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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소중한 추억 욕망하는 '종이달' 중년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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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통해 방영되는 월화 드라마 '종이달'은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은행 공금 횡령사건을 모티브로 한 2014년에 출간된 가쿠다 미쓰요의 장편 소설을 드라마화 한 것이다.

주인공 유이화(김서형 분)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하며, 연하 남자친구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공금을 횡령하는 등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행동이 심지어 이해가도록 만드는 건 주인공의 진심어린 독백, 갈등 섞인 미묘한 감정 처리, 외로움을 만드는 주변의 얽힌 상황과 무엇보다도 김서형의 탁월한 연기가 어우러진 덕분이다. 매회 마다 주인공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청하게 만든다.

'종이달'김서형 [사진=KT스튜디오지니]
'종이달'김서형 [사진=KT스튜디오지니]

횡령 따윈 하지 못할 듯한 순수하고 정숙한 여성의 풍모가 드러나는 유이화는 매 회, 매 순간 마다 감정 변화에 맞는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그녀의 친구인 류가을(유선 분)과 강선영(서영희 분)의 대조되는 의상 또한 유이화의 캐릭터 형성에 한 몫을 한다.

김서형은 평소 이미지에 맞게 pantsuit(팬슈트), 헨리(Henley), 화이트 드레스 셔츠(white dress shirt)로 매니쉬 룩(mannish look)을 연출한다. 팬츠슈트는 남성의 정장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여성복이며 코코 샤넬이 1920년대 소개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변화하는 것을 반영한 옷 중 한가지다. 호텔에서 윤민재(이시우 분)과 함께 있을 때 입었던 헨리는 흔히 차이나 칼라 셔츠라고 알려져 있다. 영국의 Henley-on-Thames 지역의 사공이 유니폼으로 입기 시작해 헨리(Henley)라고도 불리게 된 셔츠다.

이와 반대로 류가을은 퍼프(puff) 소매, 칼라(collar)와 소매를 화려한 비즈 장식으로 처리한 블랙 미니 드레스(LBD)로 여성미와 화려한 룩을 연출한다. LBD는 Little Black Dress의 약자로 작고 검은색 드레스를 뜻한다. 검은색 의상은 주로 장례식과 같은 예의를 갖추는 의복에 많이 사용이 되었다가 코코 샤넬이 1920년대 짧은 블랙 미니 드레스를 소개하여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후 휴버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가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을 위해 아이코닉한 검은색 드레스를 디자인하며 LBD의 선풍적인 유행을 불러 일으켰다.

강선영는 스모크 블라우스(smock blouse)나 드레스 룩을 간혹 연출한다. smock 기법은 허리와 배꼽 부분에 주름을 묶어서 만든 디자인으로 유래는 전통적인 농민이나 민속 의상에서 비롯된 블라우스에서 출발해 보다 활동성 있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편안한 디자인으로 발전함과 동시에 이는 로맨틱하고 과거 회상적인 미학을 추구하는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옛날 일본에서는 사진이 처음 등장한 시절, 사진관에서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고 그 아래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사진을 찍은 가족이나 연인들은 행복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종이달'이라고 불렀던 것에 유래하여 '종이달'이란 '가까이 있었던 행복한 시간'을 뜻한다.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이 아니라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을 의미한다고 한다.

'종이달'은 중년 여성의 의상은 물론, 외로움, 돈의 가치를 한번 즈음 생각해 보게 하는 드라마다. 소중한 추억을 만들려는 외로운 중년 여성의 허황된 욕망이 '종이달' 처럼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될 유이화의 심리적 전개와 묘사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 된다.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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