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③ 김혜수도 인정한 고민시 시대 "'서진이네2', 가장 신기해"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고민시의 시대가 왔다!" 영화 '밀수'를 함께 한 김혜수가 한 말이다. 실제로 고민시는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고 예능까지 종횡무진하며 그야말로 '대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자신을 낮추며 현장 스태프들의 노고를 먼저 생각한다. 그들에게 인정 받는 것이 가장 기쁘다며 애정을 듬뿍 전한 고민시다. 기부도 마찬가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계속해서 전하고자 한다는 고민시는 로맨스를 향한 바람과 함께 차기작을 통해 더욱 더 열심히 달리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지난 23일 공개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연출 모완일, 극본 손호영)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손호영 작가의 'JTBC X SLL 신인 작가 극본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으로, 김윤석과 윤계상, 이정은, 고민시, 박지환, 류현경, 박찬열(엑소), 노윤서, 하윤경, 장승조 등이 열연했다.

고민시는 영하(김윤석 분)의 펜션에 찾아와 그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어놓는 미스터리한 인물인 유성아를 연기했다. 그림을 그리는 성아는 어느 여름 숲속에 있는 영하의 펜션에서 하루를 묵는다. 유난히 고요하고 아름다운 펜션에 매료된 성아는 1년 뒤 그곳을 다시 찾아온다. 펜션에 유독 집착하는 성아의 등장은 영하의 일상을 위협하고, 평화로웠던 그의 삶도 뒤흔들린다.

'마녀', '오월의 청춘', '밀수', '스위트홈' 시리즈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존재감과 탄탄한 연기력을 뽐내며 '대세 배우'로 떠오른 고민시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성아를 통해 이전에 볼 수 없는 새로운 얼굴로, 극 전반을 지배한다.

이번 작품을 위해 43kg까지 체중 감량을 했다는 고민시는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기이한 행동을 일삼으며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성아를 탁월하게 연기했다는 반응을 얻었다. 다음은 고민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소위 말해 센 역할을 연기할 때 자신만의 접근법이 있나?

"보통 촬영하기 전에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가는데, 현장에서는 제가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 날리는 것 같다. 전체적인 신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상대방 리액션에 따라 제가 본능적으로 맞추고 그 순간을 믿으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이렇게 해야지'라며 틀을 정해놓고 연기한 건 사실 '마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엔 그 순간에 맡기고 내던졌던 것 같다."

- '마녀' 이후 바뀌게 된 이유가 있나?

"테이크가 가면 갈수록 좋아하지는 배우가 있는 반면 누군가는 첫 테이크가 가장 좋을 때가 있다. 저도 저만의 방법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편집자 입장에서 굉장히 편할 수 있지만, 저도 모르는 저의 표정이나 대사가 담기는 순간은 제가 고민을 직전까지 하고 현장에서 모든 걸 맡기고 연기할 때가 더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최대한 제가 더 생동감 있게 할 방법을 찾는 것 같다."

- 나도 몰랐던 내 얼굴, 표정이 나왔다고 했었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 걸 느꼈나?

"저는 대사 없이 무언가를 바라볼 때 제 눈동자가 가끔 텅 빈 것 같은 모습이 보이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이 다른 작품에는 담긴 적이 많지 않다. 항상 뚜렷한 감정을 느끼고 대사를 하고 표정을 짓는 경우가 되게 많았는데 이번엔 텅 빈 듯한 모습들이 중간중간 녹아들어 있어서 저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성아가 영하와 통화하면서 "아저씨, 도대체 펜션에 언제 올 거예요?"라고 묻는다. 그냥 그 한 문장이었는데, '유성아로서 절실하게 내뱉을 수 있을까?', '이 장면 하나는 임팩트 있게 남겨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런 순간엔 그냥 본능에 맡겼고, 저도 모르는 톤이나 대사가 나왔던 것 같다."

- 최근 김혜수, 조인성 배우 등 '밀수' 팀과 다시 뭉쳤는데, 작품 관련해서 이야기해준 것이 있나?

"자꾸 선배님들이 "민시야, 우리 다 같이 이거 보자" 하셨는데 너무 민망하고 창피해서 "제발 나중에요"라고 했었다. 그때는 담소만 나눴다. 그 정도로 저희는 서로 작품이 나오면 다 같이 보고 "좋다"고 공유한다. 이번에도 혜수 선배님이 "민시의 시대가 온 것 같다", "너무 소중하고 존재 자체가 감동인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런 든든한 선배, 언니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고 힘이 된다.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 넷플릭스에서 연달아 작품이 공개되기도 했고, 최근엔 '서진이네2'로 굉장히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스스로도 '고민시의 시대'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나?

