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이현우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얼굴을 장착하고 첫 스릴러 장르로 돌아왔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와 갈등을 통해 긴장과 공포를 전하는 영화 '원정빌라' 속 청년으로 변신해 또 한번 연기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현우는 연기적인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된 '원정빌라'와 첫 도전한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를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에 맞게 조금 더 자신의 삶에 책임감을 느끼고 잘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지난 4일 개봉된 '원정빌라'(감독 김선국)는 교외의 오래된 빌라, 어느 날 불법 전단지가 배포된 후 이로 인해 꺼림칙하게 된 이웃들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현실 공포 영화다. 이현우는 203호에 사는 청년 주현 역을, 문정희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광기를 드러내는 303호 신혜 역을, 방민아는 의문의 약사 유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초청 상영 전회 매진을 기록한 '원정빌라'는 김선국 감독의 첫 장면 영화로, 부산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
이현우는 교외에 위치한 오래된 다세대 주택 원정빌라 203호에 사는 청년 주현을 연기했다. 주현은 아픈 어머니와 조카를 돌보며 은행 경비 일과 공인중개사 시험을 병행하는 인물. 그는 이기적이고 무례한 위층 303호 여자 신혜(문정희 분)와 주차 문제로 실랑이를 하고, 층간소음 문제로 얽히면서 불편한 관계가 된다.
극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현실적이라고 느꼈다는 이현우는 지금까지 보여준 밝고 해맑은 이미지와는 달리 다소 냉소적이고 예민함까지 느껴지는 인물을 섬세하게 연기해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갈수록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 맞서는 위태로움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표현하며 작품의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다음은 이현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화를 본 소감은?
"스릴러 적인 부분이 몰입할 수 있게 잘 들어있어서 좋았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인물 간의 상황이나 스토리가 흘러가는 부분이 조금만 들여다보면 몰입하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땠나?
"주현이라는 인물에 흥미가 많이 갔다. 극이 시작되는 이야기가 주차, 층간 소음 문제다. 그즈음 그런 뉴스가 많이 나왔다.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도 있어서 이런 일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기본 바탕이 됐다. 또 이단 문제로 넘어가는 것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 실제로 경험한 것이 있나?
"종교적인 것은 경험하지 못했고 주차 문제 갈등도 없었다. 마트 갔을 때 주차 자리를 맡아두는 경우는 한두 번 봤다. 굳이 싸우고 싶지는 않아 돌았던 기억이 있다. 층간 소음은 크게 투닥거린 건 없고 어렸을 때 저희 남매 때문에 아래층에서 올라오셔서 주의를 주셨던 기억이 있긴 하다.(웃음)"
- 주현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다면?
"김선국 감독님과 미팅할 때 "현우 씨는 평소 밝은 이미지로 알고 있지만, 어려서부터 보면 뭔가 속 안에 눌린 슬픔이 있는 것 같다"라고 하셨다. 어떻게 아셨을까 싶었다. 그런 지점이 어떤 사람이라도 있지 않나. 주현이는 표면적으로는 악과 맞서 싸우는 선의 캐릭터로 보이지만 상황 속 감정 표현, 행동은 무조건 선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시니컬함이 계속 묻어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 부분들이 그간 해보지 못한 것을 도전한 건 맞지만 제 속에서 꺼낸 부분들도 있어서 아예 없는 걸 만들지 않았던 것 같다."
- 주현은 어머니와 조카를 지키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세상을 진취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도 주저하지 않는데, 그런 지점도 닮은 부분이 있나?
"캐릭터와 그렇게 많은 연관을 짓지는 않았지만, 있기는 하다. 주현이는 가정환경, 사회 속에서 따라오는 책임감이 있는 친구고, 저는 어려서부터 이 일을 하면서 사회적인 생각이 또래보다는 빠르게 형성이 됐다. 애어른 같은 것이 있어서 주현의 모습이 마냥 낯설진 않은 것 같다. 재미있다고 표현하긴 좀 그렇지만, 마음이 많이 갔던 건, 삶 자체는 다르지만 주현이가 가지고 있는 요소가 있다. 녹록지 않은 형편에도 좋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인 건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주현에게 마음이 갔던 것 같다."
- 문정희, 방민아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문정희 선배님과의 작업은 진짜 감사드리고 재미있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선배님이 원래 성격이 좋고 밝으신데, 신혜로 몰입했을 때 무서운 순간이 있었다. 선배님 덕분에 몰입하고 힘내서 주현을 잘 표현할 수 있어 감사드린다. 방민아 씨와는 '인기가요' MC를 같이 해서 친분이 있다. 편하고 어렵지 않다 보니 서로 얘기를 하면서 맞추고 만들어갔다. 힘든 일이 있어도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넘기고 의지가 많이 됐던 친구다."
