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차서원. 이 이름을 말했을 때 망설임없이 그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CF에서 '조승우의 사진을 찍어준 여자'라고 설명한다면 수많은 네티즌들은 '아아' 하며 무릎을 탁 칠 것이다. 보조개가 매력적인 배우 차서원은 이렇게 인상적인 CF 한편으로 대중의 곁에 성큼 다가섰다.
차서원은 CF 속 밝게 웃는 모습처럼 참 착해 보이는 인상이다. 여러 오디션 현장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순진하게 생겼다', '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그는 "단지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독하고 못된 역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어요. 어머니한테 얘기하면 오히려 '네게 왜 악역이 안 어울리냐'고 이상해 하시던데요. (웃음)"

실제로도 불의를 보면 못 참고 화낼 일이 있으면 화내야 하는 똑 부러지는 성격. 가장 출연하고 싶은 영화도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호러물이다. '가위', '폰' 등의 영화를 즐겨봤던 그는 꼭 한번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으로 '공포영화 전문감독'인 안병기 감독을 꼽을 정도다.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잘 못보지만 작업이 흥미로울 것 같아요. 공포영화에서도 차분한 모습과 격한 감정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천방지축 발랄한 역할이나 비련의 여주인공도 물론 하고 싶다. 하지만 차서원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아일랜드'의 이나영 같은 독특한 연기나 '청춘의 덫'의 심은하 같은 무채색의 연기. 한가지 색을 고집하기 보다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연기에만은 욕심 많은 차서원. 그의 꿈이 처음부터 연기자는 아니었다. 영화 연출을 전공했던 대학생 차서원은 그저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영화 작업이 즐거웠을 뿐이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문득 연기라는 분야에 미련이 생겼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출연하게 된 작품이 MBC 주말극 '그 여자네 집'. 김현주의 친구로 잠깐씩 등장했던 그는 첫 작품이 끝나고 나자 자신에 대한 실망이 밀려왔다. "내가 너무 부족했고, 연기자가 될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밀려왔어요. 그만큼 더욱 연기가 하고 싶어졌고요."
'그저 그런 연기자'로 머무르고 싶지 않았던 차서원은 최고의 연기자가 되기 위한 소양을 갖추고 싶어 활동을 접고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차서원에게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욱 욕심이 생기는 것"이었기 때문. 귀여운 인상을 벗기 위해 치아 교정도 했다.
대학로에서 극단 '배우세상'과 함께 했던 연극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김갑수에게 발탁돼 연극 '플라스틱 오렌지' 무대에 함께 올랐다. "연극판에 20대의 힘있는 배우가 별로 없다"며 걱정하던 김갑수는 차서원의 등장에 기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서원의 자신감도 이와 함께 조금씩 자라났고, 결국 활동 재개를 결심하게 됐다.
긍정적인 기운이 흠뻑 느껴지는 연기자 차서원은 앞으로 문근영과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한다.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배우를 "닮고 싶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소탈한 면모. 하지만 그가 닮고 싶은 것은 문근영의 '인기'가 아니다.

"사회에 봉사를 많이 하는 문근영씨의 착한 모습이 참 예뻐요. 근영씨가 저보다 나이는 많이 어리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닮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오드리 헵번이나 김혜자 선생님처럼 훗날 내가 연기자로 자리잡았을 때 내 명성을 사회에 공헌하는 데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차서원의 가치관을 그대로 설명해준다.
그가 지향하는 목표 역시 톱스타가 아니다. '안티팬이 별로 없는 친근한 배우'면 차서원에게는 대만족이다. "연기할 때는 물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하겠지만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쉽게 다가설 수 있을만큼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차서원은 최근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 염정아의 동생 역을 맡아 촬영을 마쳤다. 물론 배역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낙천적인' 연기자 차서원에게 조급함은 없다. 언젠가 '국민배우'가 되는 날을 꿈꾸며 차서원은 한발짝씩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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