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배우 이제훈이 또 하나의 대표작을 만들었다. 김도기의 화려한 부캐 플레이로 세상의 부조리함을 속 시원하게 깨부수는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는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잡으며 '용두용미'로 종영했다. 시즌2 종영 다음 날에 시즌3 제작 소식이 공개됐을 정도니 그 인기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이제훈은 17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진행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고생한 시간들이 있었는데 잘 마무리 돼서 다행"이라며 "이 사회에서 나쁜 일들과 사건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고 얘기를 나눠보면 좋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아래는 이제훈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모범택시2'가 종영했다.
이 이애기를 다시 할 수 있어서 감개무량했다. 한편으로는 시즌1의 사랑을 시즌2가 채워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작가님이 시즌1 1부~10부까지 써주셨기에 톤 앤 매너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스태프 분들이 새롭게 오시다보니 그 기운을 잘 받아서 갈 수 있을지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시즌2가 많은 분들께 더 큰 사랑을 받게 되니 아직까지 얼떨떨하다. 방송이 엊그제 끝났는데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다. 끝나니 눈물이 많이 나더라. 고생한 시간들이 있었는데 잘 마무리 돼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즌1과 시즌2 차이점은?
사건 해결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했다. 금, 토 2회에 한 에피소드를 끝내자는게 우리 목표였다. 이야기 쓰기 전부터 작가님, 제작진과 이야기를 통해 회차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끔,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게끔 했다. 그 에피소드 나열과 동시에 관통하는 중심 이야기와 미스터리가 있었으면 했고, 그 에피소드 몇몇과 엮여서 이야기가 마무리 됐을 때 하나의 큰 틀이 됐으면 했다. 다행히 그걸 기획하고 생각한대로 작가님이 잘 구성해주셨다. 감사하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모범택시' 시즌3 제작이 확정됐다.
배우들은 시즌3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부푼 기대감이 있다. 정식으로 제안을 받진 않았다.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지만, '할거에요'라고 말씀드리기엔 다른 배우들도 계시기에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렵다. 하지만 당연히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원하는 에피소드는 없지만 이 포맷과 방식으로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무지개 운수를 배경으로 하는 지하정비실 모두 시즌1과 같이 가야한다고 본다. 시그니처 음악도 계속 가져가고 레트로적인 분위기를 계승해서 가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걸 동의해주셔서 감사하다. 그 속에서 새롭게 변주하고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본다. 시즌3에 대해서는 생각은 못 해봤지만, 시즌3 하게 된다면 더 나은 부분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남궁민이 '모범택시2'에 특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남궁민이 '천원짜리 변호사' 촬영 당시 내게 연락을 해 특별 출연을 부탁했는데, 그 순간 '내가 천변에 나오고 남궁민이 모범택시에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서 역제안했다. 그래서 이게 성사된 것이다. 개인적인 약속을 받고 작가, 감독, 국장님께 말씀드렸다. 원래라면 블랙썬 에피소드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천변 역할로 출연했으면 해서 말씀드렸더니 작가님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 수 있게 써주셨다. 'SBS 드라마 유니버스'라는 말을 들어서 정말 기뻤다. 세계관 캐릭터가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남궁민이 그 긴 대사를 한 번에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하며 넋을 놓고 봤다.
◆버닝썬, JMS 등 실제 사건을 차용한 듯한 문제적 사건들이 대거 등장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를 연기하면서 조심스럽지 않았나. 또 개인적으로 가장 속 시원한 복수는 무엇이었나.
그런 부분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작가님이 의도하고 감독님이 그리고자 하는 게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사람들이 한 번 더 알게 되고 의미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같이 그려가는 식구들도 깊이 있게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던 것 같다. '모범택시'가 그리고자 하는 이야기가 실제 사건 바탕인 경우가 많아 신중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에 일어난 사건 아니냐. 더 경각심을 갖고 잊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
김도기의 부캐들이 나오기 때문에 모든 에피소드가 좋았지만, 지금은 부동산 관련 아이들을 유린하고 착취한 사건이 너무나 믿기지 않고 개인적으로 화가 많이 났었다. 조카가 있는 입장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이용해서 영위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게, 스스로 분노가 생길 정도였다. 특별히 연기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 사건과 스토리를 받아들이면서 응징하려 했다. 많이 몰입이 됐다.
