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② 배세영 작가 "'나쁜엄마'로 희망 전달, 스핀오프 하고파"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고난 속에서야 찾게 되고 찾아지는 그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쁜엄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희망'이었다.

지난 8일 종영된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극본 배세영, 연출 심나연)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영순(라미란 분)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 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다.

라미란, 이도현, 안은진, 정웅인, 최무성, 유인수, 홍비라, 김원해, 강말금, 서이숙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열연을 펼쳤다. 아들을 위해 나쁜엄마가 된 영순의 모성애와 복수를 하고자 긴 세월 진심을 숨겨온 착한 아들 강호의 가슴 절절한 서사는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꽉 사로잡았다. 여기에 강호와 미주(안은진 분)의 애틋한 로맨스도 큰 인기를 얻었다. 최종회에서 영순은 세상을 떠났지만, 강호와 미주는 영순과 해식(조진웅 분)이 그랬던 것처럼 새끼 돼지 프러포즈를 하며 행복한 결말을 완성했다.

4월 26일 첫 방송에서 3.6%를 얻으며 출발했던 '나쁜엄마'는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고 또 감동적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마지막 회에서 1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JTBC 역대 수목드라마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이에 배세영 작가는 최근 조이뉴스24와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나쁜엄마'를 떠나보내는 애틋한 마음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솔직하게 밝혔다.

- 영순과 강호에겐 정말 좌절감, 상실감이 느껴지는 슬프고 아픈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고, 그래서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나쁜엄마'는 마냥 슬프게 무겁게만 그리지 않고 유쾌함까지 담아냈다. 이런 완급 조절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톤을 잡으려 했나.

"조우리 사람들은 완급 조절을 위한 의도적인 코미디만의 기능적 역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진심과 따뜻함으로 결국 강호와 영순을 위해 서로 조력하게 되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그들의 진정성 있고도 선한 마음과 행동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감동적이고 따뜻하게 풀어준 것 같다."

- 혹시 다음에 다시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배우가 있다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 다음 작품의 기회가 온다면 '나쁜엄마'의 모든 배우와 스핀오프 형식으로라도 다시 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다. 그때쯤 서진, 예진 역을 맡은 기소유, 박다온 어린이 친구들은 조금 더 자라서 또 다른 맛의 귀여운 연기를 보여줄 것 같다.(웃음)"

- 특별출연을 한 조진웅 배우와는 '우리는 형제입니다'와 '완벽한 타인', 류승룡 배우와는 '극한직업', '인생은 아름다워'를 함께 하며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조진웅 배우 같은 경우 이야기의 시작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두 배우 모두 저와는 다수의 작품에서 연을 맺어 오셨다. 이를 계기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나쁜엄마' 작품 초기부터 많은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고 흔쾌히 출연해 주셨다. 해식은 1화에만 등장하고 죽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정서를 지배하고, 사건의 시작이자 끝인 인물이기 때문에 단번에 강렬한 임펙트를 줄 수 있는 조진웅 배우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워낙 연기력이 뛰어난 분이시고 기획 초기부터 '나쁜엄마'에 대한 애정을 가지셨던 분이시라 별다른 부연설명이 필요 없었던 것 같다. 송우벽(최무성 분) 회장의 부산 사투리와 야구에 관련된 정보도 조진웅 배우에게 도움을 받았다."

- '나쁜엄마'는 드라마 데뷔작인데, 영화 시나리오 집필과 차이점이 있었나. 드라마 대본을 쓸 때 힘들었던 점, 또 좋았던 점을 꼽아준다면?

"내가 생각하는 주제를 최소한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영화라면 드라마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한 줄 한 줄 풀어서 자세하고 반복적으로 말해주어야 하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어쩌면 영화와 드라마를 접하는 공간과 시간과 차이이기도 한 것 같다. 영화는 눈으로 보고 드라마는 귀로 본다는 말이 있듯이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의 모든 대사와 행동을 집중해서 보지만, 드라마는 여러 다양한 공간과 상황에서 시청을 하기 때문에 자칫 중요한 대사나 행동을 놓치게 된다. 두 달가량 되는 방영 기간 동안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중요한 서사와 감정을 반복해서 복기해야 한다. 그래서 드라마에는 영화 시나리오에서는 금기시되는 독백이나 회상 등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드라마 작업은 단순히 짧은 이야기를 분량적으로 길게 늘리는 작업이 아니다. 각각의 화에서 독립적인 기승전결이 필요했고, 전체 주제로 귀결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도 필요했으며 각 화간의 연계성과 연속성,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엔딩 포인트도 중요했다. 영화적 문법에 익숙했던 저에게는 긴 호흡을 가지고 여러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얽혀 돌아가는 드라마의 문법이 굉장히 낯설고 어려웠다. 또한 개봉 후 단번에 전체적인 평가를 받는 영화와는 달리 매 회 달라지는 평가와 시청률, 대사 한 줄, 행동 하나하나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실시간 톡' 시스템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 이번 '나쁜엄마'를 집필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장면은 무엇인가.

