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③ "'너시속' 안효섭·로운 동성애 연기 우려NO, 돋보이길 바랐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절친' 안효섭과 로운의 연기 투샷이 '너의 시간 속으로'를 통해 완성됐다. 분량은 짧았지만, 임팩트는 굉장히 컸던 두 사람이다. 출연료 대신 안효섭에게 밥차 선물을 했다는 로운, 그리고 로운에 대한 믿음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안효섭이 있어 더욱 빛이 났던 '너의 시간 속으로'다.

'너의 시간 속으로'(연출 김진원, 극본 최효비/원작 '상견니')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민주(전여빈 분)가 되어 남자친구 연준(안효섭 분)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분)과 친구 인규(강훈 분)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로, 가가연과 허광한, 시백우 주연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이다.

'상견니'는 누적 조회수 10억 뷰를 기록할 정도로 아시아 전역에서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한국에서도 '상친자'('상견니'에 미친자들) 열풍과 함께 큰 사랑을 얻었다. 이 같은 '상견니'의 인기에 힘입어 리메이크된 '너의 시간 속으로'는 총 12부작으로 지난 8일 전 세계에 공개돼 주목 받고 있다. 공개 이틀 만에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1위, 글로벌 8위에 오르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 로운 배우가 태하 역으로 특별출연해 연준 역 안효섭 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두 사람이 실제로 굉장히 친한 친구 사이지 않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작업을 했다. 상대 배우가 중요했는데 안효섭과 감정적으로 교류하기 편한 배우가 해야지 의도하는 케미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안효섭에게 친한 배우가 누군지 물었고, 그 자리에서 로운 얘기가 나왔다. 안효섭이 연락 해볼까 했지만, 저는 그 때 살짝 고민을 했다. 그러니 작가님이 '무슨 고민을 할 필요가 있냐'라며 펄쩍 뛰더라. 그래서 바로 연락을 하는 것보다는 제가 소속사 쪽으로 의견을 전달할테니 안효섭에게는 '이런 역할이 있는데 괜찮은지' 물어봐 달라고 하고 얘기를 진행했는데, 로운이 흔쾌히 해줬다. 이건 기사로 써주셨으면 하는데,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그 대신 본인 이름으로 안효섭에게 밥차를 보내달라고 조건을 걸었다. 안효섭에게는 생색을 냈다고 하던데, 사고 장면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3회차 정도 찍었다."

- 원작과는 달리 연준이 태하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려졌는데, 이 역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바꾸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크게 고민한 장면이 공항신과 연준, 태하다. 주요 인물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데, 저는 이게 필요하고 설득력이 있는 설정인지를 고민했다.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고, 글로벌로 나갔을 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다가 이를 피하자고 생각해 각색에 긴 시간을 들였다. 연준의 죽음을 자연적 혹은 우발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사실 죽음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연준에 대한 애정이 쌓였고, 연준이 불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민주와 인규는 결국 회귀하지 않나. 하지만 연준은 죽은 이후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연준이 떠나는 순간에 세상에 거절당하지 않고 행복감을 가졌으면 한다는 애정이 담겨서 그렇게 수정이 됐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또 연준의 전사는 준희, 시헌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다. 우리가 만들어낸 설정 속 정보와 설명 정도가 전부라 그런 부분에 충실히 가자는 마음이었다."

- 원작을 모르는 시청자들에겐 동성애 코드가 갑자기 나오는 것이 뜬금없게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없었나?

"사실 동성애를 뺀 버전도 있었다. 연준이 죽음까지 가는 사건과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 애정과 관련된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성과의 사랑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러면 준희와 시헌의 애정과 상당히 많은 부분이 겹치더라. 동성애 코드가 많은 분들에게 받아들여질지, 호불호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작에서도 동성애를 다뤘다 보니 우리 방식으로도 담아내고 싶었다."

- 안효섭, 로운 배우가 워낙 친한 사이다 보니 짧은 분량이어도 둘의 케미가 돋보였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동성애가 많이 부각되는 것에 있어서의 우려는 없었나.

"우려보다는 돋보였으면 했다. 로운도 어렵게 출연을 결정한 만큼 좋은 장면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촬영하면서 '앞으로 둘의 투샷이 잡힐 작품이 있을까'라는 얘기를 저도 했고, 그 두 사람도 계속했다. 서로 감정 연기를 하고 난 뒤에 컷을 하면 '으으'거리며 오글거려 하고, 손을 잡고 난 후엔 손을 쳐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고 슛이 들어갈 때는 감정 몰입을 했다. 캐스팅 단계부터 안효섭에게 감정적인 교류를 주는 누군가가 필요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또 연기에 대해 같이 얘기하는 걸 상당히 좋아하더라. 그런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두 분이 애정을 가지고 해준만큼 이 신이 사람들에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원작엔 왜 이런 시간 여행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안 되어 있고, 어떨 때는 시간 여행이 되다가 또 안 되다가 한다. 이를 리메이크작에서 설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그리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나.

"원작에서도 많이 궁금해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작품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들에 대한 보충을 해뒀다. 공항 장면 같은 경우엔, 집착적으로 설명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 해보니 정보를 설명할 뿐이지 감정과 사건을 따라가지 않더라. 타임슬립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버전이 있었는데 이해는 되지만 재미있지 않았다. 타임슬립이 어떤 부분에선 이뤄지고 아닐 때도 있다. 기본적으로 워크맨이 있고, 테이프 플레이가 되어야 한다. 또 준희의 마음이 시헌과 연준을 부를 때 넘어간다. 추상적으로 반지를 매만지는 식으로 설명하게 됐는데, 준희가 40대 시헌을 만난 이후 타임슬립을 하지 않게 되는 건 마음으로 불렀지만 그가 옆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설정이 있는데 대본 안에서 설명하니 정보 전달만 되고 감정 전달은 안 되다 보니 숨겨놓는 방식이 됐다."

- 리메이크작 연출은 처음이라 힘들었을 것 같은데, 다음에 또 할 의향이 있나.

"너무 힘들다. 연출을 지금까지 20년 넘게 했는데 리메이크작은 처음이다. 연출을 하게 된 후 원작에 갇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영상을 보지 않았고, 배우들에게도 보지 않았음 좋겠다고 했다. 편집을 하며 다시 원작을 봤는데, 원작은 첫사랑 같은 것이 아닐까 싶더라. 저도 애정을 가지고 선물을 만들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게 기대했던 선물이 아니면 어쩌지 걱정이 됐다. 나의 첫사랑은 이랬는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어떤 심정일까 고민이 있었다. 너무 쉽게 연출을 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엔 원작이 있는 작품 리메이크는 안 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