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이병헌이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또 한번 명품배우 저력을 과시한다. 후배 배우들이 입 모아 "영광"이라고 말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이병헌인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도 자신의 이름값을 제대로 증명했다. 이에 오는 6월 공개될 시즌3에서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큰 기대가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쓴 황동혁 감독이 다시 각본, 연출, 제작을 맡았으며, 이정재와 이병헌, 위하준, 공유,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채국희, 이다윗, 노재원, 조유리, 최승현(탑), 원지안 등이 출연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역대 공개 첫 주 최다 시청수를 기록, 공개 18일 만에 넷플릭스 역대 3번째로 인기 있는 작품에 등극하며 폭발적인 화제성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둥글게 둥글게' 노래부터, 공기놀이, 제기차기, OX 투표 등 작품 속 등장하는 요소들을 활용한 콘텐츠가 팬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생성되기도 했다.
이에 황동혁 감독이 보여줄 장대한 피날레인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 반란 실패 이후 더욱 각성할 기훈과 프론트맨의 전면 대결 뿐만 아니라 영희의 친구 철수의 등장이 예고돼 궁금증이 더해진다.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시즌3는 오는 6월 27일 전 세계에 공개된다. 다음은 황인호이자 정체를 숨기고 오영일로 게임에 참여한 프론트맨 역의 이병헌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반응을 실감하나?
"놀랍다. 시즌1 때는 가면 쓰고 잠깐 나왔던 거라 반응을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낀 적이 없다. 미국에 갔을 때 누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라고 하면 "사실 내가 '오징어 게임' 프론트맨이야"라고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미국에 가서 팬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 되게 놀랐다. 이런 현상이 있기까지, 한국 콘텐츠가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빛나는 작품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 세계에서 사랑하고 시청해주지 않았을 거다. 이런 현상을 즐기려고 한다."

- 시즌1 끝나고 언제 시즌2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나?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할 때였는데, 같이 밥 먹으면서 얘기할 때만 해도 글쓰기도 전이고 구상하던 중이라 아무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고 6개월 동안 글을 썼더라. 저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가 될 거란 생각을 못 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시즌2를 만들 생각을 애초에 못 했으니까 그 짧은 시간 짜임새 있게, 재미있게 쓴다는 건 천재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직접 게임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어땠나?
"저도 참가한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황인호의 삶을 생각하면 아내가 아프기 시작하고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면서 아주 어두운 세월을 흘려보냈다. 결국 아내와 아이를 살리지 못했다. 더는 삶의 희망이 없는 시기에 게임을 하러 들어갔다. 그곳에서 더 암울하고 참혹한 인간의 밑바닥 본성을 경험하면서 더 인간에게도, 세상에게도 한 치의 희망도 바라지 않고 비관의 끝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황인호가 평범한 사람처럼 연기해도 웃음이나 환호가 나올까? 긴장하는 것 같은 연기를 과연 할 수 있을까? 그 선을 맞추는 것을 감독님과 제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이걸 어떻게 연기하라는 거지? 나는 굉장히 어두울 것 같은데, 얼굴에 그늘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같이 환호한다고?' 이런 생각을 깨는 것이 힘들었다. 결과물을 봤을 때는 그렇게 표현해야 재미있긴 하더라."
- 시청자들은 프론트맨이 영일이라는 걸 알고 보게 되는데, 기훈을 지켜보는 영일의 순간순간의 표정이 묘한 지점이 있었다. 그 부분에서 긴장이 커지곤 했는데 어떻게 살리려고 했나?
"기본적으로 가장 큰 목표는 그가 생각하는 잘못된 신념을 깨닫게 하고 무너뜨리는 것이다. 중간중간 내가 뒤에서 쳐다보는 장면은 '곧 깨닫게 될 거야'라고 하는 감정이다. 사람들을 가지고 노는 그런 느낌이다. 오일남이 반전의 재미를 줬다면 오영일은 극 초반에 짠하고 반전을 주고 시청자와만 아는 은밀한 계획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시청자들은 프론트맨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데 저 사람 시선으로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을 거다."

- 이번엔 실제 게임에 참가했는데 어땠나?
"쉽지 않다. 넷플릭스에서 게임이 다 들어있는 굿즈를 주셔서 집에서 해봤다. 딱 한 번에 통과한 건 제기차기밖에 없다. 팽이도 오랜만에 하니까 잘 안 되더라."
-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세트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도 궁금하다.
"처음 거기서 봤을 땐 정말 후줄근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트장은 말이 안 되는 규모라 많이 놀랐다. 누군가가 거기 들어가면 폐소공포증에 걸리지 않느냐고 했는데, 그런 느낌이 들 규모가 아니다. 어마어마하다. '둥글게 둥글게'를 하던 그 공간은 더 놀랍다. 200명 이상이 다 같이 올라가 있는데 판이 돌아간다. 거긴 CG가 없다. 부감으로 찍는데 머리가 사람 눈알처럼 보인다. 그 장면을 보는데 대박이다 싶었다."
- 시즌1은 사실상 특별출연에 가까웠고 이번엔 전면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서 감독님이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던 것이 있나?
"감독님과 제가 숙제로 생각한 건 참가자로서 연기할 때 어느 정도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였다. 이런 삶을 겪었던 프로트맨의 입장에서는 쉽게 나올 감정이 아니다. 그래서 절제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은 조금 더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장면마다 그 선을 맞추는 과정이 있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은 오징어 게임을 겪기 이전에 형사로서 일하던 인호와 모든 상황을 겪은 비관적인 프론트맨, 그들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영일, 이 3가지 캐릭터의 비중을 얼마만큼 두는가의 문제였다. 그 세 가지 모습이 순식간에 번갈아 가면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길 바랐다."
- 현주 역의 박성훈 배우가 권총 쏘는 자세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하던데 에피소드 소스가 있었나?
"특전사 캐릭터라 권총에 관해 설명하기도 하고 전문적으로 총을 다뤄야 한다. 그래서 저에게 물어보길래 아주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줬다. 제가 '지.아이.조' 촬영을 했을 때 배우들은 무조건 훈련장에 가서 총기를 배웠다. 한 두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산속에 가서 며칠 동안 훈련을 받는다."

