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지금껏 본 적 없는 독특하고 신선한 연기 앙상블이 펼쳐진다. 칸에서 최장 시간인 12분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거미집'이 추석 극장가를 사로잡기 위해 출격한다.
29일 오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지운 감독,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이 참석했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송강호는 화려했던 데뷔작 이후 싸구려 치정극 전문이라는 혹평에 시달리는 영화감독 김열 역을 맡았다. 임수정은 갑자기 바뀐 대본부터 꼬인 스케줄 등 아수라장이 된 촬영장에 소환된 베테랑 배우 이민자를, 오정세는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를 연기했다. 이민자와 강호세는 부부 사이다.
또 전여빈은 김열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제작사 신성필림의 후계자 신미도 역을, 정수정은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을 맡았다.
1970년대, 온갖 방해 속에서 영화 '거미집'의 좌충우돌 촬영기를 그린 '거미집'은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전개와 개성 있는 캐릭터, 곳곳에 살아있는 유머 코드 등 탄탄한 스토리 뿐 아니라 컬러와 흑백의 새로운 형식을 담은 이중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이날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으로 최근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것에 대해 "저는 세 번째이고 송강호는 8번째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처음"이라며 "레드카펫을 할 때 초반에 긴장했다. 비경쟁 부분이고 축제니까 즐기라는 말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걸어가고 있는데 잠시 보니까 배우들이 너무들 잘하고 있더라. 카메라맨들이 요구하는 포즈를 다 잡고 있고 배우들이 멋지고 근사하게 나왔더라. 영화하면서도 알았지만 현장 가서 더 느꼈다"라고 전했다.
또 김지운 감독은 배우들 캐스팅에 대해 "딕션 장인을 모셔오려고 했다. 액팅을 주고받고 하는데서 오는 독특함이 있는데, 앙상블 코미디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의도가 잘 표현이 됐다"라며 "새로운 소재, 독특한 재미,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이자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강렬한 드라마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중요했다. 앙상블 코미디에서 배우들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감독 역할을 맡은 송강호는 "욕망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표현해냈다. 김열이라는 인물도 그렇다. 걸작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뭉쳐졌다. 분출을 못해서 어쩔줄 몰라한다"라며 "우리들의 모습 중 그런 것이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송강호가 "지시만 해도 되어 편안했다. 꿈꿔온 감독 역할이라 너무 신나서 제 마음대로 했다"라고 하자 김지운 감독은 "현장에서 감독이 부재한 상황이 생기면 감독을 할 수 있는 배우다. 전체를 아우르고 디테일까지 포착하고 챙기는 배우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라며 "지시만 한다고 하는데 고독함에서 나오는 지시다. 하소연에 가깝다. 너무나 훌륭하게 잘해줬다"라고 칭찬했다.
김지운 감독과 '장화홍련' 이후 재회하게 된 임수정은 "영화 속에서 이민자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가장 차분하게 자기가 할 것을 베테랑 배우"라며 "새로운 도전이었고, 제 직업인 배우를 연기할 수 있는 것이 행운이었다. 훌륭한 배우들 덕분에 큰 고민 없이 즐겁게 놀면서 함께 호흡을 맞춰서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또 임수정은 "올해가 '장화홍련' 개봉 20주년이다. '장화홍련'은 저라는 배우가 존재하게 만든 작품이다. 나열하려면 하루 정도 걸릴 정도로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며 "감독님 작품에 한 명으로서 임하고 싶었는데 '거미집'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특별한 해인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당시 시작하는 배우였는데 20년이 지나 저에게 베테랑 배우 역할을 제안한 것이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영광이고 훌륭한 배우들과 즐겁게 촬영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바람둥이 톱스타로 분한 오정세는 "호세는 사랑이 지나치게 많다. 그래서 혼나야 하는 인물이다"라며 "극에서 잘 혼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혼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싱크로율에 대해 "10%다"라며 "쟤도 배우고 저도 배우라서 그렇다. 나머지는 다 다르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또 오정세는 "캐릭터에 대한 재미보다는 현장 재미가 더 컸다. 진한 색의 캐릭터가 많은데 이 안에서 놀고 있다는 것이 저에게 기억 남는 현장이다"라며 "구레나룻을 처음 붙였을 때 어색하고 불편하고 인위적이었는데, 나중엔 없으면 허전하더라. 제가 봐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재정담당을 맡은 전여빈은 "미도가 가진 마음, 에너지가 느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들과 주고받는 연기 호흡에서 느껴지는 긴박감을 위해 '제 몸 안의 모든 것을 꺼내보자', '부끄러워하지말고 마구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남달랐던 각오를 전했다.
70년대 라이징스타로 돌아온 정수정은 "여우같아 보이지만 소녀같은 면도 있고 자기 일을 하는 책임감이 있는 친구다"라며 "캐릭터들과 만날 때마다 다르게 대한다. 그런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정수정은 "감독님이 대본리딩 때 70년대 연기를 해주셨다. 멘붕이 왔지만 흡수해서 연습하고 그 시대 말투를 따오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거미집'은 임수정과 정수정이 만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실제 정수정과 친분이 있는 임수정은 "음악 활동할 때부터 좋아하고 팬으로서 보고 있었는데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내심 작업을 같이 하고 싶었다. 이렇게 빨리 작업을 하게 될 줄은 몰라서 기대 이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수정, 정수정 알아?'라고 하시면서 캐스팅 얘기를 하셨다.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라며 "현장에서 진짜 신나고 재미있게 꽁냥거리면서 했다. 극 중에서는 대립되는 인물인데 사이좋게 놀듯이 촬영했다"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정수정 역시 "언니를 사석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신기해서 같이 작품을 하자는 말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에 '거미집'을 같이 하게 됐다"라며 "언니에게 '너무 신기하다'고 문자했다. 아니나다를까 현장에서 편하고 재미있고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릴레이 칭찬 타임이 진행됐다. 송강호는 옆에 앉은 임수정에 대해 "베테랑 배우다. 명연기를 보여줬다. 호흡도 좋았다"라고 칭찬했다. 임수정은 오정세와의 호흡에 대해 "늘 함께 작업을 하고 싶었던 배우다. 극중에서 부부이긴 하지만 그렇게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구성 특성상 호흡이 많진 않았다.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오정세는 전여빈의 등장에서 걸음걸이가 너무 신선하고 강렬했다고 말했다. 전여빈은 "학창시절에 '정수정 마음에 안 품은 여자 없다'는 말이 있었다. 크리스탈을 정말 많이 사랑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래서 한 영화에서 만난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대가 되고 설레더라"라고 고백했다.
또 전여빈은 "정수정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차가운 도시 여자, 고양이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 정말 살가웠다. 더 놀라웠던 건 연기에 대한 열정이 높고, 그녀가 가진 실력과 재능도 빛나서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라고 애정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수정은 송강호에 대해 "누구나 호흡을 맞추고 싶은 선배님이다. 리딩 전에 엄청 긴장했다. 틀리면 어쩌지 했는데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칭찬도 아낌없이 해주셨다. 반전 매력을 느꼈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자 송강호는 "정수정이 했던 영화 드라마를 보면 가수 출신이 아니라 배우로서 오랫동안 차곡차곡 계단 밟아오는 열정이 인상적이었다"라며 "리딩 때 '아비규환' 잘 봤다는 얘기도 했다. 영화계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 같다. 기대가 큰 배우"라고 극찬했다.
'거미집'은 올 추석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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