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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풍경 <3>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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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편집자]

"현실은 받아들여야 해요. 삼촌 신상에 변화가 있는 건 분명해졌잖아요."

"그래도 속단은 하지 말자구."

"속단이 아니에요. 집을 나간 지 벌써 넉 달째 아녜요. 삼촌 성격이 얼마나 치밀한 사람이에요? 별 탈이 없다면 진즉 연락을 했겠지요."

이런 면에서 아내는 나보다 더 솔직했다. 결코 자신의 생각을 숨기거나 변죽을 울려 표현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차마 그러지를 못했다. 끝까지 나의 생각을 잘 숨기는 것으로, 영민이에 대한 형으로서의 도리를 지키고 있는 듯이 보이고 싶었다.

"그래도 영민이가 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잖아. 언젠가는 제 발로 기어 들어오겠지."

"동생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느긋하군요."

"느곳하긴…… 오늘 아버지와 함께 김 형사를 찾아가보기로 했어. 노인의 직관 같은 거겠지. 아버지는 김 형사를 줄곧 쫓아다니셨나봐."

김 형사에게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보는 건 아버지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김 형사가 연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몇 가지 의문이 붙어 있었다.

날이 밝자, 아버지는 새벽녘에 들었다는 그 소리의 행방을 쫓기라도 하듯 외출을 서둘렀다.

"오늘은 네 놈도 따라나서야 한다. 미우나 고우나 한 형제 아니냐?"

아버지도 동생에 대한 나의 감정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말투도 권유하는 것이지 꼭 같이 동행해야 한다는 식의 명령조는 아니었다. 아버지는 요즘도 내가 왜 탕약을 다려먹고 있는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콧물은 동생을 잡아끌고 오기 위해 녀석의 시위 현장을 돌아다니면서부터 터졌었다. 나의 콧속은 유난히 최루탄가스에 약했다. 시위를 하는 학생들과 달리 도무지 면역이 안 되었다. 한 번 말간 콧물이 터지면 널어놓은 물빨래처럼 한동안 뚝뚝 떨어졌다. 어떤 때는 콧속이 퉁퉁 부어 갑갑하거나, 미세한 혈관이 터져 손수건에 피가 묻어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의사는 나의 콧병과 최루탄가스는 무관하다고 진단했다. 종합병원이나 개인병원의 의사들 소견은 엇비슷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요."

"콧물을 나게 하는 주범은 최루탄가스가 아니라 곰팡이일 겁니다."

어떤 때는 병원을 다니는 것조차 귀찮고 지루했었다. 아니, 외롭기조차 하였다. 콧병은 좀처럼 근치가 안 되었다. 나았는가 싶어 아내와 관계를 갖고 난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말간 콧물이 터지곤 하였다.

"오늘은 뭐래요."

"같은 소리야. 또 오라는 거지."

콧병과 진찰의 관계가 마치도 학생 시위와 전경들의 무력 진압의 악순환 같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병원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또 병원을 바꿔보지 그래요."

"바보들 같으니라고. 여적 무슨 곰팡이인지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어.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야."

"원인이 곰팡이란 건 확실하구요?"

"제기랄, 곰팡이가 아니라 최루탄가스인지도 모르지."

"정말로 한심한 의사들이군요."

"공기 중에 그것도 집안 공기 중에 떠도는 건 무엇하고도 다 반응할 수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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