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드라마-병원에서 연애한다, 학교 드라마 - 학교에서 연애한다, 경찰 드라마 - 경찰서에서 연애한다.'
네티즌 사이에 돌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절대 법칙이다.
전문 직업을 소재로 삼는 드라마도 그 분야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을 담보로 한 에피소드를 만들기 보다는 결국 '연애질'로 수렴되는 것에 대한 시청자 나름의 반론으로 볼 수도 있다.
처음에는 모두 전문직을 걸고 그럴듯하게 시작하지만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일은 뒷전이고 사랑에만 바빠서 그들이 전문직 직장인인지 '연애술사'인지 시청자를 헷갈리게 해왔다.
이러다 보니 인터넷으로 외국 드라마를 접하는 젊은 층은 'C.S.I'나 'ER' 등을 예로 들며 한국 드라마는 볼 것이 없다고 볼멘 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한국 드라마는 그렇게 좁은 지형에 서 있기만 할까?
오는 7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하는 MBC 월화 미니시리즈 '달콤한 스파이'(극본 이선미 김기호 연출 고동선)가 이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주인공 순애(남상미)는 신혼 초 사고로 숨진 남편 대신 특채로 임용된 말단 경찰이다. 동네 치안 센터에서 하루하루 취객에게 시달리고 동네 부부싸움을 말리다가 중간에서 쥐어 뜯기는 생활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자신의 일에 대한 진심과 열의가 있다.
그런 순애가 특수 수사과로 전출되고 우연히 국제적 사업을 벌이는 거물과 얽히면서 거대한 음모에 휘말려 들어간다.

물론 주인공들의 연애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여주인공 순애는 상관인 강직한 남자 강준(이주현)과 사랑을 키워가고, 그 중간에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은주(유선)와 삼각관계가 된다.
하지만 결국 경찰서에서 연애하는 경찰 드라마라고 치워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극의 중심은 사랑 보다 말단 경찰이 한유일(데니스 오)로 대변되는 거대 국제 조직의 음모를 어떻게 파헤치느냐 그 과정에 있다. 사랑은 이 과정에서 엮이는 부수적인 결과이다.
거기에 이 모든 엎치락 뒷치락하는 사건들이 경쾌한 톤의 코믹함으로 터치된다. 전작 '신입사원'에서 유감없는 개그 실력을 선보인 이선미-김기호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눈길을 끌기도 한다.
이 부부 작가의 특기는 능청스럽게 만화같은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도 사실 그 이면에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낸다는데 있다.
백수의 만화같은 성공기를 다룬 '신입사원'이 직장생활 한 번쯤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직장 내 패거리 문화를 풍자했다면,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는 신데렐라 드라마가 포장하는 계급초월 사랑의 허실을 날카롭게 찔러댔다.
'달콤한 스파이'는 이런 블랙코미디의 풍자에 하나 더 한다. 주인공은 여순경이고 어쨌든 말단 공무원으로 서민들의 정부에 대한 저주와 푸념, 박대를 현장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야 한다.
또 정작 경찰서 안에서는 말단 여순경으로 능력과 배경이 없다고 구박 당하는 입장이다.
고동수 PD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말단 공무원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고민하던 중 드라마 기획이 나왔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취객 무리에게 구타당하던 경찰이 둘러싼 시민들에게 구조를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휴대폰 카메라로 찍더라는 뉴스가 흉흉하게 떠돌고 있는 요즘 의미심장하게 와닿는 기획 의도이다.
제작진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은 소시민과 묵묵히 일하는 말단 공무원들이 결국 믿을 것 없다는 이 사회를 그래도 버텨가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낮은 곳에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건강지수를 유쾌한 유머로 그려낸다는 전략이다.
그러니 당분간 '또 경찰 앞세운 연애 드라마냐?'는 푸념은 유보해 두고, 교통 법규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국회의원의 차든, 조직 폭력배의 차든 씩씩하게 위반 차량에 돌진하는 여순경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본격적인 사극 멜로물인 SBS '서동요'와 죽음같은 절망적인 사랑에 집착하는 정통 멜로물 '이 죽일 놈의 사랑' 사이에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통통 튀는 이 블랙 코미디 '달콤한 스파이'가 어느 정도까지 선전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울러 최불암, 이기열, 권기선, 김준호 등 맛깔나는 조연들로 이뤄진 '봉구파' 조직의 실체도 기대된다.
조이뉴스24 /석현혜 기자 action@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