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남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뛰어가던 두 소년이 돌아보고 우리를 쳐다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괴물은 누구?"라는 물음표가 영화를 보는 내내 둥둥 떠다닌다.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시 처음 글을 읽었을 때 계속해서 '괴물 찾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마지막에 가서 우리는 뒤통수를 맞은 듯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괴물 찾기'를 한 내가 괴물이었구나, 씁쓸함과 깊은 여운을 가슴으로 느낀다. 두 소년이 우리를 돌아보듯, 관객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괴물'이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는 날카로우면서도 참 따뜻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괴물' 흥행 감사 내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미디어캐슬]](https://image.inews24.com/v1/530d42fc7409fa.jpg)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로, 지난 3일 개봉 66일 만에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칸 국제영화제 수상과 함께 한국에서 폭발적인 관객 사랑을 얻고 있는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일본 실사 영화 최고 흥행작이자 2023년 및 2024년 아트 영화 중 실사 영화 최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후 처음으로 일본 실사 영화 중 5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최근 15년간 일본 실사 영화 흥행 기록에서도 흥행 TOP2에 올라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에 이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일 오후 배급사 NEW 사옥에서 진행된 내한 인터뷰 시작 전 "2박 3일이라는 짧은 내한이었다. 5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모든 분에게 감사 말씀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러브레터'와 '오세이사' 이후 기록적인 흥행이다. 어떤 점을 느끼고 있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이 중요했다. 처음으로 일을 같이 했던 분도 있고 20년 가까이 일을 한 스태프도 있었다. 그 모든 분이 일을 잘했다는 걸 실감했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이야기와 전개 방식,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중요했다. 각본의 힘이 컸다. 그리고 한국 팬덤을 형성한 두 소년의 힘이 있지 않나 싶다."
-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아동학대, 교권 추락 등이 한국에서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건 아니겠지만 소감이 어떤가? 또 그런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려고 했나?
"한국에서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다. 프랑스에서 개봉할 때도 프랑스 학교에서 왕따 사건이 있었고 아이가 세상을 떠나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영향으로 보시는 분들이 늘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자체가 좋은 일은 아니다. '괴물'을 기획한 건 2018년 12월이다. 코로나 전 플롯이 나왔다. 코로나 시기에 촬영했고, 개봉하기까지 힘든 것이 있었다. 전 세계 분단을 상징하는 일이 많이 일어났다. 이 일들이 현재 사회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을 포기하고 괴물이라고 치부하는 상황이 여러 곳에서 일어났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는 시대를 먼저 읽고, 이 시대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 재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괴물' 흥행 감사 내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미디어캐슬]](https://image.inews24.com/v1/16d21ad3b9fa54.jpg)
- LGBTQ(성소수자)는 낯설고 부수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소재다. 이 소재를 다루려 할 때 두려움이나 망설임은 없었나?
"이 작품의 플롯을 읽었을 때 정면으로 퀴어 소년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섬세한 연출이 필요해 스태프 공부로 시작했고, 배우들 연기를 시킬 때도 새로운 노력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캐스팅할 때 각본을 주지 않고 그 아이의 개성에 맞게 글을 고쳐왔다. 각각 대사와 상황에 맞게 전달하면서 배역 자체와 아이의 개성이 겹쳐지는 식으로 연출을 했다. 하지만 '괴물'은 아이들에게 이런 작업을 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각본을 읽게 했다. LGBTQ가 무엇인지, 성정체성엔 어떤 종류가 있는지 강의를 받게 했다. 성교육 보건 교육 전문가를 불러서 신체 접촉을 하거나 심리 표현을 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리허설부터 참관하고 교육을 했다. 외적, 내적으로 부담이 안 가는 방식으로 연출하려 했고, 프로듀서도 많이 신경 쓰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숙제가 많다. 개선할 것도 있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노력했다."
- 평소 관객 반응을 찾아보는 편인가? 내한 후 진행한 GV에서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었나?
"한국 오기 전에는 인터넷에서 반응을 거의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평가를 보면 심리적으로 좋지 않아서 어떤 호평이 나오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대신 한국에 왔던 두 배우가 따뜻하게 환대를 받았다는 얘기를 하며 좋아하는 것을 보고 관객들이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GV 반응을 봤을 때 일본과 마찬가지로 N차 관람을 많이 한다는 걸 실감했다. 두 번 볼 때 다른 점이 보이고, 그래서 3번, 4번 더 보더라. 10번이 넘게 봤다는 관객이 있어서 뜨겁다는 것을 알았다. 저보다 더 깊이 포착하고 해석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 작품에 있어서 엄청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 지우개를 떨어뜨리는 장면은 무슨 의미를 담았나?
