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김성령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또 다시 느끼게 해주는 배우다. 올해 57세가 됐지만, 꾸준한 관리와 노력으로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연기적으로 더욱 다양해진 얼굴과 깊어진 내공을 뿜어낸다. 여기에 솔직하면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까지 다 가졌다.
지난 17일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연출 조웅, 극본 최보림)는 '성(性)'이 금기시되던 그때 그 시절인 1992년 한 시골마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씨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드라마다.
김성령은 '방판 씨스터즈'의 브레인이자 맏언니 오금희 역을 맡아 김소연, 김선영, 이세희와 열연했다. 그 시절 부유한 집안에서 아씨라 불리며 자라 이대 영문과까지 나온 금희는 맞선으로 지금의 남편 최원봉(김원해 분)을 만나 결혼했다.
금희의 일과는 원봉의 밥을 차려놓고 약국 확장에 공들이느라 바빠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그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랬던 금희가 성인용품 방판에 나서자 원봉은 불만을 드러냈지만, 화려한 란제리를 입은 금희에 "한 마리 짐승"이 되어 뜨거운 밤을 보낸다.
자신의 일을 지지해주지 않은 남편을 보며 금희도 참지 않고 본때를 보여주겠다 다짐했다. 결국 금희의 '꼰대 남편 길들이기'는 성공적이었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폭발했다. 그 과정에서 김성령은 김원해 뿐만 아니라 방판 씨스터즈와의 완벽한 호흡으로 극에 재미를 더했다. 또 결혼 전 낳은 아들 도현(연우진 분)을 30년 만에 만난 후 느끼는 감정의 굴곡을 깊이 있게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은 김성령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종영 앞두고서야 금희가 도현의 친모임이 드러났다. 너무 급하게 이야기가 전개된 것 같기도 한데 연기할 때 힘든 지점이 있지는 않았나?
"급하게 풀리긴 했다. 금희는 부잣집 딸이었는데 철없을 때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다가 불이 났고 아이가 화상을 입었다.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는데 아이를 포기하면 도와준다고 한 거다. 원봉에게 애를 안 낳는다고 하면 결혼을 안 할 줄 알았는데, 허락까지 받았다고 하니 도치하듯 결혼해서 편한 생활에 안주한 거다. 그 사실이 끝에 드러난 건데, 그래서 마지막 2회에선 우는 장면이 엄청 많았다. 그래도 해피엔딩이다."
- 연우진 배우와 모자 관계라는 사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했나?
"우진이와 많이 안 붙었다가 갑자기 아들이라고 하니까, 아무리 알고 시작했고 연기하고 하지만 쑥스럽고 연기할 때 어색하더라. 그래도 금방 몰입해서 하니까 잘 어울리더라."
- 방판 씨스터즈 케미도 빼놓을 수 없는데,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고 재미있었을 것 같다. 어땠나?
"다른 배우들도 느꼈을 텐데, 이게 촬영을 하고 있는 건가 느낄 때가 많았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좋았다. 네 사람이 적재적소에서 잘 채워주고 수위에서도 완급조절, 밸런스가 정말 좋았다. 감독님이 복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캐스팅을 잘한 것도 감독님 능력이다. 어떻게 이런 조합으로 했을까. 단역, 조연뿐만 아니라 아역도 어쩜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지, 캐스팅을 누가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우리 드라마는 완벽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 방판 씨스터즈 김소연, 김선영, 이세희 배우에게 각각 칭찬해준다면?
"칭찬하라고 하면 1박 2일도 모자라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은 것에는 주인공인 소연이 역할이 가장 컸다. 모든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배려한다. 그렇게 하니 자연스럽게 모든 배우가 물들어갔다. 스태프들까지도 서로서로 도와주고 엄청나게 배려했다. 이런 분위기는 소연이로부터 시작됐다. 막내인 세희도 진짜 분위기를 너무 좋게 해주고 열심히 했다. 선영이는 쭈뼛하고 있을 때 "언니!" 하면서 분위기를 풀어줬다. 조화가 잘 맞아서 환상적이었다. 각자의 역할도 잘 맡았고, 서로가 서로의 연기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있었다."
- 영복(김선영 분)과는 9, 10회에서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었다. 김선영 배우의 눈물 연기에 같이 울컥하기도 했는데 같이 연기할 때는 어땠나?
"경찰서 앞에서 "다시는 보지 말자"라고 하는데 리허설 때 못했다. 마음으로 끈끈해졌는지 그 말이 울컥해서 안 나오더라. 울면 안 되고 화가 나야 하는데, 다시 보지 말자는 말이 너무 서글펐다. 우리가 마음적으로 쌓아놓은 감정이 많아서 연기하면서 도움을 받았다. 절절하게 우는 신이 많아서 힘들었다. 찍다가 한 번만 안아줘 하기도 하고, 서로 끌어안고 있다가 슛 들어가면 연기하기도 했다. 끝나고 갈 때 선영이가 "언니 덕분에 잘 찍은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해줬고, 촬영 마지막엔 책 선물도 해줬다. 책 첫 페이지에 장문의 편지를 썼는데, 휴대폰에 저장해뒀다. '작품 끝나고 책 선물을 해본 건 처음이다. 편지 대신에 제가 예전에 힘들 때 읽고 좋았던 책을 샀다. 다시 여자들 이야기를 우리끼리 할 수 있는 날이 또 오길 바란다. 그런 날이 없더라도 올여름 내내 잊지 못할 것 같다. 항상 웃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내용이다. 그래서 요즘 그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 금희가 가장 언니로서 조력도 해주고 끌어주기도 하는데, 실제 김성령 배우와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언니이자 좋은 선배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애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애들이 싫어하면 안 되는데', 입 다물고 하자는 대로 '다 좋아'라고 한다.(웃음) 나이가 들어서는 더 조심하려고 한다. 저도 나이 있는 선배가 옆에 있으면 너무 불편했던 생각이 난다. 그 느낌을 안다. 후배들이 제가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까 라는 생각한다.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사람들이 긴장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럴 때는 서운하기도 하다. 그런 부담을 주지 않으려 나름대로 노력했다. 그런데 소연이나 선영이, 세희는 말할 게 없었다. 너무 예쁘고 또 잘한다. 그중에서도 진짜 소연이는 최고다. 소연이에게 많이 배웠다."
