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멜로무비' 이준영 "과거 나와 닮아 안쓰러워, 힘 뺀 연기 목표"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이준영이 '현실 구남친' 홍시준으로 돌아왔다. '멜로무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얼굴과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힘 뺀 연기를 하고자 노력했다는 이준영은 자신과 꽤 많이 닮아있는 홍시준에 크게 공감했고, 그래서 더 마음이 갔다며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무비'(극본 이나은, 연출 오충환)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다. 멜로 인생을 꿈꾸는 '서른이'들의 재회 로맨스로, 최우식과 박보영, 이준영, 전소니, 김재욱, 고창석, 김희정, 차우민 등이 출연했다.

고등학교 때 만난 첫사랑이자 7년 장기 연애를 한 커플이 있다. 하지만 여자의 이별 선언으로 헤어졌다가 5년 만에 재회하게 됐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로 인한 이별이다. 누군가는 이별을 통보하고 사라진 여자에게, 또 다른 누군가는 '잠수 이별'을 당해 5년 동안 그 사람을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남자에게 이입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입장에서 이들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견해와 해석이 나온다. 참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겠다가도 알게 되는 것이 사랑임을 '멜로무비' 속 홍시준(이준영 분)과 손주아(전소니 분) 커플이 보여준다.

이준영은 천재라 자부하지만 현실은 무명 작곡가인 홍시준 역을 맡아 전 여친이자 작가가 된 손주아 역 전소니와 7년 장기 연애 후 헤어졌다가 재회한 커플로 열연했다. 음악에 대한 꿈을 놓지 못하고 끝내 음악감독으로 성공하게 되는 홍시준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참 미성숙하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 이준영은 이런 홍시준을 현실적이고 안정적으로 연기해 호평을 얻고 있다. 다음은 이준영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작품 공개 후 어땠나?

"반응을 잘 찾아보지는 않는데 회사 분들이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좋은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한국 넷플릭스 1위라고 해서 감사하다."

- 왜 반응을 안 찾아보는 건가?

"그걸 보고 제가 투영을 하게 된다면 가짜가 되니까 최대한 제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그것으로 평가받고 싶은 생각이다. 해나가야 하는 작품이 있을 때 그걸 신경 쓰면 가짜를 보여드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지라 냉정하게 잘 안 보려고 한다. 하나하나 다 신경 쓰다 보면 제대로 집중해서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아서, 어느 정도만 수용하고 거기에 매몰되지 않으려 한다."

- 시준과 주아는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굉장히 잘 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이준영으로서는 누군가 서로 안 맞는 지점이 있으면 분명히 또 같은 문제로 싸우고 부딪힐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이 확실하고, 다시 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서 아름답게 잘 헤어진 것 같다."

- 혹시 이 생각이 자신의 연애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인가?

"저는 사실 연애 경험이 많이 없다. 그렇지만 제 생각엔 잘 헤어진 것 같다. 제가 글을 읽었을 때도 시준이가 되게 못난 부분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주아를 잘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주아를 더 힘들게 하지 않고 놓아주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제가 한 번이라도 느껴본 감정이 있는 캐릭터 위주로 선택하는 것 같다. 이번 '멜로무비'는 멜로도 있지만, 시준이에게 처한 상황이 저에게는 조금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음악을 꾸준히 해오면서 성공에 대한 갈망과 자기비판이 예전의 제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서 선택했다."

- 현재의 이준영이 과거의 이준영을 보는 느낌일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바라봤나?

"안쓰럽기도 하고 '나도 저랬는데' 하면서 보기도 했다. 그리고 상처 많이 안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글이 다 나와 있는 상태라 이 친구가 어떤 상황인지는 알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키를 주고 싶었다. "이렇게 해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 캐릭터 외에 또 이 작품에 끌렸던 이유가 있나?

"오충환 감독님의 '호텔 델루나', '빅마우스'를 재미있게 봤었고 이나은 작가님 글을 좋아해서 '그해 우리는'을 재미있게 봤다. 그래서 같이 작업을 너무 하고 싶었다. 또 최우식 선배님의 팬이었다.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저런 식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하게 해준 분이다.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너무 좋은 선배이자 형이라서 더 하고 싶었던 것도 있다."

- 그래서 그런지 이번 작품에서 자연스러운 현실 연기를 많이 보여준 것 같다.

"제가 매 작품마다 개인적으로 했던 피드백은 '왜 이렇게 힘을 많이 줬을까'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힘을 한 번 쭉 빼고 진짜 내가 평상시에 말하듯이 해보자, 대사의 맛이나 어미는 살리되 최대한 자연스럽게 해보자'가 목표였다. 그게 좀 자연스럽게 됐던 것 같다. 그런 호흡을 맞추면서 형, 누나들과 빨리 친해졌다. 최우식 선배님과 평상시에 장난치는 것 같은 신이 많아서 편안하게 나온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그럼 만족도는 높은 편인가?

"그건 또 아니다. 저한테 잣대가 굉장히 높다. 항상 작품이 끝나면 아쉬운 것 투성이다. 이걸 가지고 또 다른 작품에 가면 디벨롭해서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한다."

- 이번 작품에서 힘을 뺐는데도 아쉬움이 남은 지점은 무엇인가?

"디테일한 감정 표현이나 평소 얘기할 때의 몸 액션, 어미다. 물음표에도 급하게 물어보는 것이 있고 그냥 살짝 떠보는 것도 있다.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세분해서 준비하지 못하고 놓친 것 같아서 굉장히 아쉽다."

- 이나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현실적인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 시준, 주아 같은 커플은 100%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할 때도 '현실적이다, 있을 법하다'라는 얘기를 전소니 배우와 하면서 찍었다. 우동집 같은 경우도 진짜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았고, 녹음실 안에 갇혔을 때도 서로 먼저 좋아했다면서 유치하게 싸운다. 진짜 있는 얘기인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이 좋았다."

- 이준영 배우가 본 시준이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연애에서 굉장히 서툴다. 주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다. 겉으로는 강한 척하고 털털한 척하지만 굉장히 여린 친구다."

- 미장센이 꽉꽉 채워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품까지 디테일했는데,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 혹시 본인의 생각이 들어간 것도 있나?

"제 방에 레고가 많은데 촬영하다가 스태프들이 자신도 모르게 툭 쳐서 부러뜨리면 제가 "이거 누가 부쉈대요"라고 이르곤 했다.(웃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아가 떠나고 나선 레고를 좀 빼고 싶었다. 그런 변화가 있었으면 했는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주아를 너무 완벽하게 정리해버리는 것 같아서 미술감독님이 딱 적절하게 해주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이준영 배우가 생각하는 '멜로'는?

"큐브 같다. 어떨 때는 되게 잘 맞춰지는데 어떨 때는 잘 안 맞춰진다. 잘 맞춰질 때는 좋고, 안 맞춰질 때는 답답하고 자책도 한다. 그런 부분이 좀 비슷한 것 같다."

- '멜로무비'가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좋았다. 각 인물에게 상황이 주어진다. 그런데 미숙해서 말하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성장하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대화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