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최성은이 '로기완'으로 돌아왔다. '사람'과 '사랑'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아가는 마리를 제 옷 입은 듯 연기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긴 시간 마리의 감정에 푹 빠져 살아왔던 최성은은 따뜻하게 자신과 마리를 보듬어주는 관객의 편지에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그만큼 최성은이 얼마나 '로기완'과 마리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던 순간이다.
지난 3월 1일 공개된 '로기완'(감독 김희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최성은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af69ec244270c0.jpg)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각색된 작품으로, 단편 영화 '수학여행'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아시아나 국제단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김희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처음엔 작가로 참여했던 김희진 감독이 연출까지 맡아 '로기완'을 이끌었다.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에 자신의 이름도, 국적도 증명할 수 없는 이방인이 낯선 유럽 땅에서 겪게 되는 고난과 아픔, 냉혹한 현실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냈다.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건 '사랑', 그리고 '사람'이라는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송중기는 살기 위해 베를린으로 간 탈북자 로기완 역을, 최성은은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사격선수 출신의 마리 역을 맡아 멜로 호흡을 맞췄다. 또 와엘 세르숩, 조한철, 김성령, 이일화, 이상희, 서현우 등이 연기 앙상블을 이뤘다.
최성은은 사격과 불어 연습을 하며 마리가 되게 위해 열정을 불태웠다. 매 작품마다 색을 달리하며 깊은 연기를 보여준 최성은은 이번 '로기완'에서도 "첫 등장부터 마리 그 자체였다", "'화양연화' 같았다"라는 극찬을 얻으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다음은 최성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작품 공개 소감은? 혹시 인상 깊었던 반응이 있나?
"긴장감을 가지게 된다.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고, 아쉽다고 하시는 것도 당연히 이해가 된다. 송중기 선배가 영상 리뷰를 보내주셨다. 외국 유튜버인데 좋게 봐주셨더라. 외국 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까 생각했었는데, 캐릭터의 레이어가 좋았다고 하시더라. 이야기가 가진 힘, 작은 인물까지도 좋게 와닿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했다."
![배우 최성은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96390d234eae13.jpg)
-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순서였다고 했는데 오디션 당시 어땠는지 궁금하다.
"저는 '오전 10시 반이네?'라고만 생각했다. 저 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한데 기대를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있다. 잘 안 되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특별히 '잘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서 '편하게 보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 그럼에도 김희진 감독이 오디션에서 보자마자 '마리가 걸어들어왔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면, 마리가 되기 위한 준비를 완벽히 하고 오디션을 본 것이 아닌가?
"그땐 대본을 아예 못 받았고, 짧게 주어진 것에서 해석하는 정도였다. 마리가 이런 옷을 입을 것 같다, 이런 분위기일 것 같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오디션을 보면 그 사람과 깊이 대화를 하는 분도 있지만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어느 정도는 그 결과 비슷하게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 마리를 어떻게 해석하고 임했나?
"A4 용지의 대본이 세 개 있었다. 벽을 세우고 발톱을 드러내고 있는데 두려워하는 작은 영혼으로 받아들였다. 그 당시에 루즈핏의 옷을 입었다. 색도 빨간색이었다. 의상 실장님과 얘기를 할 때 이렇게 생각한다며 사진을 많이 보내드렸다. 그게 잘 맞았던 것 같다. 제가 좋아하고 저라는 사람과 거리가 먼 옷이 아니라 그런 부분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의상이었다."
- 마리는 원작엔 없던 인물이다.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야 했는데 어떤 노력을 했나?
"촬영하기 직전에 소설은 읽어봤다. 마리는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데, 어떤 정서가 있는 소설인지 참고하려고 읽었다. 마리에 대해선 주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있었다. 전반부의 큰 감정이다. 그걸 저 자신에게 이해시키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외에는 의상과 분장 도움을 많이 받았고, 감독님과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많이 찾아갔다."
![배우 최성은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26f48fc568a803.jpg)
- 이해 안 되는 지점은 어떤 부분이었나?
"'아빠에게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지? 아빠를 이해할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빠를 그냥 탓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이 싫고 미웠고 용서가 안 되니까 다음으로 사랑하는 가족인 아빠에게 풀 수밖에 없었던 거다. 잘못된 행동이지만,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무섭고 힘드니까 사랑하는 아빠에게 그렇게 한 거다."
- 송중기, 조한철 배우가 최성은 배우에 대해 입을 모아 '타협을 안 한다. 만족이 안 되면 끝까지 간다'라고 했다. 두 배우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도 했는데, 어떤 점이 그랬나?
"선배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신 건 연기를 하는 것에서 집중하려고 하는 집요함을 그렇게 보신 것 같다. 중기 오빠는 전체를 보면서도 맡은 캐릭터가 아무리 대본에 A라고 되어있어도 본인이 생각할 때 B의 감정이라면 그걸 설득해내는 힘이 있다. 전체적으로 이해시키는 힘을 배웠다. 인물이 이해가 안 되거나 안 움직여져도 '해야지' 하는 식이었다. 더 좋은 것을 제시할 수도 있는 거고,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도 있다. 그렇게 좋게 나아가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그걸 내가 노력해야 하는 건데, 예상치 못하게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온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부분에선 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중기 오빠의 집요함과 설득해내는 힘을 많이 배웠다. 저와는 또 다른 집요함이다. 보면서 '저래도 되는구나' 했다."
- 어떤 장면에서 여러 번 테이크를 갔었나?
"기억에 남는 건 공항에서 울어야 하는 신이다. 제가 생각할 때 아쉬움이 있어서 그렇게 한 건데 그 장면을 찍을 때 중기 선배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중기, 한철 선배는 좋게 얘기해주셨지만, 그것이 좋은 것인가 싶기도 하다. 제가 마음에 안 들고 집중이 안 되면, 더 가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성격이 있어서 한 번씩 나와 싸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더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다. 장단점이 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기질이라, 다른 것도 전하고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송중기 배우는 '죄책감'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마리 역시 엄마에 대한 상처, 죄책감이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했고 또 어떤 정서를 느꼈나?
"마리도 죄책감이 크지만, 자기혐오가 있다. 자신에게 생채기를 내다보니 그게 습관이 됐다. 엄마가 그런 선택을 했고, 그것을 나에게 숨기는 아빠가 있다. 그 시기에 자기 자신이 굉장히 미웠을 것 같다. 그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면 무너질 것 같고 두려움이 있었을 거다. 그래서 아빠에게 화살을 돌리고 망가뜨렸던 것 같다. 그런 감정의 흐름은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해됐다. 저는 마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많다 보니 안쓰럽다는 감정이 많았다. 그 안에서 제가 위로를 받았던 것이 있었고, 마리와 기완이 사랑하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걸 보며 안아주고 싶었다."
![배우 최성은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b84bd7d6acb43a.jpg)
- 무비토크(GV)에서 관객이 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왜 그렇게 많이 울었나?
"마음이 많이 말랑한 시기이기도 했고, 기완과 마리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편지를 써주신 것이 감동적이었다. 마리에게 하는 말이지만, 저에게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개인적인 고민도 있다 보니, 그것이 마리에게도 저에게도 위로의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에게 건넨 따뜻한 말을 제가 받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여러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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