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달 대만에서 IAMCR(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Media and Communication Research/국제 미디어 & 커뮤니케이션 리서치협회)이 주최한 2005년 국제 컨퍼런스에서 “미국 스포츠 미디어의 초상업주의”란 주제로 발표를 가졌다.
내용은 오늘날 미국 스포츠가 어떻게 엄청난 수준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디어와 상업화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를 담았다.
과연 미국 스포츠는 어떻게 발전해왔고 어떤 곳으로 향하고 있을까. 필자는 이번 대만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5회에 걸쳐 요약 정리, 네티즌들이 현대 스포츠의 메커니즘을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시리즈 순서>
1. 미국 스포츠와 미디어, 그 공생의 역사적 배경
2. 악어와 악어새……스포츠, 미디어 그리고 기업의 삼각 공생관계
3. 스포츠의 상업화 물결-치솟는 티켓가격과 시청료
4. 스포츠 중계중 광고가 무려 67%….스포츠 미디어의 초상업주의
5. TV에 목매는 스포츠-그 다양한 사례들
1. 미국 스포츠와 미디어, 그 공생의 역사적 배경
미국에서 스포츠는 이제 최고의 여가 생활중의 하나로 자리를 확고히 잡아가고 있다.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주 5일제가 정착돼 온 미국은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스포츠를 관람하거나 TV로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이 인생의 낙중 하나다.
특히 MLB(메이저리그야구), NBA(농구) NFL(미식축구) NHL(아이스하키) 등 4대 프로스포츠는 해마다 엄청난 관중을 끌어 모으고 있으며 TV 시청자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의 인기가 점점 높아질 수록 스포츠는 더 이상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비즈니스가 돼가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비즈니스는 이미 할리우드 영화와 자동차산업을 앞지른 지 오래됐다.
연간 2조원에 달하는 미국 스포츠 비즈니스의 규모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 2배에 달하고, 또 영화산업의 7배가 되는 액수이다. 이러니 누가 스포츠를 단순히 게임의 결과나 즐기는 스포츠로 생각 하겠는가.
오늘날 미국 스포츠가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미디어의 힘이 가장 컸다. 신문,라디오,방송이 끊임없이 스포츠를 보도하고 실시간 라이브 중계를 한 덕분에 스포츠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미디어들이 스포츠팬들 좋으라고, 시민들이 무료할까봐 혹은 공익을 위해 공짜로 스포츠를 보도할리는 만무하다. 다 ‘돈’이 되니까 뛰어든 것이고, 또 그 결과로 큰 돈을 벌어왔다.
이 스포츠와 미디어의 역사적 관계를 살펴보면 오늘날 스포츠가 왜, 또 어떻게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초창기부터 스포츠와 미디어는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스포츠는 그 결과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미디어가 필요했다.
또한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관심 있는 스포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판매부수도 늘어나는 등 수입을 얻게 되니 자연 스포츠와 미디어는 처음부터 뗄래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를 유지했다.
라디오와 방송이 없던 시절에 스포츠를 전달하는 주요 미디어는 신문이었다. 처음으로 미국의 스포츠 관련 뉴스를 정기적으로, 또 비중있게 보도하기 시작한 때는 1895년으로 당시 윌리암 랜돌프 허스트가 운영하던 뉴욕 저널이 시초였다.
허스트는 당시 파격적으로 신문에 프로 스포츠 섹션을 도입했는데 이 시도는 독자들로 하여금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뉴욕 저널이 스포츠 섹션화에 성공하자 다른 신문들도 너나없이 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신문들은 스포츠, 특히 당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차지했던 프로야구에 대한 기사와 결과를 매일 혹은 주말에 정기적으로 지면에 싣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도시 프랜차이즈팀들에 대한 보도에 집중했다.
많은 야구팀 가운데에서도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DC 팀들같이 대도시를 끼고 있는 팀들에 대한 기사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신문은 발행부수에 크게 의지했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사봐야 그만큼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와 달리 요즘 한국 스포츠신문의 시장은 신문을 팔아 버는 것보다 광고를 팔아 버는 수입이 훨씬 더 큰 기형적인 구조다)
스포츠 보도는 대부분 야구 기록에 집중됐는데 당시 프로야구의 개인별 홈런 랭킹이나 타율, 타점 등 데이터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렇다고 야구이외의 다른 스포츠, 즉 농구,미식축구,하키 등을 보도할 때엔 오늘날처럼 기록을 그렇게 많이 넣지는 않았다.
