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는 유럽 슈퍼클럽 감독을 또 다시 역임할 수 있을까.
'거스 히딩크 신드롬'이 다시 한 번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권위지 '더타임스'가 18일 히딩크의 진로에 관해 의미있는 질문을 던졌다.
'5번의 리그 우승, 4번의 컵대회 우승,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4강에 월드컵 4강 2번을 달성하고도 슈퍼클럽 감독직과 이토록 인연이 없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23년의 감독 경력 중 그가 유럽 빅리그에서 지휘봉을 잡은 기간은 고작 3년반에 불과하다. 국가대표 감독 기간을 제외하면 90년대 스페인 발렌시아와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역임한 것 외에는 내놓을 만한 경력이 없다.
바꿔 말하면 그의 천재성이 번뜩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소속팀 PSV 에인트호벤은 빅리그 클럽이 아닌 이유로 매년 선수들을 팔아서 연명하는 처지다. 그럼에도 히딩크 휘하의 PSV는 매년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상위권을 노릴 만한 강호로 군림한다.
'더타임스'는 이에 대해 'PSV가 최근 3년간 이적시킨 선수들만 모아놔도 엄청난 강팀이 구성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윌프레드 보우마(아스톤빌라), 케빈 호플란트(볼프강), 이영표(토트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비롯해 요한 보겔(AC 밀란), 마르크 반봄멜(바르셀로나), 데니스 롬메달(찰튼), 아르헨 로벤(첼시), 마테야 케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놀드 브루힝크(헤레느벤)를 합치면 엄청난 전력의 베스트11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 점이 호세 무링요(첼시), 파비오 카펠로(유벤투스), 프랑크 레이카르트(바르셀로나) 등 명문팀 감독들과 히딩크가 다른 점'이라고 짚었다. 슈퍼클럽 감독들이 어떤 선수를 사올까 고민하는 동안 그는 매년 전력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에 못지 않은 성적을 낸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유가 무엇일까. '더타임스'는 히딩크 특유의 '전술적 유연성'을 최우선 요소로 들었다. 때로는 극단적인 공격으로, 때로는 수비위주의 축구로 매번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실제 히딩크는 88년 8강부터 결승까지 단 2골만 기록하고도 PSV를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2002년에는 '전원공격'의 개념을 도입해 한국의 월드컵 4강이란 신화를 창조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상대의 전력에 따라 스타일을 바꿔가며 대처한 결과 수많은 선수들의 이탈을 감수하고도 매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히딩크의 올해 나이는 59세. 감독 나이에는 정년이 없다지만 그가 축구계에서 호령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현역 감독 중 리그타이틀 5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이상을 달성한 감독은 모두 7명.
히딩크와 함께 알렉스 퍼거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카펠로, 지오반니 트라파토니(전 이탈리아), 마르셀로 리피(현 이탈리아), 루이스 반 할(전 바르셀로나), 오트마르 히츠필드(전 바이에른 뮌헨)가 이 같은 업적을 달성한 감독들이다.
의문점은 나머지 6명이 모두 이탈리아, 독일, 잉글랜드, 스페인 무대에서 최강팀을 이끈 반면 히딩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더타임스'는 히딩크가 선택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관측했다.

호주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며 다시 한 번 명성을 입증한 그가 내년 독일 월드컵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PSV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이 다시 한 번 이루어지면 슈퍼클럽들이 그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히딩크의 속마음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스스로 "도전을 즐긴다"고 밝힌 바 있는 그가 과연 에인트호벤이란 소도시에서 자신의 축구경력을 마감할지, 아니면 또 다른 깜짝 놀랄만한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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