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첫 장편 영화 데뷔작에 황정민과 염정아, 전혜진 등 연기 잘하는 '믿보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니. 이런 행운을 거머쥔 이명훈 감독은 "거짓말인 줄 알았다"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게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영화가 공개됐으니, 이명훈 감독 입장에서는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긴 여행이었다는 '크로스'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성장하고 진화한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감독 이명훈)는 아내에게 과거를 숨긴 채 베테랑 주부로 살아가는 전직 요원 강무(황정민)와 남편의 비밀을 오해한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미선(염정아)이 거대한 사건에 함께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락 액션 영화다.
황정민과 염정아가 남다른 부부 케미를 형성했으며, 전혜진과 정만식 등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해 극에 재미를 더했다. 또 '크로스'는 액션과 코믹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얻으며 전 세계의 뜨거운 사랑을 얻었다.
이에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8,900,000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일본, 태국, 대만, 베트남 5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브라질, 페루, 핀란드, 케냐 등 총 43개국 TOP 10 리스트에 올랐다. 다음은 '크로스'로 첫 장편 영화 데뷔를 하게 된 이명훈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극장 개봉을 하려다 넷플릭스에서 공개가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기억나는 반응이 있다면?
"플랫폼이 새롭게 다가왔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곧바로 듣는 것도 새롭고 좋다. 주변에선 다 좋은 얘기만 해준다. 안방에서 편하게 밥 먹고 맥주도 마시면서 시청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더라."
- 넷플릭스 공개 확정 이후 편집이 달라진 것도 있나?
"그렇지는 않다. 작년 말에 후반 작업을 완료했다. 넷플릭스를 만났을 때도 연출자의 의도를 많이 배려해주셔서 완성본 그대로 나왔다."
- 넷플릭스로 옮겨간 이유는 무엇인가? 스코어에서는 좀 해방감이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성향이 반영됐다. 다수의 사람이 편하게 볼 수 있겠다는 내부의 판단이 있었고 거기에 많은 동의가 있었다. 저는 모든 경험이 처음인데, 신인 감독은 첫 작품에서 스코어의 압박감이 엄청 크다. 다행히 그건 없어서 편하게 즐기고 있다."
- 황정민, 염정아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캐스팅됐을 때 어땠나?
"황정민, 염정아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니었다. 그래서 캐스팅이 되었을 때 안 믿겼다. 거짓말인 줄 알았다. 황정민 배우가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작업하면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역할에서의 거리감은 전혀 없었다. 염정아 배우는 여리여리 해보지만 와일드한 부분이 있다. 미선 역을 해주셔서 많이 놀라긴 했다."
- 부부의 역할이 바뀐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남편이 주부 생활을 하고, 아내가 형사가 됐고 미선 같은 경우엔 희주(전혜진 분)에게 "몸매가 좋다"는 식의 발언까지 한다. 캐릭터를 디벨롭할 때 어떤 고민을 했나?
"저는 미선의 캐릭터성을 남성이냐, 여성이냐로 구분 짓기 싫었다. 그래서 남자로도 쓰고 여자로도 써봤다. 몸매가 좋다는 식의 대사는 희주와의 대결에서 코믹 요소로 주고받는 에너지라고 생각했다."
- 희주 역할을 한 전혜진 배우가 빌런으로 반전을 맡았는데, 그래서인지 뻔함이 덜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빌런을 처음 구상했을 당시부터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그래서 코믹 요소로 불륜 요소를 넣었다. 전체적인 테마 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 구조에 가깝게 다가가려면 희주와 부딪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대부분의 빌런이라면 위스키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할 텐데, 전혜진 배우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어떻게 설정하게 됐나?
"그건 전혜진 배우의 아이디어다. 그 신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이 사람이 악당으로서 마무리 꼭짓점을 찍는 시점이다. 가장 달콤한 순간, 즐길 수 있는 포인트를 고민했다. 거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다가 아이스크림을 가장 달콤하게 즐기지 않겠냐는 말에 그 장면을 넣게 됐다."
- 전혜진 배우가 빌런이 되어 등장하던 신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멋쁨'을 각인시켰는데 어떻게 촬영했나?
"반전, 변곡점을 찍는 지점이라 중요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공간이 테이블처럼 좁고 길다. 사이에 계단이 있지만 앵글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제한된 공간이다 보니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상투적이긴 해도 올라오는 것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했다. 전혜진 배우가 올라오는데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슬로우를 걸었다. 현장에서도 되게 만족스러웠다."
