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인간극장'에 필리핀 세부 오지에서 두집 살림을 하는 '세부 누나' 임은영 씨가 출연한다.
31일~8월4일 오전 7시50분 방송되는 KBS 1TV '인간극장'에는 필리핀 세부, 캇몬의 산골 마을 두우얀에서 '누나'로 불리는 52세 임은영 씨의 사연이 공개된다.
10여 년 전, 일을 그만두고 인생을 돌아보며 세계여행을 다닌 은영 씨. 영어를 근사하게 구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흔 살에 훌쩍 필리핀 어학연수를 떠났고, 콧바람 쐬러 간 클럽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났다. 열 살 연하의 순수하고 자상한 필리핀 남자, 라젠(42) 씨와 영어 공부 삼아 대화하다보니, 어느새 결혼까지 하게 됐다.
제주에서 2년을 살다 돌아온 세부. 한국 식당 일에 귤밭 일까지 하며 번 돈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 남편이 자란 캇몬의 산골에 땅을 사뒀다. 이후 시누이 집 차고에서 떡볶이와 김밥을 팔았는데 의외로 장사가 잘돼, 테이블 놓고 진짜 장사를 시작했다. 필리핀 방송에도 소개되며, 잘나가는 한국식당이 됐다. 라젠 씨는 이제 못다 한 공부를 해보겠다며 로스쿨에 들어갔고, 은영 씨는 그런 남편을 지지해 줬다.
코로나19에 도시의 일상은 마비됐고 부부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남편은 로스쿨을 휴학했고, 사둔 땅에 돼지농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도시와 오지마을을 오가는 두 집 살림이 시작됐다. 단전단수는 기본, 물통을 모아 마을 공동 수돗가에 물을 길어다 쓰고, 와이파이도 가게에서 사서 쓴다. 그렇게 집을 지으며 길가에 불 피워 밥할 때,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두우얀 마을의 소년들과 가장 먼저 이웃이자 친구가 되었다. 엄마 같기도 친구 같기도 한 은영 씨는 오지마을의 '누나'. 이름 발음이 어려워 아이들이 부르기 시작한 게 이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누나'라고 부른다. 산으로 달팽이를 잡으러 가고 돼지 축사 만들 나무도 직접 베러 간다. 오지마을엔 어린 소년 친구들이 있고, 늘 '걱정하지 마라' 말하는 남편이 있다.
3년 전,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마을 학교에 처음 가본 은영 씨. 종종 들른 학교에서 교실 없이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고, 개인 방송에 소개해 후원받아 학교 교실까지 지어줬다. 이젠 학교에서도 어린 초등학생부터 선생님들까지 '누나'라고 부른다. 얼마 전엔 전교생 100명에게 염소 한 마리씩을 줘서 키우고 새끼를 다시 돌려받는 '염소 장학회'까지 만들었다.
은영 씨 부부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세부 바닷가에 놀러 가고, 아이들이 모랫바닥에 새긴 건 다름 아닌 '아이 러브 누나' 은영 씨, 아이는 없지만, 예상치 못한 아들들이 많이도 생겼다. 인생의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그 누가 알까, 인생의 길목마다 무한 긍정, 필리핀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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