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알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시선, 공감이 필요하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뼈가 아프면 정형외과를 가고,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듯,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를 찾아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 이런 인식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시에 가슴 속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드라마가 바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다.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내일도 밝은 아침이 올 것이라는 평범함을 그려내게 하는, 그래서 더욱 따뜻하고 의미 있는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연출 이재규, 극본 이남규/이하 '정신병동')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박보영과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장률, 이이담, 이상희, 노재원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정신병동 안팎의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마음의 상처를 담은 이 작품은 기존의 편견을 깨부수는 사려 깊은 이야기와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세심한 연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되어 무해한 매력을 발산한 배우들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특히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완벽한 타인'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재규 감독이 '눈이 부시게', '힙하게'의 이남규 작가와 손잡고 세상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인간애를 가득 담아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다음은 이재규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쉽지 않은 소재인데 어떻게 작업을 시작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장르물이 많아지고 더 강력한 이야기, 사적 복수 이야기를 선호하게 된다. 그래야 통쾌한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극화시키는 건 쉽지 않다. 의미는 좋지만 '다음에 하자' 했을 아이템이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했을 때, 그걸 누가 보나 했었다. 결국엔 잘됐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저에게도 불안요소가 있었다. 지난 5년 열심히 살면서 힘든 것이 있었다. 저는 이야기를 할 때 큰 축으로, 첫 번째 힙하고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선호한다. 두 번째는 사람들의 머리나 가슴에 자극이 되는가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한 것이 힐링이다. 그렇게 세 가지를 정했다. 기획 회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다가 이 이야기가 나왔다. 힐링이 되는 이야기인데 힙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괜찮은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스타트 했다. 그렇게 4년이 걸렸다. 그 사이 '지금 우리 학교는'을 했다. 서로 물어뜯고 죽이고 매일 피를 보던 작품이지만 재미있고 행복했고 진짜 열심히 했다. 그런데 한 구석에는 힘듦이 쌓이더라. 이후 '정신병동' 대본 작업을 해야 해서 보는데 너무 좋더라. 피만 보다가 따뜻한 이야기를 보니 더 하고 싶더라. 저 또한 우울증을 겪고 1년 가까이 공황장애로 고생했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잘 되고 인기를 얻었을 때였는데 우울증이 왔다. 정신적인 허탈감이 오더라. 전 운전하다가 공황이 왔다. 앞이 노랗게 되면서 앞이 안 보이더라.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던 경험을 하다 보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절반은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을 것 같더라. 이 드라마가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 에피소드마다 환자들의 상황을 CG로 보여준 것이 신선했다.
"손이 잘 안 가는 이유기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도 감동을 드리려고 시각화에 공을 들였다. 18개 정도 계획했는데 대여섯 개 정도 버렸다. 찍었는데도 쓰지 못한 것이 있다. 아쉽기도 한데 원하는 목적에 부합되지 못하고 혼선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에피소드 배치 활용도 잘하려고 했다. 쑥개떡 같은 이야기다. 손이 안 가는데 맛있다. 먹어보면 10개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마카롱처럼 보일 수 있었으면 했다. 불안했는데 의외로 균형감 있다, 재미있다 해주시는 것을 보고 좋은 이야기라고 확신했다."
- 마음의 병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 중 하나가 물인데,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
"취재 과정에서 실제 간호사들이 상주했고, 현실에 충실하려고 애를 썼다. 공황장애의 증상이 다양하다. 저 같은 경우엔 100M 달리기를 한 것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빨리 뛰니까 죽는구나 싶고 겁이 난다. 공황장애의 또 다른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답답하고 숨을 못 쉴 것 같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보일 수 있게 물에 잠기는 듯한 설정을 한 거다."
- 빨대로 숨을 쉬는 장면 등 시청자들에게 공황장애, 마음의 병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준다는 느낌도 받았다.
"공황과 강박, 불안, 우울은 우리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괴물이지만 모두 다 가지고 있다. 정신이 약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신력과 정신질환은 무관하다. 자기 자신을 알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시선, 공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 로맨스도 주가 되는 이야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배치가 된 것 같다.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중 '앙리 할아버지와 나'가 있다. '삶이란 성공과 실패로 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우리가 사랑하는데 얼마나 성공했느냐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타인을 사랑하는 건 삶에서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 캐스팅도 찰떡이었다.