이처럼 신문들이 스포츠 보도를 늘리자 덩달아 일반 시민들도 점차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스포츠 기자들의 위상은 당연히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왜냐하면 스포츠리그로선 기자들이 소식을 많이 전하면 전할수록 일반인들의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는데 당시 일반인들과 만날 수 있는 창구로 신문이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이러니 당연히 스포츠 기자의 위상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일반인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것은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직접 경기장에서 즐기는 관람 인구의 증가로 이어졌다. 그리고 신문사들도 스포츠 뉴스를 보기 위해 신문을 사보게 되는 독자들이 증가하면서 수입도 늘어나게 됐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하늘을 찌를 듯 하던 신문의 위세는 라디오, TV 등 새로운 매체가 생기면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라디오는 스포츠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미디어다. 1920년대 들어 라디오는 스포츠 보도와 중계에 있어서 신문을 제치고 새롭게 각광받는 매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라디오는 신문과 달리 경기를 라이브로 중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에 점차 스포츠팬들은 신문보다 라디오에 더욱 더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라디오 중계는 무척 인기를 끌었는데 특히 메이저리그 야구의 라디오중계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처음엔 뉴욕, 보스턴 등 미국 동부지역의 야구팀 중계에 그쳤지만 1930년대초에는 이 라디오 야구중계를 전국으로 확대해나갔다.
이런 전국 방송의 덕분으로 팬들의 숫자는 확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즉, 그 전까지는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 동부의 일부 도시에서만 야구가 인기를 끌었지만 라디오의 출현과 함께 전국 어디에서는 야구 중계를 들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 전국에 걸쳐 인기를 얻게 됐다.
이런 획기적인 라디오의 스포츠중계는 점차 사람들로 하여금 스포츠를 접하는 주요 창구로 신문보다 라디오를 택하게 됐다.
라디오는 또한 큰 돈을 스포츠에 끌어들이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례로 1933년 미국 대공황의 불황속에서도 메이저리그 야구 라디오 중계권료가 당시에는 파격적인 18,000달러(약 2천만원)에 계약이 이루어졌다.
또 1934년 포드자동차는 당시 월드시리즈 중계 스폰서로 10만달러(약 1억원)을 내기도 했다. 오늘날 천문학적인 스포츠 중계권료는 이때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스포츠의 위상과 스포츠 보도의 판도를 바꾼 것은 TV의 등장이다. 1930년대 TV의 등장은 스포츠의 모든 것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TV는 팬의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것은 물론 스포츠리그에도 엄청난 돈을 안겨주며 오늘날 스포츠가 이렇게 큰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로 스포츠가 처음으로 중계된 때는 1939년으로 당시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가 그것이었다. 메이저리그 야구의 TV 중계권료는 라디오보다 훨씬 비쌌는데 1939년에 이미 885,000달러(약 9억원) 이었고, 이것이 불과 13년뒤인 1952년엔 무려 540만달러(약 5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TV의 등장과 함께 중계권료가 껑충 뛰면서 자연 스포츠리그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중계권료로 막대한 수입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그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1946년만해도 메이저리그 야구의 전체 수입중 라디오와 TV의 중계권료는 모두 합쳐 고작 3%에 그쳤는데 1956년에 16.8%로 껑충 증가했다. 이 수치는 계속 높아져 1990년대부터 메이저리그 야구의 전체 수입중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0%가 넘는다. 미디어의 역할이 스포츠발전에 어떻게 얼마나 크게 공헌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이밖에도 NFL(미식축구리그), NBA 농구, 아이스하키라그도 TV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특히 NFL의 경우 TV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TV를 위해 룰과 스케줄까지 바꾸는 ‘정성’을 보였는데 이 덕분인지 NFL은 1950년대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오늘날에는 ‘국민 스포츠’라는 야구의 인기를 넘어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미국 스포츠의 발전은 미디어의 역할이 두말할 나위없이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1900년대 이전 초창기엔 신문과의 밀월관계를 통해 스포츠가 발전을 해왔고, 1920년대부터 1940년대는 라디오, 1950년대 이후부터는 방송과의 공생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다.
만약 이런 신문,라디오,방송 등 미디어가 없었다면 스포츠가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까? 또 앞으로는 어떤 혁명적인 새로운 미디어가 스포츠와 공생관계를 이루며 발전을 도울까. 인터넷? Who Kn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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