- 댓글에 보면 '예쁘다'라는 말이 진짜 많다. 워낙 타고나기도 했지만, 비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엇인가?
"다들 비결이 뭐냐고 물어보면 '피부과에서 돈 쓰는 거 말고 뭐가 있지?'라고 생각이 드는데, 제가 그 비결을 알았다면 떼부자가 됐을 거다. 모든 건 공짜가 없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만큼 노력한다. 배우는 피부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일을 한다. 잠 못 자고 식사도 규칙적으로 못한다. 장시간 차 안에서 이동하고 진한 화장을 하고 장시간 있다. 집에 가서 화장 지울 거 생각하면 미친다. 또 화장 수정도 많이 해서 피부가 아프다. 그러니 돈을 써서 내 피부에 투자를 하는 거다. 중요한 신이 있을 때는 피부과를 간다. 제가 모델을 하고 있는 고가의 피부 관리 시술도 받는다. 운동도 당연히 한다. 제가 비결을 말하면 절망스러울 수 있는데, 저는 마흔 전에는 운동을 안 했다. '태어날 때부터 예뻤네' 하는데 저 미스코리아 했던 20대 때엔 기본적으로 술을 못 했다. 밤에 술자리가 없으니 야식을 안 먹었고, 신진대사가 좋았다. 살이 찌지 않았다. 그런데 출산을 두 번 하니까 살이 찌더라. 이제 운동을 안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40살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 57살이니까 17년 동안 운동을 쉬어본 적이 없다. 그게 쌓인 거다. 정말 꾸준히 운동한 값이 '여전히 좋네'라는 말을 듣게 하는 거다. 건강검진을 하니까 수치가 좋아졌다. 또 다른 하나는 생각인 것 같다. 저는 생각을 잘 안 내려놓고,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게 얼굴에 나타난다. 관심 없어,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저는 휴대폰이나 기계에 관심이 있고 아들이 서핑하면 같이 한다. 생각의 에너지가 죽어있지 않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진짜 잘 먹는다. 이번 드라마 막판 촬영이 밀려서 처음으로 두 달 운동을 못 했는데, 지금 다시 시작했다."
- "예쁘다"라는 말은 정말 지겹도록 들었을 텐데, 아직도 좋고 짜릿한지 아니면 예쁘다는 말보다는 연기에 대한 피드백이 더 있었으면 좋겠는지 궁금하다.
"쑥스럽고 부담스럽다. 이번 금희 역할은 그 밸런스를 잘 맞췄다고 생각해서 크게 아쉬움은 없다."
- 예능에서 의외의 허당기로 웃음을 많이 줬었다. 유튜브를 많이들 하는데 계획은 없나?
"이 작품 끝나고 유튜브 제안을 세 군데에서 받았고,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니 90% 정도가 이제 유튜브를 할 때라며 찬성을 하더라. 너무 궁금해한다더라.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 50대 50이다."
- 만약 한다면 하고 싶은 것이 있나?
"제가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 멋있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멋있게 사는 것인지, 그런 궁금증을 찾아가는 모습일 수도 있고, 제가 제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도 곧 60대가 되는데, 우연히 TV에서 실버타운을 소개하는 걸 봤다. 예전 같으면 채널을 돌렸을 텐데 지금은 보게 되더라. 시설이 정말 좋더라. 그런데 거기서 생활하는 분들이 인터뷰하는데 다 등산복을 입고 있다. 해외엔 할머니, 할머니들이 멋있게 옷을 입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다들 등산복, 골프복이다.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생각들이 저를 젊게 하는 것 같다. 유튜브를 하면 건강에 대해 제 경험을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최근 들어 훨씬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서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희도 색달랐을 것 같은데 어떤가?
"예전엔 화려한 중년, 예쁜 엄마 이런 건 저를 캐스팅했다. 특별 출연도 다 그런 포인트고, '원더랜드'도 엄마 역할로 쿠키 영상에 나왔는데 철없이 화려한 느낌이었다. 조만간 공개될 박보검, 아이유 주연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여배우 역할이다. 화려하고 예쁜 역할만 들어왔는데 이번에 이렇게 편한 역할을 하니까 좋더라. 제 나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카리스마 있는 전문적인 역할도 할 수 있고 생활 연기도 가능하다는 걸 저 스스로도 깨닫고 대중도 알게 된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역할을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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