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사건을 일으키는 빌런도 없고, 인물들의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된다. 그렇기에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말로 흘러간다. 어찌보면 식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없이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이것이 '도그데이즈'를 지탱하는 힘이자,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추운 겨울, 사랑하는 반려견, 가족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윤여정과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윤채나가 출연했으며, 박인환과 김고은이 특별출연해 힘을 보탰다.
깔끔한 성격의 계획형 싱글남 민상(유해진 분)은 영끌해서 모아 산 건물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세입자 수의사 진영(김서형 분) 때문에 매일 머리가 아프다. 진영과 티격태격하던 민상은 동물병원에서 한 성격 하는 할머니 민서(윤여정 분)를 만난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인 민서의 도움이 절실한 민상은 민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진영과 주차장에 사는 강아지 차장님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협심증을 앓고 있는 민서는 갑자기 길에서 쓰러지게 되고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 완다를 잃어버리고 만다. 동네에 살고 있는 케이팝 작곡가 선용(정성화 분)과 정아(김윤진 분) 가족이 완다를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민서는 자신을 구해준 MZ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 분)와 함께 완다를 찾아 나선다. 선용의 후배인 밴드 리더 현(이현우 분)은 자리를 비운 여친의 반려견 스팅을 돌보게 된다. 그런데 스팅의 대디를 자청하며 나타난 여친의 전남친 다니엘(다니엘 헤니) 때문에 당혹스럽다.
시작부터 반려견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아낸 '도그데이즈'는 반려견과 얽힌 다양한 사연들을 펼쳐내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처음엔 강아지를 싫어해 동물병원 원장인 진영과 사사건건 싸우기 일쑤인 민상은 민서를 비롯한 반려인들의 직언을 이용해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되고, 그걸 계기로 진영과 점점 가까워진다. 성공한 건축가지만 실상은 넓은 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반려견 완다와만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민서도 MZ 라이더 진우를 만나 조금씩 달라진다. 물론 긴 세월 살아온 자신의 방식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요즘 세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건넨다.
특히나 '멋진 어른' 윤여정의 위로는 투박하지만 그 자체로 큰 힘이 된다. "청춘, 봄도 좋은데 푸른 봄이다. 너의 청춘은 파릇파릇했으면", "어른들이 (너희에게) 미안하지", "너는 안 늙어봤지만 나는 젊어봤거든" 등 윤여정이 담담하게 전한 이 대사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청춘을 경험한 이들에게도 다시 한번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 어떤 표현이나 설명 없이, 담담한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안기는 윤여정의 톱클래스 연기 내공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유해진은 역시나 안정적이다. 코믹, 진지를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밉지 않게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여기에 김서형과 만들어낸 로맨스 케미도 극을 보는 재미 포인트다. 캐릭터 서사만 놓고 봤을 땐 다소 억지스럽고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설득되는 건 단연코 유해진이기 때문이다. 김서형의 연기 변신은 반갑다. 최근 무겁고 강한 캐릭터 연기를 많이 해왔던 김서형은 이번 '도그데이즈' 진영 역으로 한층 밝고 친근한 매력을 뽐낸다. 실제로도 반려견 사랑이 큰 김서형은 강아지들을 위해서라면 온몸을 내던지는 열정 가득한 수의사가 되어 극을 꽉 채워준다.
'도그데이즈'의 진짜 주인공은 '완다', '차장님', '스팅' 등 소중한 반려견이라 할 수 있다.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정신을 쏙 빼놓게 할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극에 기분 좋은 활력을 불어넣는다. 반려인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극에 빠져들 수 있고, 반려인이 아니라 해도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반려견에 행복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김고은의 깜짝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이미 뮤지컬 영화 '영웅'으로 탁월한 노래 실력을 입증한 김고은은 이현우와 아름다운 명장면을 완성해냈다. 분명 스토리로는 슬픈 상황이지만, '도그데이즈'만의 따뜻한 감성이 충분히 담겨 오래도록 기억될 장면으로 손꼽힌다.
다만 연출은 아쉽다.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은 걸 고려하더라도 뚝뚝 끊기는 편집과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은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일부 캐릭터의 부족한 개연성이나 감정 과잉, 혹은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설정도 단점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도그데이즈'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따뜻한 메시지까지 고루 담아내며 설 연휴 가족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힐링 영화로서 손색이 없다. 꼭 반려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내 가족, 지인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가슴 따뜻한' 시간, '도그데이즈'다.
2월 7일 개봉. 러닝타임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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