- 연락을 계속 해왔던 건가?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얼굴을 계속 안 봤어도 친밀감이 남아있다 보니 다시 만났을 때 편하게 잘했던 것 같다. 10년 전인데,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업계에서 같이 연기를 한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시간이 참 빠르다. 우리 벌써 서른 살이 넘었네. 잘 버티고 있다"라는 얘기도 하곤 했다."
- MC를 할 때는 걸스데이 민아로 봤을 텐데, 배우 방민아는 어땠나?
"걸스데이 활동할 때의 모습만 보다가 제가 직접 현장에서 방민아라는 배우를 마주치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 편한 사석에서 나오는 제스처와 일을 할 때는 구분이 지어지지 않나. 너무나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이고, 본인의 것을 잘 지키고 또 가져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제가 더 든든했다."
- 그간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했는데, 연기적인 갈증이 있었나?
"계속 연기적인 갈증이 생기던 시점이었다. 역할의 크고 작음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서 하고 싶다고 하던 때였다. 주현 캐릭터는 그 부분에서 많은 것이 충족되는 지점이 있다."
- 그렇다면 그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됐나? 어떤 변화가 왔나?
"8% 정도?(웃음) 좋았던 건 연기하면서 나타난 표정이 몇 군데 담긴 것 같다. 연기적으로 엄청난 해소가 된 것이 아니라 상황 속 인물을 집중해서 연기했고 그것이 어느 정도 비친다는 것이 뿌듯한 것 같다. 작년 11월에 '원정빌라'를 찍고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를 하면서 극을 길게 이끌어가게 됐는데, 그래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그 전엔 스스로 위축이 되고 한계에 부딪힌 것 같은 생각이 들다 보니 연기적인 갈증이 생기게 됐다. 그런 부분을 좀 완화하는 작업을 감사하게도 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좋다."
- 한계를 돌파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쉬려고 한 적은 없나?
"주저앉을 때도 있다. 그래서 군대도 갑작스럽게 갔다 왔다. 그때는 스트레스가 많고, 연기하는 것이 재미없을 정도로 다운이 됐다. 이런 마음으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서 군대에 갔다. 그 시간이 흐르고 전역한 후 너무나 감사하게도 한 작품씩 해나가면서 용기가 생긴 것 같다. 도전하고 부딪히면서 깨닫고, 아쉬움 속에서 많은 것을 찾아가다 보니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 그런 불안감을 표출하기도 하나?
"제 성격이 많이 드러내는 건 아닌 것 같다. 진짜 힘들거나 하면 기대려고 하지만, 굳이 얘기 안 하고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고 싶으면 웬만하면 참는다."
- 그럼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따로 있나?
"시간이 지나면 잘 풀린다. 노래방 가고 골프 치고 그런 것보다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낮잠 자고 일어나면 괜찮다. 좀 무딘 것이 있다."
- 순둥한 이미지고 성격인 것 같은데, 이런 이미지가 주는 역할의 한계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너무 편협한 사고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제가 잘하면 되는 건데, 입 밖으로 계속 꺼내니까 그렇게 되는 건 아닌가 싶다. 한정적인 역할에 대한 고민이 크긴 하다. 그래서 제일 많이 신경 쓴 것이 목소리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미성이었다. 평소 말투나 목소리를 바꿔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는데 쉽지가 않더라. 그래서 보이스 트레이닝을 다니기도 했다. 신기했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의 훈련을 시켜주셨고, 몇 개월 잠깐 다니면서도 배운 것이 많아서 좋은 경험이었다."
-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꿈은 무엇인가?
"소박하지만 거창하고 추상적인데,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좋은 배우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 정의를 내리진 못했지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리고 예전부터 꿔온 꿈은 할리우드 작품에 한 번 이상 경험하는 것이다. 장르 불문하고 할리우드 시스템을 경험하고 싶다. 우리나라 영화 산업도 무궁무진하게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그쪽에서는 어떻게 만들길래 그런 어마어마한 작품을 쏟아내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
- 앞으로 또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
"요즘 눈에 들어오는 장르가 군인, 전쟁 영화다. 예전부터 좋아했다. 집에서 OTT로 보다 보면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 데뷔 20년을 맞이하게 되는 소감과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어떤지 궁금하다.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다. 그동안 잘 견뎠구나 싶고 앞으로 5~10년 후엔 또 어떨까 궁금하다. 요즘은 지금 시작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어제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하고 오는데 "다른 일을 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생각했는데 지금은 떠오르는 다른 일이 없더라.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는 것 같다. 다른 걸 안 해보기도 했지만, 이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 30대의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매번 똑같은데 부지런해졌으면 한다. 옛날에 비하면 저 스스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산다. 그걸 뼈저리게 마음에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저 스스로 미래에 관한 생각을 가져보면 지금 현재 조금이라도 제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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