변호사 테사가 성폭행 피해자로 전락하고 겪게 되는 격랑의 782일을 기록한 법정 드라마다. 믿었던 직장 동료에게 데이트 폭행을 당한 테사는 2년동안 법 체제와 맞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간다. 인권 변호사 출신 극작가 수지 밀러가 극본을 맡아 현실감 넘치는 법정극을 완성했다.
![연극 '프리마 파시' 김신록 [사진=쇼노트 ]](https://image.inews24.com/v1/a1181b1eaa0b3b.jpg)
![연극 '프리마 파시' 김신록 [사진=쇼노트 ]](https://image.inews24.com/v1/3e519c9277e388.jpg)
연극의 제목 '프리마 파시'는 라틴어에서 시작된 법률 용어다. '법원에 제시된 증거만 볼때, 소송을 계속할 만큼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초기 심사'를 뜻한다. 주인공 테사는 이 프리마 파시를 넘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그는 성폭행 피해자인 동시에, 자신의 피해사실을 스스로 입증하고 증명해야 하는 변호사이기도 하다.
사실 테사는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명제로 수많은 성폭행 사건을 무죄로 이끈 장본인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되고 나서야 테사는 이 명제가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지 깨닫는다. 테사는 가혹한 입증 책임으로 인해 고스란히 2차 피해에 노출된다. 결국 테사는 완벽하다 여겼던 법 제도의 불완전성에 절망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당장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여겨질 법한 작은 시도지만, 언젠가 유의미한 파장을 만들고 연대를 이끌고 종국엔 변화를 이끌어낼 것임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 1인극 '프리마 파시'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 반갑다. 이 작품이 부디 수많은 관객을 만나 다양한 분야에서 균열을 자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신록은 러닝타임 110분 동안 테사의 변화무쌍한 감정선을 쉼없이 표현한다. 널뛰는 감정선 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건 방대한 대사량이다. 퇴장 없이 진행되는 1인극에서 김신록은 오디오를 단 한순간도 쉬지 않는다. 그렇게 김신록은 오롯이 혼자서 무대를 꽉 채운다. 웃다 울다 끝내 무너지는 김신록의 열연은 관객들에게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김신록 외에도 이자람, 김신록이 테사로 분해 자신만의 테사를 완성한다.
![연극 '프리마 파시' 김신록 [사진=쇼노트 ]](https://image.inews24.com/v1/c9681e607a8cfe.jpg)
![연극 '프리마 파시' 김신록 [사진=쇼노트 ]](https://image.inews24.com/v1/d148b0cb467a32.jpg)
'프리마 파시'는 2019년 호주에서 초연됐으며, 이후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를 거쳐 전 세계 관객과 만났다. 탄탄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올리비에 어워즈, 토니 어워즈, 외부 비평가상 등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1월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러닝타임 110분(인터미션 없음). 17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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