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오징어 게임'이 시즌2로 3년 만에 돌아왔다. 공개 즉시 전 세계를 강타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황동혁 감독이 부담이 컸던 만큼 감사함도 크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첫 악역으로 새 얼굴을 보여준 공유에 대한 극찬부터 게임 설정과 후일담까지 '오징어 게임2'에 대한 속내를 솔직하게 전했다.
지난 26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쓴 황동혁 감독이 다시 각본, 연출, 제작을 맡았으며, 이정재와 이병헌, 위하준, 공유,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채국희, 이다윗, 노재원, 조유리, 최승현(탑), 원지안 등이 출연했다.
2021년 공개한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 추억의 게임이 죽음의 게임이 되는 기발한 발상, 목숨 값이 곧 상금이 되는 독특한 데스 게임의 룰, 극단적인 자본주의 질서 안에서 경쟁적으로 변질되는 인간의 본성을 낱낱이 드러낸 스토리로 전 세계를 열광케 했다.
세계 곳곳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울려 퍼질 만큼 폭발적인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아시아 작품 최초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수상뿐만 아니라,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제28회 미국 배우 조합상®,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제58회 백상예술대상 등 유수의 국내외 시상식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전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누적 시청 시간 22억 시간을 돌파하며 여전히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작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시즌2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는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4일 동안 시청수를 집계한 결과 6800만 뷰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벌써 누적 시청 시간 기준, 넷플릭스에서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비영어권 TV 시리즈 7위에 올랐다. 또 공개도 되기 전 82회 골든글로브 TV 부문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국내에선 마약 전과자인 탑이 약쟁이 래퍼 타노스 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비난이 일었다. 여기에 더해 과장된 표정과 연기에 대한 혹평도 쏟아졌다. 반면 해외에서는 탑과 타노스 캐릭터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극에 있어서는 시즌1보다 게임의 재미가 약하고 지루하다는 평도 존재한다. 2025년 공개될 예정인 시즌3에서 이같은 불호 반응을 지워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다음은 황동혁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공개 후 굉장히 다양한 반응이 있었고, 글로벌 1위도 유지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의 심경은 어땠나?
"이게 왕관의 무게인가 했다. 가만히 있어도 목이 아프더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작품이라 떨리는 마음으로 공개를 지켜봤다. 작품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는 것도 봤고 재미있게 본 분들의 반응도 봤다. 뭐가 부족한가 생각했다가 좋아해 주는 분들의 반응엔 '이런 부분은 잘한 거구나' 하기도 했다. 부담이 컸는데 성적도 좋게 나왔다. 시청수도 잘 나와서 감사하다. 한국엔 지금 우울한 일 투성이인데 연말 그리고 새해에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무조건 감사할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 시즌2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고 있긴 하다. 혹시 안 좋은 평가에 있어서 이건 아니다, 하는 부분도 있나?
"시즌1은 어떤 기대도 없이 나왔고, 놀라움과 신선함으로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시즌2는 시즌1만큼의 신선함이 사라졌다. 그만큼의 반응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이 시리즈는 시즌3에서 끝난다.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싶어 더 늘리거나 하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불호 평가 중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하는 건 없다. 자본주의에 대한 메시지와 도파민 터지는 이야기, 더 재미있는 게임을 해달라는 상반된 기대감이 양쪽으로 커져서 다 만족시키긴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 기대감에 따라 실망도 나오는 거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없다. 그리고 제가 진짜 하고자 하던 이야기가 시즌3로 넘어가기 때문에 불호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부분은 감내해야 한다. 배신감, 실망을 감당하고 시즌3를 잘 만들어 보여드리고 싶다."
- 공유 배우가 연기한 딱지남이 다시 나와서 첫 화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러시안룰렛 게임을 설정한 이유와 연기에 대한 비하인드가 있다면 들려달라.
"시즌1에 딱지남이 잠깐 나오는데 많은 분이 좋아하고 궁금해했다. 시즌2를 기획하면서 1화는 딱지남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성기훈에게 단서는 딱지남 뿐이라 그를 찾는 얘기다. 그가 왜 이런 인간이 되었는지 설명하지는 못해도 단서를 줘서 추측하게 만들고 싶었다. 어릴 때 게임장에 들어간 친구 중 한 명이고, 자기 세계가 비뚤어진 상태로 성장한 사람으로 설정했다. 공유가 최초로 맡은 악역이다. 그런 면에서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에 딱지남을 미스터리하게 묘사하려고 했는데, 현장에서 공유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생전 처음 보여주는 표정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붉은 조명을 잘 써줘서 완벽한 느낌이 들었다. 총을 입속에 넣는 건 공유의 애드리브다. 그런 거 볼 때 이 친구가 악역을 위해 많은 걸 숨기고 있었구나, 모니터 볼 때 놀라움으로 지켜봤다."