◆'나는 신이다', 승리 출소 등과 맞물려서 '타이밍이 신들렸다'는 말도 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생각지 못한 부분인데 다른 콘텐츠들과 맞물려서 사람들이 좀 더 관심 가질 수 있었던 거다. 그러면서도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나라 사건 사고들이 가벼운 것이 절대 아니구나, 그 에피소드에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고통이 있었다. 더 숙연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재발되지 않게끔 더 관심을 가지고 팔로우 해야하지 않나 생각했다. 예술, 문화의 힘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끔 하는게 값진 부분이라 본다.
◆'부캐 도기' 중 가장 신명나게 연기한 캐릭터가 있다면?
3, 4부에 나온 농부 캐릭터 기억에 남는다. 사투리가 있었으면 했는데, 충청도 사투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내가 이걸 자연스럽게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가이드를 받아서 열심히 들으면서 연기했다. 복장도 휘황찬란하지 않나. 반신반의 하면서 연기했다. 할 때는 신나는데 내가 잘 하는게 맞나 싶었다. 귀엽게 잘 봐주신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다. 5, 6부 에피소드에서 고은과 신혼부부 콘셉트였는데, 대본에는 대사 정도만 있지 행동이나 제스처는 구체적으로 없었다. 알콩달콩 신혼부부를 보여드리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해서 고은과 케미를 만들어 내려 노력했다. 귀엽거나 사랑스러운 커플의 모습을 보여드린 적 없었는데 이걸 통해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건 7, 8부의 '법사도기'였다. 마지막에 굿을 하는 장면에서는 여태껏 액션보다 더 힘들었다. 그거 찍고 몸살이 났다. 이렇게 신을 위해 굿을 하고 표현하는 장면이 실제로는 굉장히 많은 체력 소모를 요구한다는 걸 깨달았다.
◆표예진과 케미스트리가 좋아 러브라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고은이 도기에 대한 애정과 마음이 있고, 도기는 아무래도 무지개 운수 사람들 중 고은을 더 보호하고 아껴주려는 마음이 있다. 그런 친구라 생각한다. 16회 말미에 에필로그처럼 그려지는 모습에서, 고은이 도기에게 은연중에 마음을 표현하는데 도기는 곧이곧대로 텍스트로만 받아들이는게 웃겼다. 왜 그 마음을 몰라주지 싶었다. 실제로는 표예진이 정말 편하고 연기를 주고 받을 때 믿음이 있다. 현장에서는 웃기 바쁘다. 서로 장난치기 바쁘다. 시즌2에서 앙상블을 이뤄 팀워크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서 외롭지 않았다. 특히 지하정비실 연기는 하루 종일 찍어 지치기 마련인데 웃고 떠드느라 정신 없었다. 도기의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데 집중하기 어려웠다. 하하. (표예진이 한 방송에서 이제훈을 이상형으로 꼽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시즌3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닌지. 하하. 고맙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특별히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나도 그 부분을 스스로 매우 답답하게 생각한다. 로맨스, 로코를 진하게 하고 싶은데 작품이 오는 부분에 있어서 그걸 염두에 두고 대본을 보진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계속 장르물만 하게 된다. 스스로가 안타깝기도 하다. 이제는 내가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찾아다니거나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신혼부부 에피소드를 더 열심히 연기한 것도 있다.
◆'빌런' 신재하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신재하가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현장 적응에 있어서도 힘들었을텐데, 너무 성격 좋고 착하고 촬영을 대하는 자세도 노력파였다. 나의 신인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뭘 해도 잘생기고 귀여워서 편했다. 16부에서 액션을 찍을 때 말도 못하게 추웠는데, 서로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했다. 신재하가 한 작품 경험이 있을텐데, '모범택시', '일타스캔들'을 통해 신재하를 알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더 잘 될거라고 생각한다.
◆제작발표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시즌2 초반에는 어땠나.
