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경제 연예 스포츠 라이프& 피플 포토·영상 스페셜&기획 최신


엔터경제 연예 스포츠
라이프& 피플 포토·영상
스페셜&기획 조이뉴스TV

[아침소설] 풍경 <5> - 정찬주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김 형사가 살고 있다는 4.19탑 부근은 나에게도 낯익은 곳이었다. 대학 3학년 때 그곳에 있는 저택에서 집지기로 자취를 하며 한 해 동안이나 보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곳을 가려면 광화문으로 나가서 6번이나 8번 버스를 타고 가다 내리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에게 그곳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산행을 나가는 사람처럼 방한복에다 흰 면장갑을 끼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빈말을 한번 던져본 것이 고작이었다.

"사람들이 보면 북한산으로 등산가는 줄 알겠구만요."

"이놈아, 이런 날씨에 등산하는 사람이 어딨냐?"

잔뜩 내려앉은 허공을 보면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만 같았다. 허공은 먹물을 흩뿌려 놓은 듯 짙은 잿빛으로 얼룩져 있었다.

아버지는 광화문 행 좌석버스에 앉자마자 김 형사 얘기부터 늘어놓았다.

"김 형사 잡을 어떻게 찾아낸 줄 아냐? 그 꼬마 녀석 때문에 찾아냈지 뭐냐, 니 에미허고 북한산 백련사엘 들렀다 내려오던 길이었을 것이다. 백련사허고 4.19탑 중간쯤에 버스종점이 있제. 그 종점 옆 공터 돌밭에 애기가 자빠져 있지 뭐냐. 난 귀찮아서 그냥 가자고 그랬는디 니 에미가 절에 갔다 온 사람덜이 그러믄 쓰겄냐고 하더라. 그래 그 애기헌테 가봤더니 애기 이마가 아주 겁나게 찢어져 있지 뭐냐. 얼른 피를 닦아주고 애기를 살살 달개서 지 집에 데려다 주었제."

"……"

"아, 그런디 세상 인심도 알만 허지. 애기엄마가 정육점을 하고 있더라만. 애기에게 상처를 주어 미안허니깐 거기까지 데려온 줄 알더란 말이다. 나중에야 애기에게 확인을 해보고는 의심을 풀더라만, 민망허니께 고개를 돌리더니 지 남편인 듯한 사람에게 욕을 허드라. 그것도 영업허가증에 박혀 있는 사진을 보고 말이여. 쯧쯧."

"욕을 하길래 쳐다봤더니 그 사진이 김 형사였다는 말이군요."

"영락없드라."

"호구지책으로 정육점을 한 거구만요."

"그 여자 말로는 요양을 허기 위해서 형사를 잠시 그만두었다고 허드라만 난 고게 수상쩍단 말이다. 몇 달 전만 해도 펄펄 날던 사람이 요양은 무신 요양이냔 말이여. 학생들이 그 사람 손아귀에 잽히기만 허면 모가지 비틀어진 닭같이 맥을 못 췄다고 허지 않더냐."

"하는 일에 염증을 느껴서 잠시 그만두었을 수도 있겠지요. 뭐."

"건강이 정말 안 좋아서 그런 것도 같고, 사실은 오늘 가는 것 빼고도 다섯 번이나 정육점을 찾아가지 않았겠냐. 근디 그때마다 북한산엘 가고 없더란 말이다. 또 어찌 보면 보복이 두려운께 그런 것도 같고."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아침소설] 풍경 <5> - 정찬주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