- 시즌1은 10년에 걸쳐 대본을 썼고, 그 사이 세상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즌2에는 세상을 향한 어떤 시선을 담고 싶었나?
"경쟁이 치열하고 낙오자, 실패자에 대한 배려가 점점 줄고 각자도생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사이에 세상이 안 좋은 방향으로 너무 빠르게 변했다. 주목한 건 갈등과 분열이 많아지고 극단적으로 서로를 미워하는 세상이 됐다는 점이다. 힘들어지고 사는 것이 불행하다. 이렇게 된 원인이 서로에게 있는 건 아니다. 정치든, 관료든, 재력이든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황폐화한 건 위에 있는 사람들인데, 세상을 보면 우리끼리 싸우고 있다. 분노가 위로 향하지 않고 아래나 옆으로 향한다. 그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손가락질을 우리끼리 하면 바뀌나. 그게 성기훈의 반란이다. 왜 우리끼리 죽고 죽이냐며 분노가 위로 가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무모하고 실패할 것 같지만, 성기훈은 그런 얘기를 하고 시도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 시즌2에서는 협력하는 게임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두 번째 게임에서 현주(박성훈 분) 팀을 응원하는 장면을 넣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희망을 주고 응원하는 순간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2002년에 하나로 뭉치고 희열을 느꼈던 순간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한순간이지만 경쟁하는 게임이 아니라 5분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사는 게임을 생각했다. 처음엔 두 팀 중 먼저 들어오는 팀이 살고 다른 팀은 죽는 게임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응원하는 순간이 나올 수 없다. 그래서 모두가 한목소리로 희망을 응원하는 순간을 넣게 됐다."
- 무거운 분위기 곳곳에 유머 코드도 돋보인다.
"제가 코미디를 좋아한다. 심각한 영화를 만들 때도 그런 생각을 한다. 작품이 무겁고 잔인해도 어느 순간엔 코믹하게 풀어주고 싶었다. 힘든 순간에 비틀어보고 싶은 성향이 있어서 코믹한 부분을 넣은 것이 있다."
- 시즌1과는 또 다른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서 고민이 많이 됐을 것 같다. '둥글게 둥글게'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예상했나?
"첫 번째 게임은 똑같은 게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그니처 게임이고, 성기훈이 안에 들어가서 이끌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했다. 두 번째 게임은 예상과 달라야 한다. 그룹 내에서 이뤄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즌1 여섯 개의 게임을 만들 때 리스트를 뽑아놓은 것이 있었다. 거기서 남은 것이 있는데, 하나로 놓기엔 게임이 작아서 애매한 것이다. 그걸 하나로 모으면 훌륭한 한판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한국 전통 놀이를 세계에 소개하고 싶었는데, 그걸 모아서 하면 팀전이 되기도 하고 흥미로울 것 같더라. 세 번째 '둥글게 둥글게'는 유치원 때도 소풍 가면 아이들에게 많이 시켰다. 아이들을 끌어안게 하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누군가를 떼내기도 한다. 버림받는 게임이라 잔인하기도 하다. 소속감, 연대와 약자를 잔인하게 떼서 배제하는 묘한 게임이라는 생각에 넣었다. 그런데 그 노래가 유행할 줄은 몰랐다. 클럽 영상이 올라와서 놀랐다."
- '둥글게 둥글게' 노래가 음산한 느낌이 든다. 의도한 건가?
"음산하게 하려고 한 건 아니다. 밝게 한다고 한 거다. 게임의 잔인함과 아이들 목소리가 겹쳐서 음산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속도도 느려서 더 그런 것 같다."
- 두 번째 게임에서는 '그대에게'를 BGM으로 사용했다. 이유가 있나?
"대본을 쓸 때 응원하면 '그대에게'를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 대표적인 응원가지 않나. 그런데 그 노래까지 하면서 응원을 하면 오버인 것 같았다. 다음 기훈 팀은 아무도 안 본다. 그래서 기훈 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쓰고 싶었다. 외국 사람들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중요한 의미의 노래니까 썼을 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락을 어렵게 받았다. 나름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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