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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풍경 <6>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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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아버지는 김 형사의 얘길 더 할 듯하다가는 스스로 미로에 빠진 듯 낙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바로 이러한 의문투성이 때문에 행방불명된 동생의 소식을 김 형사로부터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나의 생각도 아버지와 비슷했다. 김 형사는 요양을 위해서 휴직계를 냈다고 하지만 그 이유가 의문투성이었다. 왜 갑자기 휴직을 했으며, 왜 살던 집을 전세 내주고 4.19탑 부근으로 잠적을 했을까 하는 점이 그렇고, 휴식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하루의 반 이상을 산 속에서 소일한다는 게 그 이유가 불분명하였다.

"혹시 영민이 신병처리가 잘못되어 저회들끼리 알력이 생겨 그런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다. 김 형사는 동생과 전혀 관계없이 저러고 있을 수도 있었다. 간염 같은 것이 재발되어 휴직계를 냈을 수도 있을 것이며, 쉬는 동안에는 직장 일을 아주 잊고 지내기 위해 동료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잠적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복직이 되면 더욱 충성스럽게 학생들을 연행하고 닦달하고 겁을 주기 위해서 하루 종일 북한산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입석버스로 갈아탄 후부터, 아버지는 앞뒤 자리에 서로 앉게 된 탓인지 할 말을 줄여서 물곤 하였다.

버스가 서울대학병원의 영안실 앞을 지나고 있을 때는 '이제는 원(苑)자가 궁(宮)자로 바뀌어서 창경궁이라고 헌다면서'라든가, 차가 학생들이 바글바글한 돈암동을 지나고 있을 때는 '니 동생 학교는 안암동에 있지야. 입학식에 못 갔으니께 졸업식에는 꼭 가봐야 허겄다만' 하고 말했다.

나는 길음동 거리의 어느 안경점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머니가 신주단지처럼 선반 위에 보관하고 있는 동생의 검은 뿔테 안경이 생각나서였다.

어쩌면 그것은 동생의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러나 어머니는 시위 현장에서 주워온 그것을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 알이 깨어져 없는, 한쪽의 뿔테가 불에 이지러진 안경을 동생의 것인 양 선반 위에 올려놓고 하루에도 여러 번씩 바라보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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