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호는 눈을 치뜨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눈언저리와 목덜미가 굳어짐을 느꼈다.
"아니……."
절로 몇 마디가 입가로 비어져 나왔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사무실 철문은 'U.S'란 영자(英字)가 찍힌 보조 자물쇠까지 걸려 있었다. 평소에 보지 못한 일이었다. 또한 자물쇠 옆에는 혈서(書)같은 붉은 매직 글씨의 종이쪽이 붙어 있었다.
사무실을 3일간 폐쇄함. 동참할 분들은 추후 전화연락 하겠음.
종교생활사 부사장 백 X월 X일.
아니, 이럴 수가……. 동호는 방금 헛것을 보았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더 종이쪽을 훑어갔다. 하지만 매직 글씨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당당했다. 경고문처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동호는 심호흡을 했다. 조금 전 계단을 5층까지나 뛰었던 것이다. 출근시간을 단 일 분이라도 단축하기 위해서 그랬었다. 그런데 이젠 허망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허망한 감정은 잠시 뿐이었다. 허망한 감정은 어느새 불안으로 옮겨가고 그 불안이란 놈은 동호의 뒤통수를 날름날름 핥아대고 있었다. 그런데도 동호는 다음 동작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멍하니 쳐다보며 서 있기만 했다. 철문과 동호 사이로 늙은 청소부가 다가와서야 동호는 찔끔, 상체를 뒤로 젖혔다.
"무슨 일이어유?"
그녀는 살그머니 틀니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대답을 해줘야 쩌억 벌린 입을 다물겠다는 표정이었다. 동호는 종이쪽을 턱으로 가리켜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엉뚱한 소리를 내뱉고 입을 다물었다.
"문 열고 청솔 빨랑 혀야 지도 쉴 게 아니어유. 아참, 내 정신머리 좀 봐."
"네?"
그녀는 문맹인 모양이었다.
"키 큰 분 있지유. 저 길 건너 다방 간다구 갔구만유."
동호는 담배를 뽑아 물고서 등을 돌려버렸다. 건너편 예식장 강당에서는 여태 아침체조가 계속되고 있는 게 보였다. 아가씨들은 마치 지켜보는 눈초리가 있는 것처럼 카세트 구령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건물을 빠져나온 동호는 곧장 다방으로 갔다. 게을러빠진 계집. 다방은 그런 여자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아직도 졸음의 찌꺼기가 휴지 나부랭이처럼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막 깨어난 듯한 아가씨가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하품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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