- 코미디는 제작이 쉽지 않은 장르로 여겨지는데 황정민 배우와 어떤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며 만들어갔나?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셨다. 클리셰인 부분이 많은데, 그 속에서도 참신함을 가져갈 수 있게 해주셨다. 조나단이 등장하는 에필로그도 원래는 계획이 없었다. 액션 촬영 막바지 식사 자리에서 그 얘기를 하는데 다들 터졌다. 괜찮을까 했는데 양해를 얻어서 넣게 됐다. 처음 미팅을 하고 얘기하는데 선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보다 많은 길을 먼저 가보셨다. 제가 어떤 불안함이 있고 고민하는지를 알아서 그런 부분에서 편하게 해주셨던 것 같다."
- 어떤 고민이 있었나?
"코미디 장르다 보니 웃길지 안 웃길지 판단이 안 될 때가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제가 또 신인이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민이 됐다. 이런 부분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편해졌다."
- 염정아, 전혜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염정아 배우는 매너가 좋다. 정말 좋은 분이고 인성이 좋다.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선배님도 경험이 많아서 제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미리 알고 있더라. 그걸 먼저 얘기해주셨다. 전혜진 배우는 모니터로 연기한 걸 보면 쾌감이 너무 좋다. 후반 작업을 하면서 현장에서는 못 봤던 혜진 배우의 표정을 본 것이 많다. '저것까지 생각했구나' 하는 장면이 많았다."
- 강무와 미선의 전사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아서 둘이 어떻게 결혼을 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반응이 많았다. 이 부분을 생략한 이유가 있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두 배우를 만나는 순간에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만든 에피소드가 들어가서 상상력이 부서지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삭제했다."
- 미선이 사격선수 출신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전기충격기 같은 디테일을 줬다. 액션 디자인을 할 때 고민했던 지점은 무엇인가?
"미선이 여자이다 보니 피지컬을 보완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도구 액션이 들어갔다. 몸으로 부딪치는 것보다는 총기 액션을 하면 더 다이내믹하겠다고 생각했다. 또 전직 은메달리스트에 형사들 서열도 만들어놓고 했다."
- 긴 시간 준비하고 촬영한 작품이 공개되면서 여정이 마무리됐다. 어떤 기분인가?
"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집 현관에 가방을 내려놓은 것 같다. 힘들 때도 많았는데 여행 다녀오고 나면 추억이 되고, 입었던 옷을 꺼내면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한다."
- 어떤 기억이 가장 많이 떠오르나?
"액션신이 고되긴 해서 스태프들과 힘들었던 것이 추억이 많이 됐다. 카체이싱은 4일 정도 터널 안에서 찍었다. 차량이 뒤집힐 때 긴장이 많이 됐다. 다칠까 봐 걱정이 많이 되더라. 그런 것이 기억에 남는다."
- 황정민 배우는 액션을 굉장히 잘하는 배우지만, 염정아 배우는 그렇지 않아서 걱정되는 지점이 있지는 않았나?
"걱정이 되긴 했지만 배우가 노력을 많이 했다. 폐차장신 들어갔을 때부터는 아예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원신 원 컷이라 힘들었을 텐데도 너무 잘하셨다."
- '크로스'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제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를 알려줬다. 다음 기회가 생긴다면 잘했던 건 잘 살리고, 못한 건 보완하고 싶다. 첫걸음에 배부를 순 없지 않나. 숙제를 마쳤으니 채점표를 가지고 장점을 살리고 싶다."
- 장점과 단점을 꼽아준다면?
"캐릭터 밸런스를 잘 맞춘 건 잘한 것 같고, 못했다고 하는 건 개연성과 디테일이다. 안 좋은 습관을 코미디로 얼버무린 것 같아서 보완하고 싶다."
-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써놓은 글이 있어서 다시 꺼내서 보고 있다. 촌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만져볼까 싶다."
- 어떤 이야기를 해보고 싶나?
"코미디를 좀 더 고민해보고 싶다. 쓰면서도 재미있었고, 읽는 사람도 즐겁게 보니까 재미를 느꼈다. 이번에 해보니까 방식도 어렵고 잘못하면 대역죄인이 되더라. 코미디가 섞였을 때 다른 장르를 잡아먹는 것 같다. 적재적소에 쓰는 것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격조 있는 코미디가 좋고, 함께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오니까 최근 들어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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