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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북으로 흐르는 강 <6>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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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봉옥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봉옥은 땀띠 샘 때문에 아버지와 큰 소리를 내지르며 다투었었다.

"아부지 이 땀띠 샘은 아부지하고 저하고 판 것이지라. 그런께 오늘부터는 우리 논 말고 다른 사람들 논에는 물을 댈 수 없을 것이구만요. 우리도 우리 것을 지켜야 해요. 우리도 가진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우릴 무시하는 사람덜한테 본때를 보여주잔 말이요."

"이놈아, 그런 소리 말어. 이 마실서 쫓겨나지 않고 붙어사는 것만도 감지덕지란 말이여. 이 속창아리 읎는 놈아."

"그래도 기죽고 살기는 싫그만이라."

"난 악업이 많은 사람 아니야. 그런께 헐 말이 읎단 말이다. 우물 가지고 야박하게 그러지 말고 그냥 놔둬라."

"난 못 참겠어라우. 아부지, 날 가시내 취급도 안해준다니께요."

"그건 니가 거칠기 땜시다."

"거칠긴요. 꺼꾸리 딸, 꺼꾸리 딸 허고 놀려대니깐 그러지라." 큰소리로 다툴 때마다 봉옥은 아버지에게 손찌검을 당하였다. 다음날에는 얼굴 한쪽이 푸르딩딩한 빛깔로 얼룩진 채 학교를 가곤 했던 것이다.

대나무 가지로 엮은 대문을 보는 순간 봉옥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붕을 기와로 올린 것 말고는 예나 지금이나 집의 몰골은 똑같았다. 퀴퀴한 흙냄새와 나무냄새도 아직 그대로였다. 봉옥은 마당에 굴러 떨어져 있는 남자 구두 한 짝을 댓돌에 놓으며 마루로 올라섰다. 그리고는 방문을 잡아당겼다.

방안 분위기는 봉옥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봉옥을 맞이하는 공기는 냉랭했다. 의절하다시피 살아온 봉래는 기묘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려 버렸고, 봉순은 말썽꾸러기를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봉옥은 봉래에게 소식 없이 늦게 온 것을 먼저 사과했다.

"오빠, 미안허요. 잘 기시지라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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