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② 이이담 "'택배기사'·'정신아' 공개 기특해, 액션·빌런 하고파"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이이담은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에 이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극과 극의 매력을 보여줬다. 길과 늘씬한 팔다리를 이용한 액션 연기부터 완벽하게 자기 일을 수행하며 성장해 나가는 간호사까지, 이이담의 활약이 돋보였다. 현재 tvN-티빙 새 드라마 '원경' 촬영에 한창인 이이담은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 많아서 액션, 장르물, 로맨스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연기 열정을 뿜어냈다. 이렇게 차곡차곡 탄탄하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가고 있는 이이담이 2024년에는 또 어떤 행보를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길지 기대가 커진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연출 이재규, 극본 이남규)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분)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박보영과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장률, 이이담, 이상희, 노재원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정신병동 안팎의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마음의 상처를 담은 이 작품은 기존의 편견을 깨부수는 사려 깊은 이야기와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세심한 연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되어 무해한 매력을 발산한 배우들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이이담은 명신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이자, 어른스럽고 현실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어 차기 수간호사로 촉망받는 인물인 민들레를 연기했다. 일에 있어서는 빈틈 하나 없이 완벽하지만, 병동을 벗어난 민들레의 삶은 암울하다. 빚더미를 안겨주면서도 죄책감 하나 느끼지 않는 엄마 때문에 사랑을 하는 것도 버겁다.

이런 들레에게 정신과 의사 여환(장률 분)이 다가온다. 어느 새 자신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여환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 들레는 간호사로서도 더욱 성장하게 되고, 극 말미엔 자신의 진짜 꿈을 찾아가게 된다. 이이담은 극 속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맞이하는 인물인 들레를 제 옷 입은 듯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여운을 안겼다. 다음은 이이담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박보영 배우를 비롯해 다른 간호사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보영 선배님과 둘이서 촬영할 때 긴장이 많이 됐다. 들레는 긴장의 'ㄱ'도 나오면 안 되고 프로답게 해야 하는데 긴장이 보이더라. 그럴 때 보영 선배님이 애드리브로 긴장을 풀어주셨다. 그래서 영상 보면서 선배님께 많이 감사했다. 현장에서의 배우로서의 태도도 굉장히 좋았다. 전배수 선배님은 실제로도 정말 재미있는 아빠였다. 얘기도 하고 장난도 많이 쳤다. 그래서 선배님과 같이 밥 먹고 얘기하고 싶어서 '선배님 언제 오시냐'며 기다렸던 적이 있다. 연기하면서 선배님들께서 진심으로 연기를 하셔서 힐링이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용기를 얻는 것 같았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따뜻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에피소드마다 공감하는 포인트가 다 달랐는데, 어떤 에피소드에서 크게 공감했나.

"공감보다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이 수쌤(이정은 분)의 동생 에피소드다. '우리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이 아니고 남들에게 해를 가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쪼그라들어 있으면 남들이 그래도 되게 하는 거다'라고 하는데 위로가 됐다. 마음이 힘들 저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가 가족인 수쌤이 받는 시선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도 어떻게 타인을 바라봤는지 체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 들레는 일도 잘하고 매력 있는 인물이지만, 처해 있는 상황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여환을 만나면서 자존감을 회복해간다. 이이담 배우는 자신을 돌아봤을 때 어떤 것 같은가? 그리고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저는 자존감이 낮은 편은 아닌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높은 편이다. 상처를 잘 받지만 치유하는 것에 있어서 그 방법을 아는 느낌이다. 물론 엄청 주저 앉고 싶을 정도로 힘든 일은 없었지만, 그럴 일이 있어도 나를 잘 살펴보는 것 같다. 혼자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배우 일을 하면서 맡은 인물과 가까워지는 작업도 있지만 '나는 이럴 때 이렇게 할 텐데'라며 저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 많다."

- 어려서 알바를 꽤 했다고 했는데 어떤 일을 했나?

"서빙도 하고 옷가게나 디저트 가게, 빵집에서도 일했다. 전단지 알바도 했다. 고1 때 알바를 하고, 20살 되자마자 활동하기 전까지 알바를 했다. 용돈이 필요해서도 있지만, 제가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아서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싫었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여러 경험을 쌓고 싶었다."

-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였는데 부모님이 지지를 해주신 건가?

"10대 때엔 알바를 할 이유가 없다 보니 엄마, 아빠도 이해를 못 했다. 20살 때부터는 제가 독립적인 면이 있어서 제가 용돈 벌어 여행을 다니고 했다. 저에 대해 많이 신뢰하고 지지해주는 부모님 덕분인 것 같다. 연기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렇고 늘 저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신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았던 것 같다."

- 들레가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도 잘 준다'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사랑을 많이 받아온 것 같은데 사랑을 잘 주는 편인가?

"아빠가 딸바보라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다. 엄마도 그렇고, 집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감정 표현도 솔직하게 잘한다. 아빠는 영화광이기도 하다. 안 보신 작품이 없다. 저보다도 영화를 잘 챙겨보신다. 제 작품도 한 번에 다 보셨다. 겉으로는 '잘했어' 이 정도만 말씀하시지만 할머니 댁에 가면 제 사진, 포스터가 다 걸려있다. 엄마는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주신다."

- 올해 '택배기사'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두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공개가 됐다. 고생해 찍은 시리즈 두 편이 전 세계에 공개가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제가 연기 시작할 때 OTT가 생겼다. 플랫폼이 이해가 되지 않던 시절부터 넷플릭스에 나오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샌가 제가 나오고 있더라. 저 자신이 좀 기특한 면이 있었다. 특히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보다 보니 더 많이 노출되지 않나. 당연하지만 연기를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 부담감도 있다."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 캐릭터가 있다면?

"여환, 들레와는 또 다른 결의 로맨스를 하고 싶다. 또 액션물, 빌런도 하고 싶다. 더 늦기 전에 교복도 입고 싶고, 재미있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 배우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

"뚜렷하게 이런 위치의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 나이 먹어가면서 좋은 어른이 되고 싶고, 더불어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추상적일 수 있지만 그게 목표고,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연기 잘하는 건 기본이고, 소신대로 일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선배님들을 보며 좋은 면을 많이 배우는데,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