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영화 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해 온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기억해야 할 영웅들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뜨거운 불길에 기꺼이 몸을 던지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다.
영화의 소재가 된 홍제동 화재 참사는 2001년 3월4일 새벽 3시 47분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시작됐다. 당시 서울 서부소방서에 근무 중이던 소방관 6명은 목숨을 잃었고, 3명은 큰 부상을 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세상에 알려졌다.
영화는 우리가 그간 잘 몰랐던 소방관의 현실을 그려낸다. 소방관은 평생 생명보험조차 들지 못하고, 화상상처를 훈장처럼 달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주연배우 주원, 곽도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등은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주원은 화재사건으로 용태(김민재 분)를 잃은 후 상실감과 죄책감에 빠지지만 이를 극복하고 생명 살리기에 나서는 신입 소방관 철웅 역을 맡았다. 주원은 촬영하는 동안 매일 홍제동 화재 참사 영상을 돌려보며 숭고한 마음을 되새겼다고 밝혔다.
곽도원은 서부소방서 구조반장 진섭으로 분했다. 인간미 넘치는 동시에 소방관 처우를 위해 몸소 나서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을 든든하게 지휘하는 구조대장 인기(유재명 분), 당찬 성격의 구급대원 서희(이유영 분), 어떠한 현장도 가리지 않는 소방관 용태(김민재 분), 효종(오대환 분), 기철(이준혁 분) 등은 진정한 '파이어 파이터'로 활약한다.
소방관 가족들의 모습 역시 깊이 와닿는다. 진섭(곽도원 분)의 아내 도순(장영남 분)은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소방관 가족의 현실을 담아낸다.
영화에는 실제 화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씬이 여럿 등장한다. 솟구치는 불길,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연기 등은 마치 화재 현장에 실제로 들어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객들은 어느새 인명 구조를 위해 불길 속에 뛰어든 소방관들의 무사귀환을 함께 염원하고, '제발 살아달라' '제발 살려달라'며 손을 꼭 쥔채 기도하게 된다. 다만 뿌연 연기로 인해 화면 속 장면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거나, 산소마스크로 인해 대사 전달이 명확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영화는 '친구' '극비수사'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등을 선보인 곽경택 감독의 신작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주연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논란, 그리고 투자배급사의 변경 등으로 제작 완료 4년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4일 개봉. 러닝타임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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