"아니다. 저는 시대는 계속해서 바뀐다고 생각한다. 잠깐 찰나에 이벤트처럼, 제가 그동안 해뒀던 일이 마침 시기가 맞물려서 연달아 나오는 것 같다. 이제 제가 촬영해뒀던 건 다 오픈이 됐고 또다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또 열심히 달릴 생각만 하고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질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 현장에서 정말 예쁨을 많이 받는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데, '서진이네2'를 보고 알겠다 싶었던 것이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 모습이 공개되면서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굉장히 높아졌는데 이런 인기를 실감하나?

"저는 요즘 일, 집의 반복이라 피부로 느끼는 반응은 없다. 좋게 봐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실 저는 제 모습이 들통난 것 같다. 촬영할 당시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장사가 너무 잘 댔다. 그렇게 장사가 잘될 줄 아무도 예상 못 했다. 저는 기존 멤버가 아니다 보니 민폐가 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질끈 묶고 했다. 원래는 정말 민낯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건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적당히만 하고 안경 쓰고 열심히 하기만 했다. 다행히도 그런 모습을 잘 봐주신 것 같다. 진심은 통할 거라고 믿고 했다."

- 알아보는 외국 손님도 있었는데 어땠나?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다. "'스위트홈' 고민시"라고 해주실 때 정말 감사했다. 제가 남긴 필모그래피를 누군가가 좋게 기억하고 있고, 그 작품에 나온 저를 기억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너무 감사하다."

-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촬영보다 '서진이네2' 촬영이 더 힘들었다고 하기도 했고, 방송 후 시청자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한 것이 보였다. 힘들었던 만큼 얻는 것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서진이네2'를 통해 얻은 것이 있나?

"우선 어떤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지금 이 순간 뭘 해야 하지?', '내가 빠르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뭘까?' 이런 것에만 집중했다. 오늘 할 일을 빨리해야 일찍 퇴근해서 숙소에 가서 쉰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마찬가지로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는 것을 '서진이네2' 촬영하고 방송을 보면서도 느꼈다. 그 안에서 모두가 정말 열심히 했다. 사실 저는 그냥 하나만 집중해서 하면 됐는데, 언니 오빠들은 정말 넓게 보고 홀도 나가야 했다. 굉장히 하는 일이 많았다. 제가 그분들과 새로운 인물로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뜻깊었다. 저는 제가 TV 예능에 나오는 것이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신기하다. 'TV에 내가 나오는구나' 하는 느낌이다."

- 진심은 통한다는 마음으로 늘 최선을 다하는 배우 고민시의 동력은 무엇인가?

"현장에 나갔을 때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정말 수많은 스태프가 뒤에서 움직이고 각자의 위치에서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한다. 그래서 저는 메이킹 영상을 보면 가장 감동적이다. 그렇게 멋있을 수 없다. 모두가 이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한다. 저분들도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나도 정말 열심히, 열과 성을 다해서 해야지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 안에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쓰이면 더 좋을까,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까를 항상 중심에 둔다. 그러다 보니 현장을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게 됐다. 스태프들이 너무나 대단하기 때문에 저는 그분들을 절대 못 따라간다. 그래서 현장에서 에너지도 얻게 되고, 저희가 연기하는 걸 보며 기뻐하는 그분들을 보면 또 기분이 좋다. 그분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가장 좋다."

- 기부도 많이 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제가 데뷔 초 기사를 보면 좋은 영향력으로 기부하시는 선배님이 많았다. 실제로 저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많이 줬다. 나도 저런 좋은 배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도 어렸을 때부터 "돈이 많다고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에서 나누면 그게 좋은 일"이라고 하셨다. 사실 어렸을 때는 이해가 안 됐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가 처음 기부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 나고 기분이 좋다.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쓸모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계속해서 좋은 영향력을 전하고 싶고, 기분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다."

- 한준희 감독과 단편 촬영을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또 색다른 시도의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 촬영할 때 어땠나.

"5회차 정도 촬영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 당시 작품을 꽤 쉬었던 터라, 현장에 너무 가고 싶더라. 그때 한준희 감독님과 인연이 되어 차기작(드라마 '당신의 맛'(가제/제작 쇼트케이크·KT 스튜디오 지니)도 같이 하게 됐다."

-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또 다른 고민시의 얼굴은 무엇인가?

"저는 로맨스의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제는 로맨스를 할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전까지만 해도 보여드릴 자신이 없었다. 가장 어려운 연기가 사랑과 코미디 연기라고 생각하는데, 저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그런 것이 쌓이면서 정말 좋은 로맨스물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통 사극도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