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비록 '가려진 시간' 오디션은 광탈했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엄태화 감독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또 '연기神' 이병헌과 연기 호흡도 맞추게 됐다. 여기에 높은 완성도와 공감을 일으키는 캐릭터 서사까지, 김도윤에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배우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자부심' 그 자체가 됐다.
지난 9일 개봉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거대한 지진이 모든 콘크리트를 휩쓸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팎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각기 다른 심리와 관계성을 탄탄하게 그려냈다. 이에 큰 호평 속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거침없는 흥행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배우 김도윤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3e848e411432f0.jpg)
김도윤은 황궁 아파트 주민들과 섞이지 않는 인물인 도균 역을 맡아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는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한층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내며 다시 한번 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에 김도윤은 지난 16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팬이었던 엄태화 감독을 만나 열정적으로 만들어낸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한 애정과 도균 캐릭터를 위해 기울인 노력 등을 솔직하게 전했다.
-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이 계속 있고 반응 역시 뜨거운데 소감이 어떤가.
"감사하고 기분 좋다.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걸 관객들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좋다."
- 관객들을 보면 젊은 세대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전 연령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 연령대에서 좋아하실 거라고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좋아해 주실지는 몰랐다. 저희 아버지가 잘 보셨더라. 평소 영화를 보실 때 집중을 잘 못하시는 편인데 이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영화 자체가 재미있고, 잘 만들었다고 표현을 하셨다. 130분이라 그리 짧은 시간도 아닌데 집중해서 보시더라.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지 않았나 싶다."
- 어떤 부분에서 공감했나.
"제가 영화를 세 번 봤는데 볼 때마다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달라진다. 처음엔 관객들의 반응과 제 연기 위주로 보고, 두 번째는 민성(박서준 분)과 명화(박보영 분) 부부에게 몰입했다. 저도 결혼을 했지만 두 사람이 너무 안타깝더라. 서로를 그렇게 위하는데 이런 결말이 생기는 것에서 짠했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세 번째는 아이맥스에서 봤는데 영탁(이병헌 분)의 행위엔 동조할 수 없지만, 쓸쓸해 보였다. 우리가 얘기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해서 영탁에 감정 이입을 했다. 그렇게 감상이 다 달랐다."
- 그중에서도 실제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족을 지키려 하는 민성에 더 많은 이입이 되진 않았나.
"'당연히 여러 사람과 상생해야지'라고 할 수 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어 지켜야 하는 대상이 있다면 민성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건 저의 생각이지만, 명화도 민성을 지키고 싶어한 것 같다. 민성이 변해가는 것이 무섭다 보니 '너 이러면 망가진다'라고 한다. 둘은 서로를 너무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인 것 같다. 저 역시도 지켜야 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민성의 입장에서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다. 명화에겐 인류애가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반상회 장면에 나오는 이들의 입장에서도 공감을 했다."
![배우 김도윤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839dcf46e2aad6.jpg)
- 인류애는 도균 캐릭터도 가지고 있지 않나.
"도균의 키워드는 양심이다. 도균은 바둑알로 투표를 할 때 외부인을 내보내자는 쪽이라고 감독님과 정리를 했다. 그 선택이 양심에 걸렸던 거다. 그래서 외부인을 쫓아내자고 무기를 들고 오라고 할 때 도균은 선을 넘어선 행동이라 생각해 빠진 거다. 외부인들, 특히 아이를 내보낸다는 것이 양심에 걸렸다. 그래서 아이들을 받아준다. 그리고 본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더는 양심을 속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최후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양심을 지키는 것이 인류애 같기도 하지만, 거창한 것은 아니었을 것 같다. 표현은 모호하다. 관객들이 '저 인물이 저렇게 하는구나'라는 반전과 재미를 느끼게 하려 그렇게 한 것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건을 겪으며 변화하는 인물이다."
- 그런 최후의 선택을 하기까지, 도균의 감정선이 자세하게 그려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고민되는 지점이 있지는 않았나.
"함축적으로 관객들이 해석에 대해 알게 모르게 할 수 있는 선을 잘 타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택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보이게끔 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명화가 반창고를 줄 때 도균은 '나서지 마라'라고 하면서 '양심은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도균을 관통하는 대사라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 같은데, 모호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하던데, 고생했을 것 같다.
"진짜 8층에서 뛰어내린 건 아니고 3층 높이에서 안전하게 잘 촬영했다.(웃음) 떨어진다, 소리가 들린다, 피가 튄다는 지문을 상상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좀 힘들긴 했다. 대본에 표현이 다 되어 있었고 그건 다 구현이 됐다. 예전엔 놀이기구를 잘 탔던 사람인데 나이가 드니까 좀 무서워지더라."
- 감독님이 굉장히 섬세한 연출을 보여줬는데, 도균 캐릭터와 관련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
"도균의 집에 있는 가구와 액자를 보면 설계도가 들어가 있다. 그 설계도를 그린 사람이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다. 이름이 어려워서 적어뒀다.(웃음) 가구 디자이너이자 도시 설계자로, 현대적인 아파트를 구상하고 확립한 사람이다. 건축사에서 유명한 분이다. 감독님이 인간 중심, 인본주의 사상을 가진 건축가라 도균이 그 디자이너를 닮고 싶어 했고, 그래서 그 설계도가 도균을 상징하는 것이란 얘기를 해주셨다."
![배우 김도윤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https://image.inews24.com/v1/642c14c5a95412.jpg)
- 연기적인 디렉션은 없었나. 또 만족스러운 연기나 장면이 나왔을 때 감독님이 어떤 반응을 보여주는지도 궁금하다.
"감독님이 연기에 대해서는 크게 얘기하지 않으셨다. 제가 답답하고 불안해서 여쭤보면 '잘하고 있다, 만약 아니다 싶으면 말하겠다'라고 하셨다. 한 번씩 아니다 싶으면 감독님이 현장에서 뛰어온다. 그러면 이견이 있거나 '해석이 달랐구나'라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처럼 '오케이'를 시원하게 하지는 않는다. 조용히 '오케이입니다'라고 하신다. 그게 감독님의 최상의 표현인 것 같다."
- 캐스팅 과정도 궁금한데, 어떤 점에서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나.
"모든 인물에 공감 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모든 인물이 공감됐다. 그리고 이야기가 재미있다 보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제가 엄태화 감독님의 엄청난 팬이다. 언젠가 감독님과 꼭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감독님 전작인 '가려진 시간'에 출연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봤다가 광탈했다. 감독님은 제가 오디션을 본 것도 모르시더라. 그래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정말 하고 싶었다. 또 이병헌 선배님 캐스팅 얘기를 듣고도 너무 하고 싶었다."
- 감독님의 어떤 부분이 좋았나.
"'잉투기' 전 단편 영화 '숲'을 먼저 봤다. 인물들의 심리, 열등감, 공포스러운 무드까지 조화가 잘 이뤄져 있었다. '어떻게 연출하면 이렇게 구현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팬이었다. 엄태구 배우가 나온 '유숙자'도 기괴하고 뭔가 찝찝한데 재미있다. '잉투기'는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내용인데, 그걸 코믹하게 풀어냈다."
- 그렇게 좋아한 감독님과 작업을 했으니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정말 의미 있는 작품이었을 것 같다.
"그렇다. 의미 있고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