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경제 연예 스포츠 라이프& 피플 포토·영상 스페셜&기획 최신


엔터경제 연예 스포츠
라이프& 피플 포토·영상
스페셜&기획 조이뉴스TV

[아침소설] 북으로 흐르는 강 <7> - 정찬주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봉옥은 컴컴한 아랫목을 쳐다보며 털썩 주저앉았다. 최 노인의 머리맡에는 봉옥이 소포로 부쳐준 약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때까지도 최 노인은 봉옥을 알아보지 못한 채 멍하니 누워 있었다. 정신이 잠깐씩 들락거리는 모양이었다. 봉옥은 앉은 자세로 다가가 아버지의 핏기 없는 누런 손을 잡아끌었다.

"아부지."

"아부지. 봉옥이 왔그만이라우."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힘겹게 눈꺼풀을 움직이며 최 노인이 입을 벌렸다.

"너 왔구나……."

"네."

그러나 최 노인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양미간을 찌푸리더니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봉옥에게 말을 하기 위해서는 힘을 더 끌어 모아야 했다. 말을 더듬거릴 수 있을 만큼 기력이 모아지면 스스로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최 노인이 더듬거렸다.

"날 현소 애비 옆……에다, 묻어주라."

"봉옥아…… 넌, 헐 수 있어……"

"그, 그 자리가 좋은 터다. 북으로 흐르는 강도 보이고……."

더 말을 하려던 최 노인은 또 기력이 빠져버린 듯 입술만 달싹였다. 입술이 말을 만들지 못하고 알 수 없는 시늉만 했다.

물이 고이듯 힘이 모아지고 난 뒤에야 몇 마디를 더 뱉어냈다.

"거, 거기에 날…… 묻기 전에는…… 울지 말그라."

"네, 아부지. 걱정 마시요."

최 노인의 말은 유언이나 다름없었다. 말을 겨우 마치더니 간헐적으로 깊은 숨을 내쉬며 눈꺼풀을 스르르 내렸다. 봉옥은 잡고 있던 아버지의 손을 놓고는 밖으로 나왔다.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견딜 수 없어서였다. 봉옥은 이를 꼭 물었다. 아버지의 당부대로 울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우선 장지부터 결정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봉옥은 뒤따라 나온 봉래에게 장지를 물었다.

"아부지 집은 어디가 좋겠소?"

"어제도 오늘 너한테 한 말하고 똑같이 나한테 당부하시드라만 원, 현소 집이서 받아 줘야제. 현소 집은 지금 난리가 나부렀다. 괜히 어제 가서 상의를 헌 것 같다."

"그럼 오빠 생각은 어쩌요?"

봉래는 기다렸다는 듯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러니까 어제는 마지못해서 현소에게 협조를 구하는 시늉을 한 것이지 봉래의 본심은 아버지의 생각과 다른 게 틀림없었다.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아침소설] 북으로 흐르는 강 <7> - 정찬주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