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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작가 "'분노 정당한가' 성찰, 설경구x김희애 전적으로 신뢰"(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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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박경수 작가가 '돌풍'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함께 설경구, 김희애의 연기에 존경을 표했다.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공개 직후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부분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박경수 작가가 '돌풍'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함께 설경구, 김희애의 연기에 존경을 표했다.  [사진=넷플릭스]
박경수 작가가 '돌풍'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함께 설경구, 김희애의 연기에 존경을 표했다. [사진=넷플릭스]

몰입감 넘치는 정치 스릴러에 극찬이 이어진 가운데 '​돌풍'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창조해낸 박경수 작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이에 박경수 작가의 기획의도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담긴 일문일답이 공개됐다.

- '돌풍'은 어떤 작품인가?

"'돌풍​'은 '박동호'의 위험한 신념과 '정수진'의 타락한 신념이 정면충돌하여, 대한민국 정치판을 무대로 펼쳐지는 활극입니다."

- '돌풍'의 기획 및 집필 의도는?

"이미 낡아버린 과거가 현실을 지배하고, 미래의 씨앗은 보이지 않는, 답답하고 숨 막히는 오늘의 현실을 리셋하고 싶은 갈망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배우 김희애와 설경구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희애와 설경구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권력 3부작'으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권력'이라는 소재에 끌렸던 이유가 있다면?

"외부에서 바라보는 작가와 작가 자신이 바라보는 작가가 다른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권력을 비판하는 작품'을 쓴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작품을 쓰겠다 의도하고 시작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단지 제 마음을 울리는 인간을 그릴 뿐입니다. 섬마을 소년을 그리면 섬마을이 배경일 수 밖에 없듯이, 제가 그리는 인간이 21세기 초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배경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의 작품에 권력 비판적 요소가 있다면, 제 마음을 울리는 주인공이 살아가는 21세기 대한민국이 불합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대와 국가와 무대와 작업은 배경일 뿐. 제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오직 그 인간의 본질입니다."

"저는 사회를 고발한다는 말에 조금의 거부감이 있습니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신이 사는 세상에 책임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사회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저의 책임입니다. 이 세상의 불합리는 내 안의 악마가 만들거나, 침묵하거나, 묵인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픕니다. 나의 침묵으로 만들어진 불합리한 세상을 나의 주인공이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권력이 아니라, '몰락'을 그립니다. '추적자 THE CHASER'의 '강동윤', '황금의 제국'의 '장태주', '펀치'의 '박정환'. 모두 몰락하는 인물들입니다. 불가능한 꿈을 꾸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질주하다가 몰락하는 자들에게 저는 관심이 많습니다. '이카루스적 인간'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작가로서 저는 모든 몰락하는 것을 사랑합니다. 안전한 삶을 포기하고, 불온한 꿈을 꾸는 자들. 하지만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기에 끝내 몰락하는 자들을 앞​으로도 더욱 깊이있게 그려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전작들과 비교해서 '돌풍'이 특별한 점이 있다면?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는 모두 약자를 짓누르는 강자들에 대한 분노의 정서가 깔려 있습니다. 즉 이 세 작품에서 '분노'는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었으며, '분노는 나의 힘'이었죠. '돌풍'의 다른 점은 '나의 분노는 정당한가?'라는 성찰에서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박동호'와 '정수진'의 '성찰 없는 분노'는 그들 모두를 괴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나의 분노는 정당한가?' 그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며, 부끄러워하며 써 내려간 대본이 '돌풍​'입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한 번쯤 자신의 분노는 정당한지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너무나 고마운 일입니다."

배우 설경구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설경구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작품의 제목을 '돌풍'으로 정한 이유는?

"극중 '서기태'의 대사는 제 진심입니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 숨 막히는 오늘의 세상 다 쓸어버리고""

- 대본을 집필할 때 자신만의 비결이나 원칙이 있나?

"저는 항상 이번 화가 마지막화라고 생각하고 대본을 씁니다. 다음 화를 염두에 두고 쓰면, 주인공이 빠져 나올 수 있을만한 상황에서 멈추게 됩니다. 주인공을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집어넣고, 그 화를 끝냅니다. 그리고 다음 화의 스토리 고민을 시작합니다. 물론 후회도 합니다. 내가 미쳤지. 왜 전 화의 엔딩을 이렇게 했을까. 도저히 방법이 없는데... 하지만 찾고 또 찾다보면 또 다시 활로가 생깁니다. 제가 쓴 작품의 다음 화가 궁금한 이유는 작가도 다음 화를 모르고 그 화의 엔딩을 쓰기 때문입니다."

- 이번 '​돌풍'에서 아끼는 대사가 있다면?

"1)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야. 더 큰 거짓말이지.

2) 썩어가는 세상을 어떻게 할까, 질문은 같아. 너하고 나 답이 다를 뿐. 내가 내린 답을 정답이라고 믿고 끝까지 밀어붙일란다.

3) 공정한 나라, 정의로운 세상, 이 땅을 천국으로 만들겠다 약속한 자들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어."

배우 설경구와 김미숙이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설경구와 김미숙이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박동호'를 통해 어떤 점을 보여주고자 했나?

"비록 '위험한 신념'을 가졌지만,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 자가 주어진 시간 동안 세상을 청소하고 국가를 포맷하려는 그 숨가쁜 진격의 템포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작은 메시지라도 던질 수 있길 바랐습니다."

- '정수진'을 통해 어떤 점을 보여주고자 했나?

"'정수진'은 작가인 나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는 인물입니다. 한때의 나였고, 지금도 나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있는 '정수진'은 제가 가장 아프게 그린 인물입니다. 저는 욕망보다 신념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욕망은 법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신념은 통제마저 어렵기 때문입니다."

- 설경구, 김희애 배우와 캐릭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불타는 내면을 차가운 호흡으로 표현하며 신을 장악하는 두 배우의 연기 내공을 알기에 전적으로 신뢰했습니다. 설경구 배우님, 김희애 배우님, 두 분 다 저의 신뢰보다 몇 배나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셨습니다. 두 배우께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배우 김희애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희애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김용완 감독과의 작업 소감은?

"'박동호'와 '정수진'이라는 인간을 그린 이 작품에 김용완 감독님도 공명해 주셨기에, 별 다른 의견 차이 없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김용완 감독님은 인간적이고 따뜻한 풍모와 작품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훌륭한 감독님입니다. 이 작품으로 김용완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웠고, 함께 작업한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 복귀 소감 및 작품을 오랫동안 기다려 온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음 작품은 '​돌풍'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공개되도록 속도를 내겠습니다."

-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 팬들에게 '돌풍' 을 선보이게 된 소감은?

"유럽의 어느 노인이, 아프리카의 어느 청년이, 미국의 어느 학생도 '돌풍'​을 볼 수 있다 생각하니, 많이 두렵고 조금은 설레는 마음입니다. 내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는 남의 마음도 울린다는 생각으로 각본을 써 왔습니다. 한국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같은 시대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울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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