"사진을 천장 넘게 정말 많이 본다. 익히 알려진 이미지뿐만 아니라 기저에 숨어 있는 것을 뽑으려 한 것도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가장 적역을 선택한다. 작품은 캐스팅에서 절반은 결정이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배우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그 앙상블을 보는 재미가 있다. 서완 님은 끝까지 캐스팅을 못했다. 이상희 배우가 추천해서 노재원 배우의 클립을 봤는데 너무 좋더라. 이 드라마 출연 이후에 '오징어 게임' 시즌2에도 캐스팅이 됐더라.(웃음)"
- 박보영 배우는 원래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히지만, '정신병동'에선 모든 부분을 아우르면서 탁월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정다은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함께 호흡해보니 어땠나?
"이 드라마 촬영이 쉽지 않았다. 몸으로 부딪치는 것이 많았고, 정신질환 환자 연기를 할 때는 컨트롤할 수 있는 에너지를 넘어선다. 위험할 수 있는데 매회 부딪히면서 해야 했다. 자신이 주가 되는 장면도 있지만, 간호사 역할이다 보니 뒤에 서 있는 장면도 다 소화를 해야 한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힘들었을 텐데도 단 한 번도 짜증이나 화를 낸 적이 없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에게 그랬다."
- 칭찬일기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소한 것 하나하나 나를 칭찬해준다는 것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박보영 배우 스스로도 연기를 하면서 위안을 받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옆에서 봤을 때 느껴지는 것이 있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사건을 겪게 되면 다 자기를 탓하게 된다. 다은이도 그랬다 보니, 연기할 때 우울감이 있는 상태로 들어갔을 거다. 제가 보기에도 우울해 보였다. 몸과 마음을 몰아붙였기 때문에 일기를 쓸 때 달라지지 않았을까. 대본을 보면서 '오늘도 나는 나를 칭찬한다'라는 글에 울컥하더라. 칭찬일기가 도움이 많이 됐을 거다."
- 장동윤 배우는 실제로는 말도 많고 장난기도 많다고 했었는데, 그런 점에서 유찬이와 닮은 지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을 알고 캐스팅을 하신 건지 궁금하다.
"대화하면서 장난기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예의 바르고 점잖은데 속에는 장난기가 많더라. 유찬이 같은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다. 에너지도 많고 진지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일에서는 진지하다. 동윤이도 유찬이가 자기와 닮았다고 하더라. 드라마 속 다은 집 촬영을 옥천에서 했다. 옥천 촬영갈 때 연우진에게 전화해서는 '연기로 본때를 보여주고 오겠다'라고 했다더라. 박보영이 누나이고 선배인데 연기로 꾹꾹 누르고 오겠다, 코를 납작하게 하고 오겠다'라고 할 정도로 장난기가 많다."
- 동고윤은 진짜 어른 같은 남자였다. 저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이 역할에 연우진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동고윤 역을 잘해줄 것 같았고, 연기한 클립을 보며 정말 섬세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강한 연기를 하는 순간에도 흔들리는 눈동자의 떨림, 마음의 떨림이 있었다. 고윤을 표현하면 맛스럽게 표현할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고민도 많이 하고 순발력도 정말 좋다. 실제로도 온몸에서 소리가 많이 난다. 그래서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손이 진짜 가늘고 길고 예쁘다. 손이 보이는 장면은 특수분장을 하고 CG로 리터치를 했다."
- 모든 것이 완전하게 해결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결말에서 어느 선까지 그려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진행형의 상태다. 처음엔 더 장밋빛이 아닌 대사를 썼다. 썼다 지우기를 계속 반복했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도 아픈 구석이 있다. 본인은 뒤처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아픔이 있다. 우리는 경계인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 있다. 그렇기에 아니라고 자신하지도 말고 부끄러워하지도 말라는 식으로 끝내고 싶었다."
-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 작업은 어디까지 진행이 됐나?
"대본 작업 중이다. 이전보다 강해지고 서울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다이내믹하고 규모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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