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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풍경 <2>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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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편집자]

"땡그렁 땡그렁."

며칠 전에도 나는 풍경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4시쯤으로 아버지가 베란다에 나아가 어두운 허공을 쳐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계실 시각이었다. 새벽잠이 없으신 아버지는 거의 예외 없이 베란다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시곤 하였던 것이다. 요즘처럼 술을 많이 드신 날도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일어났다.

"날씨가 찬데 들어가세요."

"니 에미를 닮아 가는지 내 귀에도 방금 무신 소리가 난 것 같아 이런다. 내가 잘못 들었는가?"

"풍경 소리였겠지요."

"비명 소리였어."

나는 순간 몸이 움츠러듦을 느꼈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찬 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머니의 병이 어느새 아버지에게까지 옮겨진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버지는 꼭 풍경을 가리키지는 않았다. 다만 기분이 언짢은 듯 담배를 뻐금뻐금 빨아대고 있었다.

"어느 쪽에서요."

"글쎄…… 저어기 같기도 허고."

"잘못 들으셨겠지요. 바람 소리를…… 자, 어서 들어가세요."

허공을 달려가는 바람 소리가 사람의 신음소리처럼 들릴 때도 있었다. 고압선 철탑을 할퀴며 달려가거나, 아파트 벽에 부딪치는 바람 소리는 더욱더 그런 소리를 연상케 하였다.

풍경이 더욱 다급하게 소리를 내지르자, 이번에는 아내까지 거실로 나와 서성거렸다. 아내는 초겨울의 찬 새벽 공기가 싫은 듯 선뜻 베란다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아내의 짜증 반 걱정 반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주무세요, 아버님."

"……"

아버지는 유독 아내에게만은 너그러웠다. 며느리에 대한 애정을 곧잘 침묵으로 표시하곤 하였다. 아내의 말투가 좀 심하다 싶을 때도 아버지는 고작 헛기침을 한두 번 하는 것으로 끝냈다. 엄하고 고집투성이인 아버지의 이러한 너그러움은 정말로 신기할 정도였다. 이번에도 아버지는 말없이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 삼촌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

"삼촌을 원망해서가 아녜요. 그런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하도 답답하니깐 그렇죠."

"그 자식, 참……."

나는 쑤욱 치밀어 오르는 말을 겨우 삼켜 넘겼다. 아내와 함께 덩달아서 영민이를 원망한다는 게 더욱 부아가 치밀 성싶기 때문이었다. 사실 행방불명된 동생 영민이를 들먹일 때마다 나는 화가 나 견딜 수 없었다. 물론 식구들 어느 누구 앞에서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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