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경제 연예 스포츠 라이프& 피플 포토·영상 스페셜&기획 최신


엔터경제 연예 스포츠
라이프& 피플 포토·영상
스페셜&기획 조이뉴스TV

[조이人] 김범수 "5년전 큰 슬럼프, 무대공포증+PTSD…노래에 무릎 꿇기도"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가수 김범수가 10년 만의 정규 앨범 '여행'으로 돌아왔다. 22일 오후 6시 공개되는 '여행'은 김범수가 25년간 걸어온 길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함축적으로 녹여낸 곡이다. 잔잔하고 시적인 노래를 쓰는 신예 싱어송라이터 최유리가 타이틀곡을 작사 작곡했으며, 섬우정아 김제형 이상순 임헌일 피노미노츠 송영주 등이 앨범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범수는 최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컴백 기념 인터뷰를 통해 '김나박이'라는 수식어로 인해 겪어야 했던 슬럼프, 아무도 모르는 새 무대 공포증을 이겨내느라 고민했던 시간, 데뷔 25주년을 누구보다 편안하게 맞이한 소감 등을 솔직하게 전했다. 아래는 김범수 일문일답 전문이다.

김범수 정규 9집 '여행' 콘셉트 포토 [사진=영엔터테인먼트]
김범수 정규 9집 '여행' 콘셉트 포토 [사진=영엔터테인먼트]

◇데뷔 25주년을 맞은 소감은?

25년 시간이 흘렀다는 게 안 믿겨진다. 많은 선배들의 25주년 기념 앨범에 참여도 했는데, 내게 일어날 일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과연 그때까지 활동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걸 덤덤하게 생각하는 선배들을 보며 '25년이 얼마나 대단한데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싶었는데, 지금 딱 그 심정이다. 25년 얘기하는게 너무 부끄럽다. 이번 앨범, 콘서트에서 다 25주년을 뺐다.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지만 쭉 하다보니 이렇게 된거다. 25주년을 스스로 기념한다기엔 너무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온만큼 남았다고 생각한다. 간이역 중에 조금 큰 간이역 정도의 느낌으로 생각한다. 대단한 느낌은 들지 않고 눈 깜빡 해보니 긴 여행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최유리에게 곡을 의뢰했을 때, 최유리 역시 나에 대한 생각이나 지금까지 여정을 고민 많이 하고 곡을 써줬다. '여행'이 나왔을 때 '이 앨범의 타이틀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 앨범의 테마가 될 수 있는 노래를 선물해줬다. 지금까지 여정을 담았다.

◇지난 25년을 '여행'에 비유하자면?

다른 분들이 25주년 됐어 했을 때 하는 얘기가 '롱런했다', '참 무탈하게 잘 온 것 같다'고 한다. 내가 기사에 날 만큼 큰 이슈 없이 잘 해왔던 건 축복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내면적으로 엄청난 고민과 갈등과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 인생이 그렇고 성공하고 문제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수많은 난관을 뚫어야 갈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내 25년은 크루즈 여행은 아니었지만 뗏목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냥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바다는 정말 변화무쌍하다. 파도가 쳤다가 잔잔해지기도 하는 수많은 변화 속에서 바다에 떠 있는게 내 인생이 아니었나 싶다.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묻고 싶다.

큰 슬럼프가 한 번 왔다. 벌써 5년 전이다. 20주년 기념 첫 공연에 힘을 많이 들이고 있었다. 준비도 많이 했고 운동선수처럼 공연 전에 루틴처럼 강박적으로 살도 빼고 다 지키면서 왔는데 공연 당일 급성 후두염이 와서 당일 취소가 됐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목소리가 아예 안 나왔다. 리허설 때 대화가 힘든 상태까지 가버리니 병원에 갈 수 밖에 없었다. 의사도 정확히 이유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 중압감 스트레스, 리허설 과정의 환경. 알 수 없다고. 공연할 수 있는 상태 아니라고 하더라. 깜깜해졌다. 공연하며 그런 적 처음이었다. 병원에서 공연장으로 돌아오는데, 수많은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고 스태프 대기실 들어가는데 100명 스태프가 날 걱정스럽게 쳐다보더라.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었다.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결국 이 상태를 그대로 설명하고 이 목소리로 노래를 한 곡 하고 사과드리고 환불하며 공연을 접었다. 저녁에 사과문도 썼다. 그 때 이 사태를 너무 덤덤하게 넘겼다. 내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면 스태프나 관객에게 더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나 자신이 사람이 아닌 것처럼 감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 그게 화근이었다. 울든 화를 내든 짜증을 내든 도망쳤어야 하는데 그걸 너무 덤덤하게 넘겼던 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로 크게 왔다. 무대 공포증이 생겨서 무대 올라가려고 하면 다리가 떨리고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노래하는데 피치가 왔다갔다 할 정도였다. 노래에 무릎 꿇는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유일하게 잘했던 내로라 할 건 이것 밖에 없었는데 이걸로 좌절하게 되니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던 게 2년이 걸렸다. 그 시간을 힘들게 버텼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한참 헤맸고 이 앨범 직전까지도 이 앨범을 만들 수 있을까 확신도 없었다. 이 앨범을 만들면서 회복이 많이 됐다.

