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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포옹 <10>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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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그밖에 부음을 전할 곳이라고는 아무 데도 없었다. 장인은 혈혈단신으로 월남했기 때문에 그렇고, 장모 쪽은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그나마 이민을 가버리고 없을뿐더러 아내 또한 형제가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 집안의 대가 끊기는 것일까?

그래서 자취도 없이 분해되어 버리는 것인지 갑자기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왜 서로가 할퀴고 소리 지르고 덤비고 그러는 것인지……담배를 뽑아 물자, 장인이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부르곤 하던 그 노래가 들려오는 듯했다. 꽃잎은 하염없이바람에 날리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더불어 장인의 그 일화도 생각났다. 장인이 빚보증을 잘못 선 바람에 알거지가 되어 전세방에 나앉은 때의 우습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일화이다. 날마다 빚쟁이들이 몰려왔다. 그런데 장인은 그날따라 빚쟁이들을 피해 숨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술이 많이 취해 있었다.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장인은 빚쟁이들 앞에서 춤을 추었다. 정말로 기막힌 춤이었다고 한다. 빚쟁이들의 기세를 한 순간에 꺾어버린 멋진 춤이었다고 한다. 나는 가방 속에 두툼한 잠바를 챙겨 넣었다. K섬 하면 군대생활 때 겪었던 추위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빨래를 해서 난롯가에 널어놓으면 온기를 받는 쪽은 물기가 제

거되지만 그 반대쪽은 얼음장 그대로였다.

어떤 날은 총기가 끈적끈적해질 때도 있었다. 총기 겉에 붙어있던 살얼음이 살갗에 달라붙기 때문이었다. 섬을 잇는 다리가 놓여 육지의 혹처럼 돼버린 K섬. 그곳으로 가는 시외버스 정류장은 추위에 대한 연상 탓인지는 몰라도 예전처럼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먼저 나와 있던 아내가 내게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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