첫 촬영을 베트남에서 해서 '우리가 해외 로케로 스케일 큰 모습을 보여줄 수 있구나' 싶어서 멋지게 잘 찍어보자 의욕이 넘치는 상태였다. 안타깝게 날씨가 우기였고, 촬영을 할 때마다 비가 왔다. 우리가 원하는 그림을 제대로 담지 못해 안타까웠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모범택시2' 첫회부터 시청률이 너무 높았다. 예상한 수치였나.
첫 방송부터 예상을 전혀 못했다. 봐주시기만 해도 너무 좋겠다 싶었는데 갈수록 시청률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다. 그래서 후반 작업을 더 열심히 했다.
◆적법한 처벌이 아닌 '모범택시2'의 사적복수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법의 심판을 제대로 잘 받느냐에 대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면 그렇지 못하다는 게 대부분의 마음과 의견이다. 그래서 판타지, 허구의 이야기임에도 열광하지 않나 생각한다. 적법하게 해결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국민과 대중이 동의를 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이 나왔으면 하는게 희망사항이다. 그런 마음이 '모범택시'에 녹아들었다고 본다.
◆'모범택시2'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척박한 현실에서 '모범택시'로 대리 만족하고 속시원함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고 우리의 목적을 시청자에게 잘 전달했다는 마음이 들어 너무 좋았다. 이 이야기가 오래 회자되고 기억에 남았으면 하고, 이 사회에서 나쁜 일들과 사건들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고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
◆'모범택시' 몇 번째 시즌까지 했으면 하나.
미국 드라마는 사랑을 받으면 시즌이 길게 간다. 그렇게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힘이 중요하다. 그게 된다면 계속해서 가고 싶은 마음이 확고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베이스와 근간은 오상호 작가님이지 않나 싶다. 사실 마지막 에피소드에 김소연이 모범택시 1호 기사로 나왔는데 나는 몇 호일까? 17호? 또 다른 선배 기사들이 나오는 에피소드가 나오면 재밌겠다 싶은 혼자만의 생각이 있다.
◆기타 출연진들에 대한 소감은?
오상호 작가님은 생각보다 연기 잘 하시더라. 드라마를 애정하고 보신 분들이라면 작가님이 나온 장면에 대해 더 애정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모든 에피소드의 중요한 피해자 분들, 빌런들을 연기한 배우들 생각이 많이 난다. 그 분들이 연기하기 까다롭고 불편한 지점들이 있었을텐데 선뜻 연기 해주시겠다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그 분들이 계셔서 그 에피소드가 완성됐다. 너무너무 감사하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다른 작품 통해 선한 역할로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SBS 연기대상 기대는 없나.
전혀 없다. 같이 함께 한 분들에 대한 앙상블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만약 SBS에서 연기대상 자리를 마련해준다면 무지개 운수들과 도란도란 테이블에 앉아서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상에 대한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각본, 연출, 제작 경험도 있어서 다른 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계속 생각과 계획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중요한 건 배우로서 위치와 연기에 대한 고민이다. 감독에 대한 꿈은 조금씩 히스토리 쌓아가는 과정이다. 시간이 지나 다른 포지션이 되면 다시 자세하게 말씀드릴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유퀴즈' 출연 소감은?
유명하신 분들만 나오는 건데 나를 불러줘서 신기했다. 유재석 조세호를 다른 촬영서 뵌 적이 있어서 익숙함은 있지만 시청자 입장으로 작은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그 순간이 얼떨떨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가 재밌게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재밌게 나올지 모르겠다.
◆이제훈에게 '모범택시'란?
단순히 한 캐릭터가 나와서 연기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에피소드 속 캐릭터 변주가 이어진다. 그걸 사람들이 어색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신나게 봐주셔서 내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아 기쁘다. 사회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에피소드를 만들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걸 다뤄줌으로서 사회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매우 감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범택시'가 더 쓰여졌으면 하고, 내가 액션을 못하게 되면 다른 인물이 김도기를 연기해도 참 재밌고 의미있을 것 같다. '모범택시'는 내 필모그라피에 있어 큰 사랑과 의미다. 내 대표작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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