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시위야? 콘서트장이야?'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에 K팝과 응원봉이 등장하자 전세계가 주목했다. 과거 비장하고 엄숙하기까지 했던 가사의 '민중가요'들이 한켠으로 물러나고, 흥겨운 유행가가 '연대'의 상징이 됐다.
지난 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수십만의 참가자들이 몰려들었다. 2030 세대들은 좋아하는 K팝 그룹의 응원봉을 흔들며 시위에 참여했고, K팝을 따라부르며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흡사 음악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시위 현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불성립된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집회가 끝난 후에도 국회를 둘러싸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518a9b60a2ef3.jpg)
과거의 시위를 기억하는 4050 세대들은 달라진 시위문화에 놀라워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음 시위에 가려고 하는데, 어떤 노래를 미리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집회에서도 울려퍼진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는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도 어김없이 울려퍼졌다. 정치적인 이슈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노래 제목과 더불어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이라는 희망찬 가사 덕에 '레전드 시위곡'으로 불린다. 2020년 태국 반정부 시위에서도 불릴 만큼 상징적인 노래가 됐다. 소녀시대의 또다른 곡 '힘내'와 god의 '촛불하나',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 슈퍼주니어 '쏘리쏘리' 등도 '탄핵 플리'(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된 노래들이다.
10년 전 시위에선 들을 수 없었던 '신생' K팝들도 많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결국에 넌 변했지'라는 적절한(?) 가사로 시작하는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도 이번 시위에서 흥을 끌어올린 노래다. 시위 참가자들은 '오늘밤은 삐딱하게'를 떼창하며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불성립된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집회가 끝난 후에도 국회를 둘러싸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09de4b7ac721b.jpg)
1020 세대들에 인기를 얻는 요즘 K팝들도 있다. 글로벌 인기를 얻은 로제의 '아파트'가 흘러 나오자 일부 참가자들은 '탄핵해 탄핵해'로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에스파의 '위플래시'에 맞춰 "빨리빨리 국회표결" "윤석열 탄핵" 구호를 외쳤고,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와 '해피'로 활기찬 에너지와 흥을 끌어올렸다.
민주화를 이끌었던 세대들이 반가워할 만한 노래들도 많았다. 로제의 '아파트' 덕분에 재조명 되고 있는 윤수일의 '아파트'는 물론 영원한 응원가 신해철의 '그대에게', 노래를 찾는 사람들 '임을 위한 행진곡', 안치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 오랫동안 사랑받는 곡들도 여의도에 울려퍼졌다.
시민들은 박근혜 탄핵 시위 현장에서 들었던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을 들었다. 형형색색의 야광봉은 불이 꺼지지 않는데다, K팝 팬덤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한두개씩은 소장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세븐틴의 '캐럿봉', NCT의 '믐뭔봉', 뉴진스의 '빙키봉', 에스파 '스봉이' 스트레이 키즈의 '나침봉', 방탄소년단 '아미밤', 샤이니 '슈팅스타' 등 각 팬클럽을 상징하는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팬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도 응원봉 꺼내서 여의도로 가자' 등의 반응이 쏟아졌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응원봉 거래가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과의 삼엄한 대치, 무겁고 비장했던 과거의 시위 대신 케이팝과 아이돌 응원봉으로 가득한 이번 시위에 외신들도 주목했다.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는 이같은 모습이 담긴 게시물들이 화제가 되고 있으며, 전세계 K팝 팬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영상을 먼저 접하고, 윤석열 탄핵집회를 알게 됐다'는 반응도 보였다.
뉴스를 통해 시위 현장을 봤다는 한 네티즌은 "젊은 세대들이 즐겁고 개성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좋았다. 초등학생 아들 손잡고 다음 시위에 함께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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