- 이정재 배우와 브로맨스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이 많다. 그런 반응을 봤나?
"BL이라고 하더라. 거창한 뜻인 줄 알았는데 기자분이 설명해주셔서 알았다. 그런 반응을 봤지만 별생각은 없다. 제가 어릴 때라면 이런 저런 감정이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있구나' 정도다."
- 이정재 배우와는 98년도 '백야 3.98' 이후 거의 26년 만에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어땠나?
"제대로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이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상식장이나 파티에서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보긴 했다. 호흡을 맞추는 것에서 시간이 많이 들거나 어색하거나 한 건 없었다. 눈빛만 보면 바로바로 할 수 있어서 불편함이 전혀 없는 배우다."
- 이번에 많은 후배와 함께 했는데 인상적이었다 하는 배우가 있나?
"조유리라는 친구를 저는 누군지 전혀 몰랐다. 함께 연기하는데 눈빛이 좋더라. 감독님께 "저 배우는 처음 보는데 눈빛이 좋다"라고 하니까 본인도 그게 참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 이 작품을 통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 강애심 배우에게 '붉은 수수밭' 공리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런 말을 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나?
"그런 칭찬은 배우에게 있어 내가 연기를 열심히 하게 하는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 어떤 좋은 면을 봤을 때 넘기지 않고 그걸 얘기해주면 본인도 신이 나서 다음에 더 잘하게 되는 것 같다. '붉은 수수밭'에서 공리가 큰 배신감을 느끼며 쳐다보는 장면이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앵글도 비슷하고 분위기가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해서 그 말을 했다."

- 모든 배우가 "이병헌 배우와 연기를 같이 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감동"이라는 말을 한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을 끼는지 궁금하다.
"저는 그런 이병헌과 같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나.(웃음) 그렇게 주변 배우들이 제 얘기를 좋게 해주시는데, 그런 평가를 자꾸 들을수록 객관적으로 나를 보게 될 때가 있다. 약간 경직된다. '저렇게까지 나를 평가해준다고?'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를 굳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깨가 무거워지고 책임감이 심해질 때는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 최승현(탑)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인맥 캐스팅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정재 배우는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병헌 배우는 노코멘트라고만 해서 논란이 더 커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자기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굳이 왜 필요하냐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캐스팅에 대해선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지?' 했다. 30년 연기하면서 캐스팅에 관여한 적이 없다. 월권이다. 그건 감독님이나 캐스팅 디렉터가 할 일이다. 이 배우와 저 배우가 계속 붙어 있는 역할인데 혹시 사이가 안 좋을까 봐 "이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하는데 어떤가" 물어보는 경우는 있어도, 그 외에는 전혀 없다."
- '오징어 게임'이 워낙 화제작이다 보니 여러 이슈(탑, 박성훈)가 생기는 것 같은데 같이 출연한 선배 배우로서 어떤 생각이 드나?
"되게 안타깝다. 타노스에 대한 혹평, 현주 캐릭터를 맡은 박성훈 배우도 이런저런 얘기가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 드라마를 통해 집중과 성원을 받는 와중에 그 일이 일어나서 더 안타깝다."
- 20년 만에 박찬욱 감독과 재회해 영화 촬영을 했다. '어쩔수가없다'에 대한 관심도 큰데 어떤가?
"애드리브도 많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마어마하다. 대본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찍었다. 작품을 할 때마다 궁금하다 생각하지만, 이 작품처럼 궁금한 것이 없어서 빨리 보고 싶다. 감독님과는 20년 만에 작업을 하지만 그 세월이 생각 안 날 만큼 쿵짝이 잘 맞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 손예진 배우와는 첫 호흡이라 더욱 궁금해지는 것 같다.
"저도 시청자, 관객 입장에서 봐왔던 배우인데, 순발력이 대단하고 감정 표현도 뛰어난 배우다. 새삼 사람들이 왜 손예진, 손예진 하는지 알겠더라."
- 가족들과 미국에 가면 손도장 찍은 할리우드 거리에도 가나?
"아이들과 같이 몇 번이나 갔다. 같이 사진도 찍었다. 한 번은 아이들과 같이 온 가족에게 제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까 너무 놀라더라. 남편분은 몰래 카메라인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더라. 같이 사진 찍어준 기억이 있다."
- 아들, 딸은 아직 '오징어 게임'을 볼 수 없는 나이인데, 혹시 '오징어 게임' 자체를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하는지, 질문이 쏟아진다. "누가 죽냐", "아빠는 안 죽지?"라고 하더라."
- 시즌3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좀 더 어두워질 건가?
"주요 인물의 사연이 더 깊어지고, 그들의 유기적인 관계에 드라마가 또 생긴다.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그 안에 깊이 빠지는 상황이 되는데, 게임을 진행할수록 캐릭터들은 죽게 된다. 캐릭터에 정이 깊이 든 상태에서 그렇게 되면 상실감이 크고 슬퍼진다. 또 시즌3는 이야기가 종결되니까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더 스펙터클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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