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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꼰대 같지 않길" 유해진이 말하는 '좋은 어른·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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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우 유해진, 영화 '도그데이즈' 계획형 싱글남 민상 役 열연
"무지개 다리 건넌 겨울이에게 듣고 싶은 말? "밥 줘"라는 일상적인 말"
"좋은 어른? 딱 윤여정 선생님 같았으면…연기 롤모델은 송강호·최민식·오달수"
"연극하는 느낌의 '올빼미', 정신줄 잡으며 연기…상 보다 큰 만족감"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딱 윤여정 선생님처럼", "꼰대 같지 않은 배우" 배우 유해진은 '좋은 어른'이자 '좋은 선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흔들리고 있는 누군가를 딱 잡아줄 수 있는, 꼭 필요한 말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는 마음이다. 나이, 연차 상관 없이 여전히 자신에겐 엄격하고, 타인에겐 배려심이 깊은 유해진이기에 더욱 크게 다가오는 말일 테다. 그렇기에 늘 유쾌한 웃음을 전하고 연기에 열정과 진심을 다하는 유해진은 '참 좋은 배우이자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하게 된다.

지난 7일 개봉된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로, 윤여정과 유해진, 김서형, 김윤진, 정성화,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배우 유해진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유해진은 자신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발생하면 예민해지는 계획형 싱글남 민상을 연기했다. 영끌해서 산 건물의 세입자이자 동물병원 원장인 진영(김서형 분)과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결정적 도움이 될 세계적 건축가 민서(윤여정 분)가 진영의 동물병원 고객이라는 걸 알게 되고 진영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 과정에서 민상은 주차장에 사는 강아지 차장님과 단짝이 되고 진영과도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삼시세끼'에서 산체, 겨울이와 남다른 케미를 형성했던 유해진은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누구보다 훈훈한 온기를 지닌 민상을 통해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선사한다. 이미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유해진은 전매특허 생활 연기와 유머로 극을 풍성하게 만드는 동시에 김서형, 차장님과 사랑스러운 호흡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지난 해 '달짝지근해:7510'의 김희선에 이어 '도그데이즈'에선 김서형과 달달한 로맨스 연기를 보여주며 휴 그랜트를 압도하는 멜로 장인 '유그랜트'로 거듭났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다음은 유해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민상의 전사는 어떻게 설정했나?

"이 사람은 모든 것을 잊고 산다. 강아지도 그렇고 이성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다. 삶이 다 별로다. 출세하고 건물만 있으면 된다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강아지가 매개가 되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배우 김서형과 유해진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 이번엔 건물주더라.

"건물주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진짜 실망했다. 2층 가정집이더라. 실제로는 좋은 집은 아니다. 건물주라는 표현이 맞는 건가 싶더라.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인 것 같다. 그래도 대출받고 힘들게 마련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강아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나 아파"라는 대사가 나온다. 만약 한마디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

"모르겠다. 아마 겨울이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 '사랑해'라는 것보다는 일상적인 말일 것 같다. '밥 줘'라는 말도 한 번쯤은 듣고 싶다. '좀 푸짐하게 줘'라든가. 한 번만이라도 듣고 싶다."

- 민상처럼, 내가 잊고 있던 기억을 깨닫게 된 것이 있었나?

"민상의 어렸을 때 이야기는 제 에피소드다. 원래는 다른 설정이었는데,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걸 설정해보자는 생각에 감독님과 얘기를 했다. 그 개 이름은 쫑이인데, 저도 트라우마가 컸다. 초등학교 2~3학년 쯤이었는데 학교 다녀오니 없었다. 큰 충격이었다."

- 그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했나?

"그게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갔었는데, 살면서 사회 생활하니 사라지더라. 이번 작품 하면서 '어렸을 때 쫑이가 있었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분이라도 어려서 강아지에 대한 추억은 하나씩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우 윤여정과 유해진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자신이 연기한 것 외에 감동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다면?

"윤여정 선생님과 탕준상이 나오는 신이 좋았다. 인생을 더 살아본 어른으로서 얘기하는 방법이 세련된 느낌이 있다. 대사 자체도 꼰대 같지 않은데 필요한 말을 어른으로서 잘해준다는 느낌이 있고 고급지더라.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 것이 되게 좋았다. 저에게도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찡한 것이 있어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안락사 장면도 그렇고, 윤여정 선생님이 탕준상과 함께 하는 장면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목공소 밖에서 얘기하는 장면에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필요한 얘기를 해주신다. '겉바속촉'이다. 선생님 목소리가 드라이한데 안은 촉촉하다."

- '좋은 어른'은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어른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딱 윤여정 선생님 정도였으면 좋겠다. 그런 어른 같은 분이 주변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꼰대가 혼내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흔들릴 때,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필요한 말을 '길지 않게' 해줄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 저도 연기할 때 롤모델이 있다. 송강호, 최민식 선배도 있고 오달수 형도 있다. 어떻게 할지 갈피를 못 잡을 때 떠올리게 된다. 삶에서도 그 어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떠올리게 되는 어른이 있다면 큰 힘이 된다."

- 많은 후배에게 방금 언급한 존재가 되는 선배인데, 선배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꼰대 같지 않은 배우이고 싶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된다. 삶에서는 어쩔 수 없어도 현장에서는 굳이 꼰대가 되지 말자는 마음이다. '너무 꼰대 아니냐'는 생각이 들면 그만두자는 마음이다. 물론 제가 그렇게 되기 전에 사람들이 절 안 쓸 것 같다."

- '올빼미'로 새로운 유해진을 보여주며 극찬을 얻었는데, 수상 운은 없어서 아쉬웠다.

"상을 떠나서 '올빼미'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하는 느낌이 있었다. 모처럼 연극을 하는 느낌이었다. 선이 굵고, 몰입과 큰 에너지가 있었다. 곤룡포를 헤치고 얘기를 하는 장면에선 진짜 연극을 하는 느낌이어서 참 행복했다. 상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거다. 보너스다 보니 안 주면 그냥 '다음에 열심히 해보자' 그렇게 된다. 상보다 더 큰 만족감이 있었다. 그런 현장은 농담 한마디가 안 나온다. 예능처럼 하면 진짜 큰일난다. 정신줄을 잡고 있어야 하고 맥을 놓치면 안 된다. 그래서 날이 많이 서 있다. 농담하다가 슛 들어갈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떨어져 있었다. 그런 맛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로도 충분하다."

배우 유해진이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 배우 유해진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친근한 역할인 것 같다. '올빼미'는 아니다. 그런 것이 들어오면 반가움이 있다. 악역이든 그렇지 않든, 전반적으로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 흔함을 흔하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 유해진이란 배우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

"큰 숙제이기도 하다. 제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건 뻔하다. 저를 통해 나오는 것이니 어떻게 크게 변화를 주겠나. 어떤 작품이든지 그 얘기 속에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밖에 없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예전의 작품과 비슷할 거다. 그렇게 보이더라도 이야기 속에서 혼자 겉돌거나 이상하게만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저게 유해진이야?'라며 놀라게 할 수 있는 게 어딨겠나. 그래서 '올빼미' 같은 경우 '나에게 왜 이런 걸 시키지?'라는 생각과 '나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것이 있었다. 사극이라는 특성도 있을 거다."

- '도그데이즈'만의 강점을 꼽아준다면?

"제가 걱정했던 건 너무 슴슴하고 밍밍하지 않을까 였다. 그런데 영화가 그렇게 안 느껴져서 다행이었다. 큰 반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족들이 스트레스 없이 보기에 딱 좋은 영화다. 그 안에 재미도 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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