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하기 위해 해보지 않은 일이 없어요."
곱상하게 생긴 두 젊은이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렇게 입을 열었다. 이들은 바로 남성 2인조 록그룹 더 크로스다. 2집 타이틀곡 '떠나가요 떠나지마요'로 온라인과 모바일 음악차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더 크로스의 이시하와 김경현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두 사람에게 유일하면서도 가장 강한 원동력은 바로 음악 그 자체였다. 겉보기와 달리 두 사람에게는 그동안 크고 작은 시련이 많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집에서 밀어주는 가수들도 많던데, 저희는 둘다 유독 집안의 반대가 심했어요. 음악하는데 필요한 돈을 우리가 다 알아서 해결해야 했거든요. 악기도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샀어요."
특히 이시하는 공사판에서 벽돌 나르기, 타일 붙이기 등은 물론 유물 발굴장에서 말 그대로 '삽질'도 했을만큼 고생을 많이 했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악기를 사고 데모 음반을 만들었어요. 음악을 할 수 있게 되니 너무 좋더라고요. 2집 작업 때도 악기를 용달차에 실어 산속 암자로 옮긴 뒤 틀어박혀 지내면서 음악에만 매달렸어요. 행복했죠."
이시하,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가고 있어요"

더 크로스에서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작곡가 이시하는 학창 시절 좀 '놀았을 것 같은' 반항적 외모와 달리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에 재학 중인 엘리트 청년이다.
어릴 때 기타와 피아노를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막연히 머리 속에만 자리했던 음악에 대한 꿈을 대학 입학 후 조금씩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 출발점은 대학교 2학년 참가했던 'Mnet 록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수상을 계기로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후에도 부모님은 모르셨어요. 교육자 집안이라 남몰래 음악하면서 마음 고생도 많았죠. 하지만 1집 때 TV와 신문에 나온 제 얼굴을 우연히 보시면서 부모님이 아시게 됐고, 이제는 많이 응원해 주세요."
사실 맨 처음 이시하가 하고 싶던 음악은 록이었다. 다른 멤버와 함께 발매했던 더 크로스 1집 역시 록적인 색채가 강했다. 하지만 2년간의 준비를 거쳐 나온 2집은 록의 기본 바탕 위에 R&B를 비롯한 대중적 요소가 가미돼 한결 듣기 편안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에는 이유가 있잖아요. 1집 때는 록을 고집했다면 2집 때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여러가지 음악을 담았습니다. 앞으로는 사물놀이나 국악도 접목시킬 생각이에요."
직접 만든 곡에 대해서는 앨범 재킷에 일일이 개인적인 코멘트를 적어놓을 만큼 자신의 음악에 애착이 강한 이시하. 그의 목소리에서 '음악하는 자'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김경현, "선생님보다 뮤지션이 되고 싶었어요"

이시하보다 두살 어린 김경현은 보컬이다. 더 크로스는 이시하가 만들고 키워온 팀이지만 김경현의 능숙한 보컬이 없었다면 '떠나가요 떠나지마요'의 지금 같은 성공은 있을 수 없었다.
김경현의 전공 역시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전북대학교 물리교육과에 재학 중인 교사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를 끌어당긴 노래의 매혹 때문이다.
"중 2 때는 댄스팀에서도 활동을 했었어요. 무대에 섰을 때 느끼는 희열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춤을 추면서도 노래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 가요제에 나가 상도 타곤 했거든요."
그 역시 대학 진학 후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학내 그룹사운드 활동을 통해 기회를 모색한 것이다. 김경현은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뒤 2년 정도 무작정 방황하면서도 끝내 그 꿈을 접지 않았다.
"앨범을 받아든 뒤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했어요.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더라고요. 부모님도 이제는 인정해주시죠."
시종일관 수줍은 표정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에게서 파워풀한 록 창법은 상상이 가지 않지만 무대 위에 설 때면 '또 하나의 김경현'의 모습을 드러낸다. '최고음 소유자'로서 세계 기네스북에 도전할 만큼 높은 음역도 자랑한다.
이시하와 김경현이 뭉쳐서 '더 크로스'

그렇다면 쉽지 않은 길을 통해 마침내 대중 앞에 우뚝 선 더 크로스가 음악을 하게 된 것을 가장 감사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무대 위에서 연주하다 조명이 객석을 스쳐 지나갈 때 관객들이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보여요. 그럴 때면 울컥하는 심정이 들어요. 내가 만든 곡을 사람들이 부르고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죠." (이시하)
"남의 노래가 아니라 정말 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할 뿐이죠." (김경현)
작곡가 이시하는 "내가 만든 노래가 남의 노래가 될 때" 행복을 느끼고, 보컬 김경현은 "남이 만든 노래가 내 노래가 될 때" 기쁨을 맛본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찰떡궁합을 짐작케 한다.
인터뷰 말미에 두 사람은 "이번 앨범 만큼은 즐겁게 활동하기로 했다"고 입을 모은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우리가 좋아해서 하는 음악이니 웃지 못한다면 바보다"라는 순수한 생각에서다.
이처럼 음악에 대한 열망으로 똘똘 뭉친 더 크로스는 훗날 지팡이를 짚어가면서도 전국 투어를 하고 싶고, 지금 당장은 '음악하는 청년들'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털어놓는다. 또한 앞으로 일본과 독일에서 펼칠 활동에 대해서도 스스로 기대에 가득 차 있다.
더 넓은 세계를 눈 앞에 둔 이들의 앞길에 또 어떤 음악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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