"역시 정신이 돌아온 강호를 대면하는 영순의 장면이다. 강호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느끼고 '영순은 과연 처음에 어떤 말을 내뱉으면 좋을까?' 수많은 날을 고민했던 것 같다. 2화에서 처음으로 강호가 하영(홍비라 분)이와 함께 조우리에 내려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영순이 강호에게 처음 한 말도 '어서 와'다. 너무나도 그립고 보고 싶었던 아들에게 처음 하는 말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명장면이라고 생각한 장면은 8화에 다시 일어나 걷게 된 강호를 향해 손을 벌리던 영순과 걸음마를 하던 아기 강호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던 장면이다."

- 기대 이상의 연출로 꼽는 장면은?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어서 어떤 장면을 뽑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중 정말 놀랐던 장면은 1화에 봉우 농장 화재 장면이다. 실제로 농장에 불을 놓고 폭파하는 구현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어느 장면 하나 소홀히 하거나 대충 넘어가지 않고 정성스럽게 찍어주셨던 것 같다. 또 4화 말미에 강호가 통통볼을 찾아다니던 장면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웠다. 특히 마지막에 하늘을 보고 누웠을 때 통통볼을 찾게 되는 장면에서 '돼지는 넘어져야 하늘을 볼 수 있다'라는 프롤로그에 담긴 저의 의도가 역설적으로 뒤에 찾아올 기적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감동적이었다."

- '나쁜엄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 넘어져야만 하늘을 볼 수 있는 돼지처럼, 부모님이 죽어 남편의 소중함을 알았고, 남편이 죽어서 자식의 소중함을 알았고, 자식이 아파서 자신의 소중함을 알았고, 자신의 죽음으로 이웃의 소중함을 알게 된 영순처럼, 한 가지를 뺏어가면 그 자리에 채워지는 희망이 있다는 것. 시련과 고난 속에서야 찾게 되고 찾아지는 그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 '좋은 엄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말을 인용해 보자면 '엄마는 세상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지만, 세상의 어떤 것도 엄마를 대신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 자식에게 '세상 어떤 것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적어도 그 자식에게만은 좋은 엄마로 기억되지 않을까."

-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도 궁금하다.

"'나쁜 엄마'를 보고 나서 자신이 아이에게 그동안 잘못했다는 후회가 들었다거나 부모님께 전화를 걸고 싶어졌다는 반응을 많이 봤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화해가 중요했던 드라마였던 만큼 시청자들의 그런 반응들이 반갑고 감사했다. 또한 제가 이 드라마에 주안점을 둔 것은 강호의 복수가 아니라 강호에게 선물처럼 다시 주어진 삶, 다시 한 번의 유년기였기에 강호가 빨리 기억을 찾아 복수하기 바라는 시청자들의 원성과 바람을 볼 때마다 제가 제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정확히 제 의도를 파악해주시고 영순과 강호, 강호와 미주의 화해와 성장 과정을 응원해 주신 피드백들에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다."

- 만약 또 드라마를 집필한다면 앞으로 어떤 장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

"이번 '나쁜 엄마'로 인해 로맨스나 스릴러, 누아르 제안을 받고 있지만 결국에는 로맨스가 있는 휴먼 드라마나 누아르가 있는 휴먼 드라마를 쓰게 되지 않을까 한다."

-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차기작은 영화로, 제목은 '아마존 활명수'(류승룡, 진선규 주연)다. 아마존 원주민들이 한국의 양궁 대회에 참가하는 이야기로 이미 탈고는 끝난 상태이고, 7월 크랭크인 예정이다. 시트콤 각색 작업에 크리에이터를 맡은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작품을 준비 중이고 제 원작 시나리오를 시리즈로 전환한 '야수'라는 작품을 각색할 예정이다. 장르는 '크리처 판타지 로맨스'인데 새로운 도전도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