◇어떤 방식으로 극복했나.

'김나박이'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나니 후련했다. 그 단어만 들어도 무서운 단어 듣는 것처럼 그랬다. 노래에 힘을 뺀 것도 그 이유다. 이 앨범을 완성시킬 수 있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확실히 공연을 하면 할수록 두려움이 덜해지는 것 같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공연 내내 불안했다. 올해 생각해보면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무게, 왕관을 내려놓고 가기만 하면 편해질거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 많이 회복했다. 보내주신 건 감사하지만 받아서 내려놓고 가는 선상에 있는 것 같다. 많이 가벼워졌다. 신인 마음으로 완전히 돌아갈 순 없지만 노래 좋아해서 했던 내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김범수 정규 9집 '여행' 콘셉트 포토 [사진=영엔터테인먼트]
김범수 정규 9집 '여행' 콘셉트 포토 [사진=영엔터테인먼트]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힘이 있다면.

유튜브도 해봤고 다양한 걸 보여줘야 하는 시대다. 예전엔 노래 열심히 하고 사업 안 하고 한 길만 가면 대가가 돼서 가왕이 됐다. 난 그걸 롤모델로 삼았는데, 이젠 다양한 걸 섭렵해야 인정받는 시대가 왔다. 그걸 편승하기 위해 유튜브를 해봤지만 나와는 안 맞는 것 같다. 나는 무대에서 노래할 때 가장 나답고 어울린다. 사업 기질도 없다. 바보 같아도 예전 선배들처럼 노래만 하고 싶다. 부수적 프로젝트를 아예 안하는 건 아니지만 주가 될 순 없다. 부수적인 모습 보여드릴 순 있겠지만 결국엔 노래하는 사람으로 가야할 것 같다.

◇25년 돌아보며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면?

노래하는 가수로서 목소리를 먼저 알렸던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 잘한다'는 칭찬이 감사하지만 이미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 때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다. 다른 가수들처럼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었던 희열이 정말 컸다. 많은 사랑도 받았다. 살면서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구나', '좋아하는 노래로 이렇게 큰 보상 받을 수 있구나' 했던 게 기억난다.

◇김범수가 바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있다면?

좀 더 편안한 모습으로 변한 나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한다. 가창 위주의 가수들은 요즘 스포츠 선수처럼 노래한다. '어떻게 하면 저 음까지 도달할까', '어떻게 하면 이 테크닉을 수려하게 선보일까' 하며 기계체조 선수처럼 노래하는데 그런 접근이 아닌, 이 노래가 담은 가사를 어떻게 전달하고 편안하게 전달받을까 고민하는 가수로서 성장하고 싶다.

◇후배 발라더에게 전할 조언이 있다면?

후배들에게 할 말 없을 정도로 후배들이 잘하고 있다. 이제는 스스로 자기 얘기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자기 생각을 곡으로 만들어서 전달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엔터테이너적 요소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다만 우려되는 건 발라드 곡 스타일이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 기술, 고음역대 싸움이 되는걸 보면서 이게 진짜 노래인가 하는 걱정이 든다. 노래가 전해야 할 메시지가 사라지고, 히트곡은 많아지지만 명곡이 나오지 않는 시대가 왔다. 멜로디가 몇개 없거나 가사가 심플해도 주옥같은 명곡이 많았던 시절을 다시 찾았으면 한다. 또 피지컬로 노래하는 가창자들이 목을 좀 아꼈으면 좋겠다. '자기는 그렇게 해놓고' 라고 말하면 할 말 없는데 이게 영원히 나오는 지하수가 아니더라. 넘쳐 쏟아지던 때가 있었지만 다 뱉어버리면 나중에 물이 고갈되거나 압이 약해져버린다. 그러면 지금의 피지컬을 유지할 수 없더라. 목관리 잘 하고 안배하면서 가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한다. 우려되는 부분은 그거 하나다.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이 리스너들에게 어떤 작품이 되길 바라나.

'여행'은 내게도 선물같은 앨범이다. 나는 내 작품을 만든 뒤 그걸 다시 듣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행'은 나도 가끔 감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께 이번 앨범만큼은 특별한 선물이 되길 바란다. 내가 위로받았듯이 결핍이나 공허함을 가진 분들께 들꽃처럼 따뜻하게 안겼으면 한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조이人] 김범수 "5년전 큰 슬럼프, 무대공포증+PTSD…노래에 무릎 꿇기도"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