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보영이 '너의 결혼식'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촬영한 건 꽤 오래전이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여러 차례 개봉이 연기되면서 올해 여름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그래서인지 개봉을 손꼽아 기다려온 박보영은 인터뷰 내내 두 눈을 반짝이며 리뷰와 반응을 보는 재미로 살고 있다고 기분 좋게 말했다. 자신이 생각지 못한 반응을 마주하면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주고 최대한 그것을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박보영이 얼마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애정을 가지고 임했는가를 알게 하는 대목. 그리고 극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명화 역시 박보영을 만나 더욱 빛이 날 수 있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이병헌과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거대한 지진이 모든 콘크리트를 휩쓸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팎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각기 다른 심리와 관계성을 탄탄하게 그려내 관객들에게 "올여름 최고의 영화"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에 9월 6일 기준 36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순항 중이다.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초청과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재난 속 가족을 지키고자 차츰 달라지는 남편 민성(박서준 분)의 아내이자 끝까지 신념을 지키며 영탁(이병헌 분)과 대립하는 명화 역을 맡아 극을 탄탄하게 이끌었다. 그간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박보영은 명화를 통해 지금껏 본 적 없는 강렬한 분위기와 강단 있는 면모를 드러내 관객들의 마음을 꽉 사로잡았다. 다음은 박보영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5년 만의 영화인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시간이 빨리 흘렀더라. 의도한 건 아니다. 요즘 리뷰를 계속 찾아보고 있는데 행복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필모그래피에 남겨진다는 것이 기쁜 일이다. 스스로에게도 굵은 글씨로 남아있을 것 같다."
- 완성본을 봤을 때 어땠나.
"시나리오를 보는 동안 세 번 정도 멈췄고, 한숨도 쉬었다. 그런 점이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명화의 대사 때문에 이 작품이 하고 싶었다."
- 세 번 멈추게 했던 장면은 무엇인가.
"변화하는 민성을 보면서 이게 맞나 한다. 민성 입장에서는 가족을 지키려고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을 봤을 때가 기점이 된다. 거기서 멈췄다. 또 영탁의 실체가 드러날 때 입틀막했다. '이 사람은 뭐지? 누구야' 했다. 명화의 마지막 대사가 끝날 때는 너무 하고 싶었고, 마지막에 생각하는 지점이 많았으면 했다. 명화가 '여기서 살아도 돼요?'라고 했을 때 '그냥 사는 거지'라고 한다. 그리고 아파트 사람들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 대사에 다 담겼다고 생각한다."
- 메시지를 담은 대사, 장면이기 때문에 연기할 때 고민되는 지점이 있지는 않았나?
"시나리오를 봤을 때 엔딩이 크게 느껴져 정말 잘하고 싶었다.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긴장을 많이 하고 욕심도 부려서 테이크를 많이 갔다. 상의도 많이 했다. 감독님은 편집할 때 '평범한 사람이었다'라는 대사가 없는 버전을 만들어보기도 하셨더라. 직접적으로 관객들에게 던져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셨던 것 같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정답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했다."
- 명화가 다른 인물에 비해 답답하다는 반응도 있다. 연기한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또 명화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나?
"재난 상황 속 명화가 가장 평평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행동하는 친구는 명화뿐이다. 그래서 전 답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어쩌면 이것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캐릭터에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저는 엔딩이 희망찼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분은 절망적이라고 하시더라. 그 과정 안에서도 선택지에 대해 누군가는 이해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명화의 입장에서 해석을 따로 하거나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아직은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보는 편인 것 같고, '민성이가 저러면 안 되는데 왜 그럴까' 하는 마음으로 이해했다."
- 연기하다가 보면 명화가 아닌 박보영이 나와서 그걸 눌렀다고 했는데, 어떤 순간이었나.
"저는 밝은 사람이라 일을 할 때는 톤이 올라간다. 그리고 콧소리가 조금 있다. 모니터하면서 '내가 이렇게 말을 하나' 했다. 애교 섞인 말투가 나올 때가 있다. 민성이와 숨을 때 '들어와'가 '들어왕'이라고 들린다. 그런 것이 너무 아쉽더라. 후시 녹음을 할 때 감독님에게 말씀드리니 '그렇게 안 들린다'라고 하셨지만, 'ㅇ'이 없는 단호한 투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연기할 때 본연의 것이 튀어나와서 스스로 인지를 하고 있었고, 감독님이 잘 잡아주셨다."
- 엄태화 감독이 강조한 부분은?
"감독님은 선명한 그림을 가지고 계셨다. 다른 배우들은 디렉션을 디테일하게 안 줬다고 했지만 저에게는 세밀한 디렉션을 주셨다. 감독님은 정말 섬세하셔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명화라면 이렇게 할 것 같은데 어때요?'라고 하신다. 리허설을 보신 후 찍다가 약간 다른 부분이 있으면 권유를 하시는 편이다."
- 엔딩 이후 명화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본 것이 있나?
"뚜렷이 그려지는 것 없다. '나라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저는 가지가 엄청 뻗어가질 않는다. MBTI가 'S'라 마인드맵이 안 된다. 세 다리 가면 끝난다. 열린 결말 안 좋아한다.(웃음)"
- 만약 명화의 입장이라면 박보영은 어땠을 것 같나.
"저는 그런 용기까지는 못 낼 것 같다. 의심스러워서 파헤치기는 해도 총대를 메지는 못할 것 같다. 저는 명화의 선택을 응원하고 존중하고 싶다. 그래서 명화가 책임감,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리라는 것이 이해가 가서 최대한 그렇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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