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러다 얼굴 소멸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 인터뷰로 만날 때마다 "너무 말랐다"는 말이 나오는 수지다. 물론 수지는 "그걸 의도해서 모자를 쓰고 나왔다", "건강하다"라며 특유의 해맑고 귀여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또 나이 들어가며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늘 반짝반짝 빛나는 예쁨 위에 좀 더 다채롭고 다양한 얼굴, 감정선을 더해내고 있는 수지가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매력에 기대가 커진다.
최근 개봉된 '원더랜드'(감독 김태용)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가족의 탄생', '만추' 등 탄탄하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평단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탕웨이와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공유 등이 열연했다.
수지는 사고로 누워있는 남자친구를 '원더랜드' 서비스로 복원시킨 정인 역을 맡아 남자친구 태주 역의 박보검과 연인 호흡을 맞췄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오랫동안 MC 호흡을 맞췄던 수지와 박보검은 진짜 연인 사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남다른 케미를 발산한다. 공식석상에서의 시밀러룩, SNS에 공개한 스킨십 사진이나 영상 등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두 사람에 과몰입을 외치는 이들이 쏟아졌다. 다음은 수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사귀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보검 배우와 다정한 스킨십의 사진이나 영상도 굉장히 많이 찍었다.
"감독님이 그런 것들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희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거라고는 상상 못 하셨던 것 같다. 저희가 그만큼 진심이었던 거다. 두 사람의 행복했던 시절이 많이 나오지 않으니까 둘이 함께 한 시간을 사진으로 메꿔보자고 했다. 그것 때문에 계속 만날 수는 없다 보니 옷을 여러 벌 가져와서 매칭을 하고 커플 사진도 콘셉트에 맞게 찍고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밥을 먹을 때도 '다 남겨놓자', '많을수록 좋을 거야' 했다 쉴 때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트레이닝복에 민낯으로 가면 안 될 것 같고, 더 예쁘게 해야 할 것 같더라.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우리가 마음이 잘 맞아서 이렇게 많이 만들어낸 걸 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박보검 배우도 마찬가지고 서로 잘 맞는다고 계속 얘기를 했는데, 어떤 부분이 특히 그랬나?
"작품에 임하는 마음이 비슷했다. 현장에서 정인이, 태주로 있었다. 마음가짐이 똑같았기 때문에 그 인물로서 만났던 기분이 든다. 시도 때도 없이 춤추고 텐션이 잘 맞는다. 장난도 많이 치고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서로를 배려하는 것 때문에 호흡, 시너지가 잘 나왔다고 생각이 든다."
- 김태용 감독은 어땠나?
"사람이 좋으시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 뭔가 생각을 강요하기보다는 쌍방으로 나누는 걸 좋아하고 수용도 잘해주신다. 그럼에도 확실하게 요구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작업할 때 든든했고 '정인으로 있으면 되겠구나' 싶게 많이 믿었다. 좋은 현장, 좋은 감독님이었다."
- 태주와 노래하는 장면은 하루 전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촬영했나? 또 그 장면을 보니 어땠나?
"대본에 없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촬영 전날 노래를 해보면 어떻겠냐 제안을 하시더라. 당시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걱정이 됐다. '뜬금없으면 어쩌지?' 했는데 AI 태주는 현실 속 정인이는 절대 만날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관계다. 존재하지 않고 정인이도 우주로 갈 수 없다. 그렇게나마 만나게 해주려는 마음이었고, 애틋하고 슬펐다."
- 탕웨이 배우가 박보검, 수지 배우가 너무 예뻐서 계속 보게 되더라고 하더라. 애정을 많이 드러내던데, 이번에 함께 해본 탕웨이 배우는 어땠나?
"팬이기 때문에 비슷한 감정으로 바라봤다. 실제 성격이 굉장히 밝고 엉뚱한 모습이 있다. 흐뭇하고 좋았다. 같이 호흡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다음에 만약 만난다면 엄청 싸우는 자매 역할이면 좋겠고, 또 믿고 의지하는 관계이면 좋을 것 같은데 뭐든 다 좋다."
- 배우를 한 지 13년이 됐다. 만족감을 느낄 때는 언제이고,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저는 어려서부터 감정에 무딘 사람인 것 같다. 내가 뭔가를 느끼는 것도 오래 걸리고 표현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지금 든다. 진짜 못 느껴서가 아니라 그런 것을 잘 표현하는 습관이 안 된 사람이다. 감정을 내비치는 것이 어색한 사람이다. 연기하면서는 다른 여러 감정을 표현해야 하다 보니 성격이 달라지더라. 그래서인지 예전만큼 감정 표현이 오래 걸리지 않고 짜릿함이 올 때가 있다. 나에게 다양한 감정이 있었다는 걸 느낄 때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원더랜드'에서 정인을 연기하면서 느낀 짜릿함은?
"소리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속 시원했다. 태주를 계속 챙겨주다 보니 속에 쌓이는데 불도 나고 짜증이 난다. 잘 곳도 없다. 모든 감정이 쌓였지만 태주에게 뭐라 할 수도 없다. 태주를 이해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탁 터지는 장면이다. 정인이의 혼란스럽고 답답한 마음을 그렇게나마 표현할 수 있어서 순간적으로 짜릿했다."
- 평소 화나는 감정도 잘 참는 편인가?
"화나는 걸 참는 건 많이 없는 것 같다. 다들 비슷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데, 화까지는 아니라도 답답한 부분도 있고 짜증이 나지만 다 표현하면서 살지 않는다. 저도 그렇고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 때 수지 화보집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원더랜드'를 보니 수지가 나오면 그냥 화보집이 되는구나 싶었다. 수지가 생각하는 본인의 얼굴은 어떤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나에게 다양한 얼굴이 있구나'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각각 다른 캐릭터를 맡을 때 다른 얼굴이 보였으면 하고, 화보 찍을 때도 다른 얼굴을 찾는 것을 좋아해서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도 여러분과 작업한다. 작품에서 새로운 얼굴을 찾는 것이 좋고 나에게 꽤 다양한 얼굴이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는 건 나이 먹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는 거로 느껴진다.
"4년이 지나 정인의 얼굴을 보면 다르게 느껴지고, 눈빛과 표정 쓰는 것도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막연하게 나이가 들었을 때 나의 얼굴이 어떤 인상으로 변해있을지 궁금하다. 또 변한 얼굴이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 혹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따로 있나? 현재 김우빈 배우와 김은숙 작가의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 촬영 중인데 재회하니 좀 다른 지점도 있나?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이 정도의 바람이 있다. 그리고 (우빈 오빠와는) 아무래도 조금 더 편한 것은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서로 호흡하기도 수월하다."
- '원더랜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
"각자가 슬픔을 감당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기간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해서 내 슬픔이 덜어지던지, 아니면 더 힘들어지든지 오래 걸릴지라도 그 슬픔을 자기 스스로 감당해서 서비스를 종료하는 시점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꽤 강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아무리 힘들어지더라도 견딜 것이라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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