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정성일 "'더글로리' 임지연, 짜증나게 하는 연기 1등"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토록 섹시한 중년 배우가 또 있을까. '나이스한 개XX'라는 말이 딱이다 싶을 정도로 '더 글로리' 하도영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배우 정성일이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의 소유자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연출 안길호, 극본 김은숙)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혜교와 이도현, 임지연, 박성훈, 차주영, 김히어라, 김건우, 염혜란, 정성일 등이 열연을 펼쳤다.

파트1은 물론이고 파트2까지 전 세계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신드롬급의 인기를 누렸다. 정성일은 가해자 무리의 중심에 있는 박연진(임지연 분)과 결혼한 재력가 하도영 역을 맡아 섹시하면서도 매력적인 열연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더 글로리' 인기 속 연극 '뷰티풀 선데이', 뮤지컬 '인터뷰'로 관객들을 만난 정성일은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더 글로리' 하도영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과 연기적으로 중점을 뒀던 바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김은숙 작가님이 '비밀의 숲2'를 보시고 픽을 한 후 하도영을 썼다고 하셨다. 저는 그걸 미리 알고는 있었다. '내년에 작품이 들어가니 알고만 있어라'라고 전달 받았다. 근데 언제 들어갈지도 모른 채 정말 알고만 있었다. 그래서 중간에 짤린 거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웃음)"

- 하도영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과 선명하게 표현하려 했던 것은 무엇인가.

"하도영은 가장 중립적인 인물이다. 포지션을 지키려 했고,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신경을 썼다. 또 작가님이 써준 캐릭터 '나이스한 개XX'를 가장 선명하게 표현하는 것에 집중을 했다."

- '나이스한 개XX'를 어떻게 해석했나.

"양면성이다. 같은 상황도 이렇게 보면 나이스 하지만 저렇게 보면 '개XX'로 보일 수 있다. 사람을 대할 때 나쁜 의도가 있진 않다. 자라오면서 배워온 것, 몸에 밴 것들인데 상대는 오해할 수 있다. 반면 나이스하게 보는 사람도 있을 거다. 바라보는 측면이 다르다는 것으로 설명될 것 같다."

- 하도영에 대한 추측이 굉장히 많았다. 서자라는 얘기도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작가님, 감독님이 얘기를 하신 부분이 없다. 만약 그랬다면 말씀해주셨을텐데 따로 코멘트가 없었다. 만약 서자였다는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로 설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상대를 대하는 것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전혀 그런 부분이 없었다."

- 하도영의 서사를 어떻게 구축하려 했나.

"하도영이 어느 정도의 재력이 있고, 어떤 교육을 받았을지 구축을 하는데 있어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이스한 개XX'는 그냥 하도영의 몸에 밴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국 작품에서 귀족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서 구축을 했다."

- 신경을 쓴 디테일이 있다면?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다. 공감할 부분만 공감하고, 매너로 대했지만 상대는 무시하는 건가 느낄 수 있는 점이 있다. 혜정(차주영 분)에게 선물을 할 때도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준건데 돈으로 해결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하도영은 습관처럼 당연한듯 보일 수 있도록 신경썼다."

- 감정을 드러내지 않다가 막판에 연진에게 분노를 터트린다. 배우 입장에서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한가.

"그림을 좀 길게 보는 편이다. 계속 화를 내면 늘 그런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마지막이 강렬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단 한 번 화를 내면 그가 얼마나 참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한 방을 위해 끝까지 감정을 눌렀다."

- 연진과 결혼을 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천박해보이지 않는 날티를 느낀 것 같다. 재력도 어느 정도 어울릴만하지만 같은 루틴으로 살아온 평범함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자극을 주는 여자다. '이 여자면 심심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연진을 선택한 것 같다."

- 하도영은 재준의 딸인 예솔(오지율 분)이를 끝까지 지키려한다. 어떻게 해석했나.

"연진을 선택한 것, 연진에게 기회를 준 것도 도영의 선택이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솔을 선택한 건, 결국 도영이 키웠기 때문이다. 전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부분을 어렵지 않게 품을 수 있었다. 도영도 자신을 다 내려놓고 가장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이가 예솔이 하나 뿐이었다."

- 하도영의 결말을 추락이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아무 문제 없이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고 일반적이고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이 한 순간에 사람을 죽였다. 예솔이를 데리고 영국으로 떠났지만 과연 거기서 행복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결정하던 사람의 끝이 살인이라는 것, 가장 큰 나락이고 추락이라고 생각했다."

- 재준(박성훈 분)을 직접 처리한 이유는?

- 재준이를 공사장까지 데려다 놓고 빠지라고 사주를 한다. 만약 끝까지 다른 사람에게 시켰다면 또 다시 약점을 잡히게 된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만 아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 드레스룸에서 재준이 사장으로 있는 씨에스타 쇼핑백을 확인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어땠나.

"너무 역겨웠다. 그걸 몰랐다는 것이 멍청하고 너무 바보 같았다. '뭘하면서 산거지? 내가 그렇게 별 거 아닌 인간인가' 싶어서 자존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그 신은 좀 힘들었다. 느껴야 표현이 되는데, 그 순간 구토를 할 만큼 좀 많이 힘들었다."

- 박연진, 문동은과의 케미가 달랐는데, 각각 감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연진이 같은 경우엔 행복하고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은 짧게 나왔다. 의심하고 화가 나는 것이 많았다. 특히 파트2에서 연진은 버티기 힘들 정도로 뻔뻔해서 촬영 끝나자마자 '너무 한 것 같다'라고 할 정도로 진짜 화가 많이 났다. 동은의 집에서 담배를 피우고 밟고 할 때는 촬영 후 '너무 짜증난다'고 했다. 임지연이 그걸 너무 잘했다. 그래서 받은 감정으로 잘 갈 수 있었다. 동은은 진짜 알고 싶었던 것 같다. 도영은 돌아올 답을 다 알고 묻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늘 그렇게 살아왔는데, 동은에게서 생각지 못한 대답이 오니까 '이 사람 뭐지?'라며 호기심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 연진은 사랑해서 결혼했고, 동은은 제 개인적인 기준으론 설렘, 숨막힘이 있었다 생각한다. 잘못이지만 사랑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촬영 전에 다 모여서 밥도 먹고 했다. 저는 술을 거의 안 마신다. 1년에 10번도 안 마시는 것 같은데, 1년 마실 술을 5인방과 다 마신 것 같다. 그런 생활 속 케미가 극 속에서 더할 나위 없이 잘 이뤄진 것 같다."

- 연기를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다면?

"박성훈과 김히어라는 대학로에서부터 잘하는 배우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차주영은 이번에 처음 봤다. 첫 촬영이 백을 주는 신인데 너무 잘하더라. 단단하고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것을 주더라. 그래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임지연은 끝까지 몰아부친다. 짜증나게 하는 건 1등이다. 연기를 너무 잘한다. 이도현도 정말 좋은 친구다. 평소에도 맑은데 연기를 할 때도 맑은 것이 온다. 이 사람과 대립을 하는 중에도 따뜻함이 느껴져서 조금 더 편할 수 있었다."