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호는 다방을 나왔다. 무작정 그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동호와 철민은 약속이나 한 듯 어깨를 움츠렸다. 바람이 불어왔다가는 빌딩 사이로 달아나고 있었다. 시커멓게 변색된 나뭇가지들이 휘청거리면서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동호와 철민은 바로 술집으로 향했다. 철민이 느닷없이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철민은 아마도 거리의 악사 같은 그 전도사를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전도사는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 을 얻으리라’라고 적힌 판자때기를 등에 메고 있는데 새끼공룡을 연상케 하는 꼴이었다. 그는 행인들을 향해서 '때가 왔소! 믿으시오!'라고 외치고 있었다.
대낮이라 술집은 텅 비어 있다시피 했다. 철민이 먼저 구석자리로 찾아가 앉았다.
이제 목이 꺾어진 선풍기는 아예 치워지고 없었다. 그 선풍기는 여름 내내 목이 꺾어진 채로 벽에 매달려 대롱거렸던 것이다.
주인은 아직도 파리채를 들고서 바퀴벌레와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동호는 소주를 시켰다. 그리고 탁자를 붙잡으며 투덜거렸다.
"제기랄."
모든 게 끈적끈적 달라붙고 있는 것 같았다. 사장도, 전도사도, 파리채도, 선풍기도……. 모든 것들이 나름대로의 접착력으로 불쾌하게 달라붙고 있었다. 마치 어느 날 문득 발견한 구두밑창의 껌딱지처럼 그랬다.
동호와 철민은 건배를 했다.
"내참 더러워서, 이 꼴이 뭡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대낮부터."
역시 불평을 하면서 잔을 부딪쳤다.
동호는 세 잔째부터 자작을 했다. 술이 약한 동호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금방 그의 눈에 핏발이 번지고 있었다. 철민도 역시 그랬다. 술병이 빠른 속도로 비워지자 주인이 다가왔다.
"아니, 웬 술들이우?"
그의 손에는 여전히 파리채가 쥐어져 있었다. 그가 쫓아온 것은 안면 있는 손님에게 베푸는 호의인 것이다.
"예, 한잔 하시죠."
"아, 아니요."
되레 철민이 술을 권하자 주인은 자신의 배를 쿡쿡 찌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약을 먹고 있다우."
주인에겐 아마 위장병이 있는 모양이었다. 계속 배를 찔러보면서 문 입구로 돌아갔다.
말머리는 어느새 박 주간에게로 돌아와 있었다.
"박 주간은 떠날 기회만 엿보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사장과 친분 때문에 질질 끌려온 거라는 얘기죠."
"그렇죠. 그러다 회사가 이 지경이 되니깐 재빨리 손을 털려고 하는 겁니다. 다만 대우를 받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대단할 뿐이죠."
"결코 회사를 지키려고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군요."
"그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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