"극 안에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 묘사가 있다. GV 때도 많은 질문이 나왔는데, 교장 선생님이 슈퍼 앞에서 여자아이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것, 지우개를 떨어뜨리고 똑같은 자세로 있는 것 등 작품 속에서 명확하게 해답이 제시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영화에선 후반에 이유가 밝혀지는데, '괴물'의 각본은 엄마가 느끼고 얻은 정보만으로 학교 탓을 하는 엄마의 감성에 젖어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저 교장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도 안 되는 교장인 것 같다'는 걸 관객도 똑같이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그렇게 연출했다. 지우개를 줍는 장면은, 미나토에게 감정은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손끝, 배, 발끝에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 장면에서 미나토의 감정은 지우개를 주울 때가 아니라 줍고 나서 글을 지울 때 표현이 더 됐을 거라 생각했고, 배우들에게 동작으로 감정을 치환하라는 얘기를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괴물' 흥행 감사 내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미디어캐슬]](https://image.inews24.com/v1/acfce3070f3078.jpg)
- 엔딩에서 아이들이 뛰어가는 마지막 장면의 연출 포인트와 메시지는 무엇인가?
"두 아역 배우에게 '기뻐해라', '소리를 질러도 되고 뛰어올라도 된다', '외쳐도 된다'라고 했다. 괜찮다고 스스로 축복하라는 얘기를 했다. 원래는 포스터에 나오는 두 아이가 돌아보는 장면을 촬영했다. 그렇게 끝을 내려고 했는데 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라는 곡을 입혔을 때 둘이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뛰어가는 것을 엔딩으로 하니 둘을 축복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편집을 고쳤다. 이 장면을 찍을 때 생각한 것이 '축복'이었다. '아쿠아'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딸이 태어났을 때 축복하기 위한 곡이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느낌을 그렸다."
- 예전 간담회에서 괴물은 그들 옆에 있는 방관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게 지칭한 이유는 무엇인가?
"요리의 아버지처럼 인간성을 잃어버린 이들을 괴물로 지칭하는 건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 두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가는 사람은 엄마, 부모, 선생님일 수 있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일반적', '평범한', '남자답게'라는 말을 한다. 이런 언어들이 '동조압력'(주변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남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반 아이들도 그렇다. 반 아이들은 독특한 탤런트를 흉내 내면서 요리를 놀린다. 지금의 사회를 상징하는 것이고, 어른들의 가치관이 아이들에게도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자체가 나빠서 그런 건 아니다. 일반화시키는 건 죄송하지만, 대부분은 요리의 아버지, 교장 선생님 같지 않고 엄마와 선생님처럼 살아간다. 평범한 말을 하면서 괴물 찾기를 하고 나도 괴물일지 모른다고 깨닫는 것이 대부분일 거다. 뛰어가던 두 소년이 돌아보고 우리를 쳐다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 이번엔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와 작업을 했지만,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기도 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내가 썼다면?'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이 있지는 않았나?
"'제가 썼다면'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 없다. 나라는 사람은 이런 각본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각본가님과 의견 교환을 굉장히 많이 하면서 의미나 뉘앙스를 많이 여쭤봤다. 그런 캐치볼을 3년 동안 이어갔다. 각본가님이 쓴 각본이 제가 쓴 것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며 극에 끌어들이는 힘이 강하다. 저는 잡다하고 사사로운 것을 겹쳐가면서 스토리를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오래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다 보니 제가 쓸 수 있는 구성, 대사, 캐릭터가 유사하다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질리는 것이 있었다. 확실하게 이야기 자체의 힘을 가지고 끌고 가는 건 쓰지 못하다 보니 이번 '괴물'은 공부가 됐고 좋은 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각본가와 일을 한 건 큰 경험으로 남아있다. 음악실 장면에서 각본가의 능력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교장 선생님과 미나토가 언어가 아닌 진실된 마음을 악기에 담아 소리를 내는 클라이맥스가 있다. 감동을 한 장면이고 나는 절대 이런 신은 못 쓴다고 생각했다. 제가 썼다면 악기를 부는 사람은 미나토와 요리였을 거다. 주인공과 가장 먼 곳에 있고 관련 없는 사람이 한 장소에서 악기를 부는 것은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가 아니면 절대 쓸 수 없다고 생각하고 대단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괴물' 흥행 감사 내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미디어캐슬]](https://image.inews24.com/v1/46b28b986096dc.jpg)
- 한국에 와서 송강호, 배두나 배우를 만났다고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만나서 우리가 나눈 추억담, 가족에 대한 이야기, 작년엔 무엇을 하고 어떤 작업을 했는지 등을 맛있는 음식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한국 배우가 있나?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는 굉장히 많다. 하지만 직접 이름을 거론하면 다른 분들에게 제안하기가 힘들다.(웃음) 그래서 같이 작업하고 싶은 한국 배우가 많이 있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리고 싶다."
- 앞으로의 계획을 비롯해 인사를 전한다면?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는 많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이제는 남은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됐다. 머리에 있는 영화를 다 못 만들 것 같은데, 일본 밖에서 만들고 싶은 기획도 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배우와 작업할 기회도 가지고 있고 빠른 시간 안에 그것을 실현하고 싶다. 신작이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도 봐주시면 좋겠다. '괴물'에 대해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새로운 기회가 되어 다시 만나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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