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4년 전 촬영한 영화이지만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수지와 박보검은 4년 전 자신들의 모습에 "어렸다", "풋풋했다"라고 하지만, 관객들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두 사람의 비주얼에 흐뭇해진다. '원더랜드' 이후 더욱 성숙해진 연기로 배우로서도 좋은 길을 걷고 있는 수지는 자신이 연기한 정인에 특히 애정이 깊다고 고백했다. 김태용 감독, 박보검과 함께 한 현장 역시 너무나 좋았다고 추억했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진심으로 '원더랜드' 홍보에 임하며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개봉된 '원더랜드'(감독 김태용)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가족의 탄생', '만추' 등 탄탄하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평단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탕웨이와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공유 등이 열연했다.
수지는 사고로 누워있는 남자친구를 '원더랜드' 서비스로 복원시킨 정인 역을 맡아 남자친구 태주 역의 박보검과 연인 호흡을 맞췄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오랫동안 MC 호흡을 맞췄던 수지와 박보검은 진짜 연인 사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남다른 케미를 발산한다. 공식석상에서의 시밀러룩, SNS에 공개한 스킨십 사진이나 영상 등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두 사람에 과몰입을 외치는 이들이 쏟아졌다. 다음은 수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오랫동안 기다려온 영화가 드디어 개봉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것도 설레고, 오래 기다려온 작품이고 애정이 많이 크다 보니 좋고 뭉클하다.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했다. 정인이라는 캐릭터에 많이 이입하고 애정을 가지고 촬영했다 보니 작품에 대한 애정도 큰 것 같다."
- 영화 속 내 모습을 보니 어땠나?
"어렸구나.(웃음) 보검 배우와 '우리 되게 젊다'는 얘기를 하면서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전에 봤을 때 보다 영화 자체에 몰입을 더 많이 됐다. 예전엔 제 연기에 집중하느라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더 눈에 들어왔다. 울컥했고, 영화 자체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 정인 이야기 외에 어떤 부분에 몰입이 됐나?
"저는 딸이 없지만, 바이리의 마음, 할머니의 마음이 그랬고, 해리가 영상통화를 할 때 일상 같아서 슬프게 다가왔다. 최무성 선배님 나올 때도 너무 밝고 호탕하더라. 웃으면서 자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슬펐다."
- 태주가 돌아오고 나서 정인이 더 어두워지는 면이 생긴다. 그런 간극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인간과의 소통이 더 어렵다는 말을 했는데, 실제 그 생각을 많이 하면서 연기했다. 내가 듣고 싶은 말, 맞는 말만 딱 해주고 필요한 걸 제공하고 채워준다. 공허함이나 외로움의 감정을 느낄 새가 없다. 하지만 똑같은 인간인데 나를 너무 힘들게 하고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대화가 안 된다. 그게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태주와의 소통이 힘든 것을 상상하면서 AI 속 태주를 대하는 정인, 현실 태주를 대하는 정인의 차이가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경 썼다."
- 전사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데 둘 사이를 어떻게 설정했나?
"보검 배우, 감독님과 태주와 정인이 어떻게 어려서부터 연인 사이가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태주와 정인에겐 의지할 수 있는 이가 둘 뿐이라는 것에서 출발했다. 우리 얘기가 다 나올 수는 없지만 그걸 인지하고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잘 전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 서비스 신청서를 직접 작성했는데, 어떤 걸 담고 싶었나?
"촬영 전 대본을 토대로 상상했다. 태주는 우주에 가 있고 잘 챙겨주는 다정한 사람일 것 같더라. 정인이가 이런 모습을 복원하려고 노력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정인이가 덤벙거리는 애일 수 있겠더라. 우리끼리 있었을 사소한 일을 상상했고, 관계성에 도움이 되는 걸 생각했다. 병원에 찾아갔을 때, 마치 시체처럼 누워 있는 애를 보는 것이 힘들었을 거다. 정신이 온전치 않겠다 싶더라. 맨정신으로 못 보니 소주와 회를 먹는다. 그것도 살아있는 싱싱한 걸. 그런 것을 상상하며 써 내려갔는데 감독님이 좋아해주셨다. 그걸 인터뷰 영상으로도 찍었다. 영화에는 안 나왔지만 "우리 태주는요"라고 하면서 인터뷰를 하니까 기억이 쌓이면서 도움이 되더라."
- 태주와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걸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영상통화를 했을 때 나오는 딜레이나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촬영 전에 다른 방에 들어가서 진짜 영상통화로 연습했다. 스케줄 하다가도 영상통화를 해서 안부 인사를 하고 끊기도 했다. 그렇게 연습하면서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했다. 또 보검 배우가 현장에 와서 대사를 직접 해줄 때가 많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은?
"태주가 돌아온 후 정인이가 약을 먹고 자다가 정신이 돌아왔다. 그런데 태주가 어디서 이상한 사람들을 데려와서 논다. 그 장면은 찍으면서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했다. 감독님에게 이게 말이 되냐고도 했다. 이상한 상황이 주어지니 '이별감이군'이란 생각도 들었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했다."
- 갈수록 정인이 변해간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너 왜 막 대해?"라는 대사가 특히 그랬다. 그 대사를 할 때 어떤 느낌이었나?
"대본 속 대사가 묘하다는 지점이 많았다. 대사가 몇 개 빠져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갑자기 이런 대사가 나올 수 있지?' 싶어서 감독님이 "사람들이 얘기할 때 썩 대화가 잘 되고 있지 않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다"라고 하셨다. "너 왜 막 다해?"라는 대사는 맥락상 나올 수 없는데,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둘 간의 혼란스럽고 균열과 갈등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혼자 상상하고 힘들어했으니까 그렇게 갑자기 나올 수 있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 만약 자신이라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할 것 같나?
"신청할 것 같다. 그런데 안 한다고 하는 분들이 많더라. 제가 힘들어질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결국 나중에 그것을 제가 다 감당하게 되는 시간이 올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신청할 것 같다. 정인이도 마지막에 AI 태주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간적으로 마무리를 했다고 생각한다."
- AI 태주는 다른 AI와는 달리 정인에게 남아 있는 행복했던 기억들로만 만들어진 존재이기에 현실에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지점이 현실 태주에게서 정인이 느끼는 혼란이 되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태주를 바라보는 정인이 오히려 불안한 상태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원더랜드'에 내가 신청된다면 어떤 모습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저는 내가 기억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나를 기억하는 건 다를 것 같다. 그걸 내 모습이라고 마주한다면 이질감이 너무 느껴질 것 같다. 태주는 정인의 혼자 기억으로 만들어진 거다. 다른 AI보다 심하게 완벽하고 다정하다. 많이 추가된 부분일 수 있다. 현실 태주가 돌아왔을 때, 정인이 만들어낸 다른 인물 때문에 뭐가 진짜인지 정인조차도 헷갈릴 수 있다고 본다."
- AI 수지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엔 어떤 답을 했나?
"저의 좋은 모습으로 완벽하게 만들고 싶지만, 사실 저는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만들지 마'라고 쓰고 가야 할 것 같다. AI 수지를 만들면 계속 웃고 있는 모습일 것 같아 무섭고 싫을 것 같다. 밖에는 밝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저도 여러 모습이 있다. 그런 것을 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없고 알 수도 없으니 AI 수지가 나오면 무서울 것 같다. 그래서 만들지 말아 달라고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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