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소재도 소재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연출이 독특하다. 강렬한 카타르시스까지는 아니지만, 보다 보면 묘하게 빨려든다. 배우들의 열연을 바탕으로, 강하게 부딪히고 엉키는 캐릭터를 지켜보는 묘미가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꽤 흥미로운 '살인자ㅇ난감'이다.
지난 9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연출 이창희)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꼬마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제대한 지 반년 째, 취업 준비도 하는 둥 마는 둥 워홀이나 갈까 생각하는 무기력한 대학생 이탕(최우식 분)은 어느 날 편의점 알바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강력계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은 본능적으로 이탕에게 수상함을 느끼지만 증거는 없다. 게다가 죽은 남자가 12년간 지명수배된 연쇄 살인마로 밝혀지면서 사건의 향방은 사뭇 달라진다.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아무도 잡으러 오지 않는 게 이상하고 혼란스러운 이탕 앞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의문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하늘이 준 특별한 능력으로 '죽어 마땅한 인간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정의 구현을 하자는 것. 악인 감별 능력을 각성하게 된 이탕과 그를 추적하는 집념의 형사 장난감 앞에 의문의 전직 형사 송촌(이희준 분)이 나타나면서 사건은 더욱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연히 죽인 사람이 알고 보니 악랄한 범죄자였다는 설정이 바탕이 된 '살인자ㅇ난감'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사적 복수를 하는 기존 다크히어로물과는 결을 달리한다. 학업엔 뜻이 없고 미래도 불투명한, 평범을 넘어 지질하기까지 한 대학생 이탕은 매 순간 딜레마에 빠지며 고뇌하고 방황한다. 그렇기에 극은 이탕의 심리를 따라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물론 '죽어 마땅한 범죄자'를 처단한다는 것에서 어느 정도의 시원함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법을 벗어난 응징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주제의식은 무겁지만, 그렇다고 극이 어두운 건 아니다. 이창희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색과 빛을 잘 활용해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을 완성했다. 인물의 시점을 따라가는 과감한 편집은 극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효과를 주며 적절한 선곡의 음악 역시 장르적인 쾌감을 높여준다.
물론 장르물에서 기대하는 속도감이나 기막힌 반전에 있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인물의 심리에 집중한 연출은 '느리다'를 시작으로 '지루하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독특함이 주는 장단점이 아주 명확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또 악인을 그리고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선정적인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해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들은 제 몫을 제대로 해낸다. 이탕 역을 연기한 최우식은 '삐약이' 이미지를 벗고 조금 더 다양한 얼굴과 깊은 내면을 드러낸다. 손석구는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고 날 것의 연기를 보여준다. 송촌, 아버지와 얽힌 과거사부터 형사로서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까지, 캐릭터를 힘있게 끌고 간다. 송촌 역 이희준은 비주얼부터 송촌 그 자체다. 분장뿐만 아니라 말투, 행동 완벽하게 변신한 이희준은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후반부를 지배한다. 원래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통하는 이희준이지만, 새삼 그의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
이들과 함께 꼭 눈여겨봐야 할 배우는 이탕의 숨은 조력자, 사이드킥 노빈 역의 김요한이다. “배우가 맞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책임지는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이들 외에도 권다함, 현봉식, 정이서, 조현우, 노재원, 임세주, 이중옥 등도 탄탄한 합을 완성했다. 특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시청자들의 눈물 버튼이 됐던 노재원은 또 다른 빌런 캐릭터로 분노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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