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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름답고 멋진 '패스트 라이브즈', 반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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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송 감독 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 오스카 후보+전 세계 72관왕
인연·사랑의 의미 되짚는 섬세한 연출과 아름다운 각본, 극찬의 이유
성숙하고 멋진 이별, 그래서 더 의미있는 해피엔딩…3월 6일 개봉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얼굴을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단순한 장난에도 세상 모든 행복을 다 가진 듯, 기쁨과 재미가 충만하다. 12년이 지나고, 또 12년이 지나도 마찬가지. 어릴 적 아이는 이제 없고 스쳐 가는 감정까지도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 된 두 사람이지만, 말장난하고 눈 맞추는 모든 순간이 애틋하다. 인연의 의미를 되짚다가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멋진 이별'을 선택한 두 사람, 그리고 눈물을 쏟는 아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남편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감독 셀린 송)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뤘다. 또 무려 전 세계 72관왕, 212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엄청난 기록 행진 중이다.

유태오와 그레타 리, 존 마가로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유태오와 그레타 리, 존 마가로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의 한 장면. [사진=CJ ENM]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의 한 장면. [사진=CJ ENM]

12살, 해성과 나영은 서로를 좋아했지만, 나영이 가족들과 캐나다 토론토에 이민을 가면서 헤어진다. "잘가라"라는 말이 마지막. 12년 후 나영은 노라라는 이름으로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던 중 SNS를 통해 우연히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화상 통화를 통해 매일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워간다.

하지만 직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큰 나영에게 해성과의 물리적인 거리는 걸림돌이 됐다. 결국 두 사람은 또 헤어짐을 선택하고, 12년의 시간이 흐른다. 해성은 인연의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어 뉴욕을 찾아 나영을 만난다. 무려 24년 만에 재회를 한 것. 수많은 만약의 순간들이 스쳐 가며 끊어질 듯 이어져온 감정들이 다시 교차한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끊임없이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실 철없고 한없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 그저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으로 머물기 마련이다. 대게는 다시 만나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그래서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아 더 아름답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나.

배우 유태오와 그레타 리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유태오와 그레타 리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유태오와 그레타 리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유태오와 그레타 리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게다가 이 두 사람은 12년 전 이미 한 차례 멀어진 바 있는 관계 아닌가. 그럼에도 24년 동안 그 마음을 고이 간직했다가 뉴욕에서 재회하는 주인공라니. 그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는 진짜 당사자만이 알 수 있을 테고 쉬이 다 공감했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눈빛, 표정, 미소 속에 담아낸 그리움과 기쁨만으로도 애틋하고 설레는 지점이 생긴다. 서로를 바라보는 그 순간, 굳이 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이 훅 치고 들어온다.

이 같은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판타지로 느껴지지 않는 건 역시나 한 장면 한 장면 어루만지듯 섬세하게 연출한 셀린 송 감독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일상 속 말과 행동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디테일이 살아있다. 마치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처럼, 거슬린다거나 어색한 지점이 단 하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하게 되고, 그들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인연'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만, 극은 그리 무겁지 않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 코드가 매력을 극대화한다. 특히 뉴욕을 간다는 해성과 술을 마시던 친구가 갑자기 "불쌍한 놈"이라고 하더니 휴대폰 속 날씨를 보여주며 "너 있는 내내 비 온다"라고 하는 식의 대화는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이라 폭소를 유발한다. 시선 강탈하는 장기하의 등장도 '깜짝' 포인트다.

배우 그레타 리와 유태오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그레타 리와 유태오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유태오와 그레타 리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유태오와 그레타 리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잊지 못할 명대사와 명장면도 많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면은 나영, 해성 그리고 남편 아서(존 마가로 분)가 함께 하는 바 장면과 엔딩까지의 시퀀스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색다른 구도 속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질지 긴장하며 보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해성과 나영의 작별. 이제는 과거와 이별하고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셀린 송 감독은 이들의 걸어가는 방향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세상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결말을 담아냈다. 그리고 여기엔 첫사랑 서사보다 더 애틋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남편 아서의 사랑과 배려가 함께 한다. 잠꼬대를 한국어로 하는 아내에 "마음속에 내가 가지 못하는 장소가 있는 것"이라며 무서웠다고 말하던 아서는 끝까지 성숙한 태도로 아내를 지키고 보듬는다. 그래서 더 뭉클하고 여운이 큰 결말이고,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해피엔딩이다.

3월 6일 개봉. 러닝타임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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