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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꽃샘추위에는 후디(Ho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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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가벼운 옷차림을 시샘하듯, 어제 밤 내린 눈이 한폭의 설화를 펼쳐내며 설국의 장관을 선사했다. 겨울왕국같다는 아이의 얼굴에는 신남이, 자동차 후드(본네뜨)위에 쌓인 눈을 한참 치우는 직장인 얼굴에는 난감이 보이는 보기 드문 출근 길이었다.

오늘처럼 봄을 시샘하는 한국의 꽃샘추위는 두꺼운 패딩을 옷장 깊숙한 곳에 넣을까 말까를 3월까지 고민하게 만든다. '부러워하다' '질시하다' '시기하다' '질투하다' '시샘하다' '앙탈부리다'와 같이 한국어는 약간의 어감 차이로 시샘의 강도를 느낄 수 있다. 꽃샘추위를 영어로 표현 하자면 'spring cold snap' 'late spring frost'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아이유 신곡 ‘쇼퍼(Shopper)’ 뮤직비디오 [사진='쇼퍼' 뮤직비디오 ]

영어에는 입춘 후 봄을 시샘하는 것과 다르게 선선한 날씨를 시샘하는 단어가 있다. 첫 서리가 내린 후에도 갑자기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를 인디안 서머(Indian Summer)라고 한다. 공식화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이 용어는 18세기 후반에 처음으로 사용되었으며 미국 원주민들이 10월과 11월에 추운 겨울을 위해 곡식을 수확하거나 비축하는 시기와 관련이 있다고 전해진다. 선물을 주면서도 같은 가치의 선물이 되돌아 올 것을 기대하고 주는 사람을 인디안 기버(Indian giver)이라고 하듯 인디안은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오늘 같은 꽃샘추위에 가장 실용성 있는 아이템은 단연 후디(hoodie)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아이유 신곡 '쇼퍼(Shopper)' 뮤비에 등장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도 블랙 후디를 볼 수 있다.

아이유 신곡 ‘쇼퍼(Shopper)’ 뮤직비디오 [사진='쇼퍼' 뮤직비디오 ]

후드(hood)의 기원은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드가 달린 옷은 습작을 하는 수도사의 복장으로 '리리파이프(liripipe)'라고 불리는 긴 꼬리를 모자 끝부분에 붙여 학자나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하였다. 리리파이프는 학사모 끝에 붙이는 술의 디자인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후드는 중세 시대까지는 모든 사회 계층이 즐겨 입다가 ‘샤페론(chaperon)'이라고 불리는 짧은 망토에 후드를 단 디자인이 귀족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하였다.

1930년대 미국 의류 회사인 '챔피언(Champion)'이 뉴욕 북부의 혹독한 추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시장에 내 놓은 제품이 크게 인기를 끌며 후드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당시 회사명은 '챔피언'이 아닌 '니커버커 니팅 컴퍼니(Knickerbocker Knitting Company)'였다. "니코가 복코니?"라는 말로 들리는 '니커버커'는 뉴욕으로 이주한 네덜란드 사람을 뜻하며 그 당시 뉴욕 북부에는 네덜란드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후로 후디는 특히 힙합을 즐기는 젊은 층들이 선호하며 패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같은 대유행을 이끈 Champion 사는 학업의 정신(academic spirit)을 기린다는 목적으로 후디에 대학 이름을 새겨 대학가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대학생 사이에서도 후디 사랑은 계속되었다.

하버드(Harvard) 출신의 페이스북(Facebook)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도 회색의 Harvard 로고가 새겨진 풀오버 후디(pullover hoodie)와 후드 집업(hood zip-up)을 즐겨 입는다. 후드 집업은 지퍼(zipper)가 있는 후디를 말한다. pull(당기다)과 over(넘어)를 합친 단어인 풀오버(pullover)은 지퍼나 단추가 없어 ‘머리 위에서부터 끌어당겨 입는다(pull it over your head)’라고 하여 입고 벗는 방식 때문에 생긴 명칭이 '풀오버'이다.

요즘과 같은 꽃샘추위에는 두꺼운 패딩보다 롱 카디건(cardigan)이나 청재킷에 두툼한 후디로 레이어드 룩(layered look)을 연출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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