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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그림자와 칼 <6>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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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소설을 연재합니다. 작가의 단편소설을 매일 오전 업로드합니다. 독자님들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단편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처음 소개하는 작품은 정찬주 작가의 '그림자와 칼'입니다. 소설은 어느 날 사람들의 그림자가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상상으로부터 시작됩니다.[편집자]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경찰들이 달려와 중년을 연행해 감으로써 소란은 곧 멎었지만, 골동품 가게 주변은 한동안 어수선했다. 깨어진 유리 조각이나 무덤 속에서 나온 골동품의 파편들을 아무도 치우려 들지 않았다. 유리 조각들은 햇살을 되쏘아 올리며 살의처럼 번쩍거렸다.

사무실 안도 차츰 평온을 되찾았다. 잠깐 동안 자리를 비운 탓으로 밀린 일거리를 처리하느라 손놀림들이 바빠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다시 손놀림들이 흠칫 멈추어졌다.

"어 저것 봐. 저어기 저 여자를."

남무도 등을 돌리면서, 우뚝 멈추었다. 허깨비가 아니라 분명 사람이었다. 그녀는 긴 그림자를 달고서 외롭게 걷고 있었다. 길바닥에 흩어져 있는 유리 조각들을 피해서 급히 걷고 있었다. 직원들이 히죽히죽 비웃었다. 별것을 다 구경한다면서 불평했다. 보지 못할 것을 본 것처럼 일진을 탓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남무는 그녀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림자를 보는 순간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고, 공연히 아득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아, 그림자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구나. 사라지지 않았어."

남무는 그녀를 미행하면서 몇 번이나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반나절이나 그녀를 뒤따르면서, 마지막에는 그녀가 사는 연립주택 앞의 벤치에 앉아서도 줄곧 그녀의 그 그림자만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그녀가 다시 핸드백을 가운데 놓고 있었다. 쌀쌀맞은 말투였지만 그래도 초면인 남무에게 많은 시간을 내주고 있는 셈이었다.

"그림자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갑자기 땅이 푹 꺼져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지요."

"하지만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네?"

"그림자는 돌아오지 않아요. 저의 그림자도 멀지 않아 사라져 버릴 거예요. 그러길 바라고 있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스스로 포기하지 마세요. 그림자를."

"그렇지만 전 제 그림자를 떼고 싶어요. 그림자 때문에 당하고 있는 저의 괴로움을 좀 이해해 주세요. 전 버림을 받고 있는 기분이에요."

"그림자를 뗀다고요?"

"전 그림자가 달려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났어요. 휴직계를 내놓은 처지예요. 학부형들의 항의 전화를 견딜 수 없었어요. 그림자가 달려 있는, 아직도 덜 진화한 야만인에게 자기 자식들을 맡길 수 없다는 항의였어요. 버티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휴직계를 내고 말았어요. 그림자가 사라지는 날 다시 복직하겠다는 조건으로 말이에요. 그뿐 아니에요. 어디를 가나 저를 비웃는 듯한 시선이에요. 동물원에 사는 원숭이를 보듯 해요. 야만인 취급을 해요."

그녀는 자신을 더 괴롭히지 말라는 얼굴로 '나'라고 쓰인 낡은 건물로 뛰어 가버렸다. 갑자기 배어 나온 눈물을 남무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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