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데뷔 25주년을 맞은 '명곡 제조기' 백지영이 새 미니앨범 'Ordinary Grace'(오디너리 그레이스)로 컴백한다. 12월 2일 공개되는 이번 앨범은 강타가 참여한 타이틀곡 '그래 맞아'로 아름답고 쓸쓸한 가을에 잘 어울리는 백지영 표 감성 발라드를 리스너에게 선사한다.
백지영은 최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컴백 기념 인터뷰를 통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소감, 신보를 통해 얻고 싶은 피드백, 다양한 앨범 비화, 댄스곡 컴백 계획 등을 다양하게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백지영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25년 전과 지금, 가장 많이 변한 것이 있다면? 그리고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25년 전 갖고 있었던 걸 지키려 한 건 없다. 그 때의 난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고 활동 시스템상 음악을 고를 권리나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하고 싶어서 한 것보다 하기 싫어도 한 게 많았다. 피곤하고 불만스럽고 고단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30 40 50주년까지 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고 동력이 됐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노래를 대하는 마음이다. 어쩌다 보니 가수가 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한 곡 한 곡 노래를 대하는 마음은 신기하고 정성스럽고 벅찼다. 지금도 그렇다.
◇25년을 보컬리스트로만 활동하는 건 굉장히 드문 사례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직업형 가수라고 생각한다. 내 직업에 굉장히 만족한다. 한때 나도 가사를 쓰고 곡을 써서 싣고 내 앨범 프로듀싱 하는 열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내 회사와 내가 힘들지 않게 회사를 유지하고 가수 생명을 이어가는게 최우선 목표였다. 그러려면 내가 곡을 쓰고 하기 위해 공부할 시간을 갖는 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아이가 태어나니 더 불가능해졌다. 그 과정에서 내 얘기를 노래에 녹인 것보다, 다른 사람이 만든 노래 속 화자를 이해하는 게 더 내게 맞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표현하는 게 더 맞는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열망이 있어서 내걸 분출하고 싶었다면 잠을 안자고서라도 (프로듀싱을) 했겠지만 나는 표현하는 즐거움과 탤런트가 더 큰 사람이다. 실제로 노래의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게 어렵진 않다. 내 감정을 가져다 쓰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긴 하다.
◇목소리가 명함인 가수 중 하나다. 누구나 들어도 아는 목소리, 백지영에겐 장점일까 단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장점이다. 예전엔 고민하던 시기는 있었다. 내 음색은 처음엔 장점이었지만, 발성이나 호흡을 적당히 바꿔서는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좋은 발라드인데도 리스너들이 내 노래를 듣는 걸 지쳐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장점이 거슬리는 순간도 있었으나 그걸 바꾸려고 되게 노력하진 않았다. 그걸 바꾸는게 내게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중이 (내 목소리에) 등을 돌린게 아니니, 이 색깔이 오래 가면 갈수록 익숙함을 넘어서서 스며들 날이 올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진지하고 조급하지 않게 기다려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25년을 대표하는 백지영의 노래는 무엇인가. 그리고 수많은 프로듀서 작곡가 중 다시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 인생을 대표할 만한 노래다 라는 건 '사랑 안 해'가 맞다. 데뷔곡도 있고 인기를 얻은 곡, 댄스, OST 많은데 사실 내 인생에 커다란 터닝 포인트를 함께 해준게 '사랑 안 해'다. 그 노래를 만난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돈을 더 벌어다준 노래도 있고 콘서트에서 더 떼창이 잘 되는 노래도 있지만 오로지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사랑 안 해'다. 그리고 '우리가'라는 노래를 작곡해준 지고릴라와는 꼭 다시 한 번 작업해보고 싶다. 내 20주년 타이틀곡이었는데 그 노래가 잘 안 됏다. 실제로 그 노래는 억지스럽지 않게 정말 토해내듯 열창했던 노래다. 그 노래가 너무 아깝고, 그 노래를 너무 사랑한다. 지고릴라가 그 노래가 잘 안 된걸 너무 미안해 했다. 이걸 해프닝으로 만들려면 다시 지고릴라와 작업해서 신곡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가지 좋은 곡이라 평가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백지영은 언제까지 가수를 하게 될지 생각해본 적 있나.
예전에 이미자 선생님 50주년 '빅쇼'를 TV에서 봤다. 지금은 60주년 되지 않으셨을까. 너무 대단하고 아직도 목소리가 그대로시구나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 내가 저 나이 되면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그러고 싶다는 마음이 막 생긴다. 그렇게 50주년을 맞으면 너무 영광일 것 같다.
◇얼마 전 '25주년 동기' 김범수 콘서트 게스트에 섰다. 동료들과 함께 현업에 있는 기분은 어떤가.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얼마 전 이승기가 20주년을 맞으면서 앨범 작업을 위해 선후배 가수들에게 피처링을 부탁하는 전화를 돌렸다. 서로 20주년과 25주년을 축하하면서 전화를 끊으려는데, 승기가 '누나, 저희 진짜 존버했네요' 하더라. 그게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너무 공감하니까, '존버 느낌 가수 모임 만들어볼까요' 하더라. 그렇게 모임이 생겼다. 대장이 윤종신이고 나 린 이수 김범수 거미 케이윌 이승기 이원석이 뭉쳤다. 진짜 별 얘기 다 했다. 20년 넘게 목 쓰는 가수들이다보니 말 못할 사정들이 다 있었고, 관련한 별 얘기를 다 했다. 이 모임이 너무 소중하더라. 모임 이름을 고민하다가 케이윌이 '버틴 자들'을 줄여 'BTX'로 하자길래 그렇게 하자고 했다.
◇한국 여성 보컬로 늘 손꼽히는 가수다. 이 수식어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노래 잘한다' 수식어는 송구스럽다. 나만큼 노래하는 가수는 너무 많다. 그래서 그 말은 날 사랑하는 마음으로 쳐주는 박수와 비슷하게 받아들인다. 보람이 되고 보상이 되는 감사한 말이다. 하지만 나도 듣는 귀가 있다 보니 노래 잘하는 친구들 순위를 1위부터 50위까지 매기면 난 없을 것 같다. 100위까지 매기면 들어갈까 말까? 보상이 되는 말이지만 실제 실력이 그 정도는 아니라 생각한다.
◇보컬리스트로서 꼭 지키는 백지영만의 소신이 있나.
보컬리스트로서 소신과 사람 백지영으로서 소신이 비슷하다. 될 수 있으면 거짓말을 하지 말자. 그게 내 소신이다.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난다. 들통나는 순간 너무 부끄러우니, 부끄러울 짓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가볍게 들리겠지만 타협할 수 없는 나만의 소신이다. 노래할 때도 그게 대입된다. 대충 노래하는 것도 거짓 같아서 그러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이번 앨범으로 듣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언니 저 타이틀도 좋은데 '단잠' 너무 좋아요", "'플라이' 너무 위로 됐어요", "'숨은 빛' 언니 노래인지 몰랐어요" 처럼 수록곡에 대한 평이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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